[SS인터뷰] 강예원, 끊임없는 한계에 도전하는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
[SS인터뷰] 강예원, 끊임없는 한계에 도전하는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
  • 승인 2016.07.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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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던 이유를 알 것 같은 그녀와의 만남이었다.

여름 장마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강예원은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들 듯 한 큰 눈이 인상적이었다.

‘날 보러와요’의 개봉 이후 약 3개월 만에 새로운 영화 ‘트릭’으로 스크린에 귀환한 강예원은 그야말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열일’하는 배우다. 데뷔 이후 ‘1번가의 기적’ ‘해운대’ ‘하모니’ ‘헬로우 고스트’ 등으로 ‘믿고보는 배우’로 등극하더니 드라마 ‘나쁜 녀석들’ ‘백희가 돌아왔다’ 등을 통해 스크린을 넘어 브라운관까지 사로잡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쉴틈 없이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는 그녀는 ‘열일’의 이유를 연기의 매력으로 설명했다.

“연기는 하면 할 수록 빠져드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번 연기를 할 때마다 그 캐릭터에 푹 빠지는 것 같은데, 그럴 때가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인간 ‘강예원’이 없이 계속해서 다른 캐릭터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저 스스로는 연기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로 살아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이게 딜레마가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결혼을 하고 나면 연기를 하지 않고 편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요즘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하셨던 선배님들처럼 저도 오랜 시간 연기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나도 언젠가 저 안에 한 명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이요. 너무 부럽고 선생님들께서 하시는 연기가 한 분 한 분 다 살아계시잖아요, 그걸 보면서 ‘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영화 ‘트릭’에서 강예원이 맡은 ‘최영애’ 역은 시한부 남편의 아내로써 투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며 점차 방송의 ‘맛’을 알아가는 역할. 극 중 강예원은 끝을 모르고 높아지는 대중들의 관심과 시청률에 방송에 중독되어 조작도 서슴지 않는 의뭉스러우면서도 소름끼치게 사실적인 최영애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강예원은 이를 평소 자신이 ‘다큐멘터리 마니아’라는 점을 들어 설명했다. 다양한 주제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빠짐없이 찾아보는 편인데 그런 취미가 카메라 앞에 선 일반인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

“제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것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영화 속 영애와 도준의 사례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너무 슬프게 봤던 기억이 있기도 했고, 평소 다큐멘터리라는 내용을 담은 작품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시나리오가 들어왔었거든요. 바로 선택했죠. 사실 영화를 찍을 당시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랑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굉장히 몰입되어 있는 상태에서 했던 촬영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촬영을 마쳤어요”

   
 

시한부 남편을 24시간 간호해야 하는 아내와, 그런 남편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촬영을 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여자 ‘최영애’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살려낸 그녀. 극 중 최영애의 대사에서처럼 강예원에게도 ‘방송’은 마약같은 존재일지 궁금해졌다.

“방송이 마약같다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하면 할 수록 욕심도 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사실 방송이라는 것을 한다는 자체가 타인의 판단의 잣대 위에 올라가는 건데, 평가는 늘 다르겠지만 늘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는 자세로 임하려고 해요. 어떤 사람으로 불리느냐는 각자의 포지션과 해온 과정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지금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과정’이라는 단어로 설명한 강예원은 유독 신인 감독들과의 작업이 많은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트릭’의 연출을 맡은 이창열 감독 역시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영화 도전작이다.

“많은 배우분들이 기존에 유명한 감독님들과 함께 작업하기를 바라고, 저 역시 그러고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전 일단 그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정면돌파 하면서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실제로 최근 방송됐던 ‘백희가 돌아왔다’ 역시 감독님의 첫 작품이나 다름 없었는데, 신인 감독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저에게도 운명이자 숙명인 것 같아요.(웃음)

그저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이것 저것 다 따지면서 작품을 고르기엔 연기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도 벅찬데 그런 것들 다 신경 쓰는 것이 힘들 것 같아요.”

   
 

데뷔 이후 길었던 무명 기간, ‘해운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에도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강예원은 인터뷰 동안 오랜 연기 생활 동안 자신이 느낀 바를 속 깊은 말들도 전했다.

“인생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쉬운 작품이 있는거고. 그 때마다 저는 ‘자만할 틈을 주지 않는구나.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한 번 더 다짐하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 역시 배우로써 배운 점도 많고, 공부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 강예원은 “열정은 죽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행복해도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로 돌린 뒤 열정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

“감히 행복하다는 말도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며 “연기 생활에 있어 분명히 힘든 부분도 있지만 서로 도와가면서 의지하고, 힘들 얻는 부분이 더 많다”는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던 그녀.

연기와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진심’이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오늘도 다시 새로움을 향한 한 걸음을 옮길 강예원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