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조진웅’이라는 재료가 들어간 요리에는 깊은 맛이 난다 (영화 ‘사냥’)
[SS인터뷰] ‘조진웅’이라는 재료가 들어간 요리에는 깊은 맛이 난다 (영화 ‘사냥’)
  • 승인 2016.07.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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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 조진웅

올 상반기만 조진웅의 드라마와 영화가 3편이다. 나이가 들수록 물이 오르는 연기력과 외모로 조진웅은 ‘아재파탈’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정의감 넘치는 열혈 형사 이재한으로 분한 조진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가씨’에서 변태적 성향과 야욕을 지닌 코우즈키로 변신했다. ‘사냥’에서 조진웅은 국민배우 안성기를 패대기치고 발로 짓밟는다. 점차 욕망에 사로잡혀 살인을 하고 죄 없는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눈다. 조진웅은 대중들이 만드는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지우고 덧칠한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조진웅은 자신을 재료에 비유했다. 어떤 재료와 섞이고 용기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른 요리가 만들어지고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 ‘조진웅’이라는 재료가 들어간 요리에는 깊은 맛이 난다.

“영화의 만족도를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작업할 때 했던 추구한 지점들이 많이는 아니지만 미묘한 차이로 구현되지 못한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요구했던 것들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총격신 같은 경우 밀도가 아쉬웠고 쌍둥이는 너무 전형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부분이 아쉽더라고요. 제 부분을 들어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에요.”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을 묻는 말에 조진웅은 너무나도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충분한 내공이 쌓일 만큼 연기를 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를 마음 편히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영화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산에 오른 엽사들과 사냥꾼 기성(안성기 분)의 혈투를 그렸다. 영화는 고립된 산이라는 장소와 금맥 발견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평범한 군상에 욕망을 주입시킨다. 조진웅은 쌍둥이 명근과 동근으로 분해 산의 안과 밖에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동근은 앞머리를 내렸고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어요. 명근은 치장하고 올백 헤어스타일이죠. 캐릭터의 극명함을 보여주기 위한 외향적인 장치예요. 내적으로 보면 동근이라는 친구는 산 속에서 직접 사건에 관여하며 산에 포함된 인물이고 명근은 산 밖에서 전화도 받지도 않고 사건을 관망하죠. 사건의 밖에 있는 사람이에요.”

영화에서 기성의 전사는 상세하게 다뤄진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보여주며 기성의 행동에 당위성을 만든다. 하지만 엽사들의 과거는 다뤄지지 않아 그들의 갑작스런 행동에는 의문이 생긴다.

“전사보다는 산에서 녹아나오는 본성이 드러났으면 했어요. 제 캐릭터 말고 다른 인물에게 모두 적용될 것 같아요. 항상 천사 같고 착한 사람도 산속에 갔을 때 야수처럼 변할 수도 있는 거죠. 이렇게 말하면 산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긴 한데 작업을 하면서 산에서 느낀 부분이에요. 작업 전에 동선 리허설이나 합을 짜고 산속에 들어가면 상당 부분 무시돼요. 해의 방향, 나뭇잎 등으로 인해 카메라 각도를 달리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해질녘, 심야, 달빛 등 시공간이 지닌 여러 미묘함 때문에 그냥 캐릭터를 공간에 던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산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해주시고 봐주셨으면 해요.”

   
 

‘사냥’을 통해 안성기는 거친 액션을 완벽히 소화하며 엽사들과의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안성기와 조진웅의 만남은 영화 ‘마이 뉴 파트너’(2007년) 이후 두 번째다. 오랜만에 안성기를 만난 조진웅은 영화에서 그를 철저하게 괴롭히고 잔인하게 짓밟는다.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실감나는 장면들은 선배인 안성기의 배려 덕분이었다.

“오래전에 ‘마이 뉴 파트너’를 찍으면서 안성기 선배님과 때 처음 작업했어요. 양아들 역이었는데 그때부터 ‘선생님’이라고 불렀죠. 이번에 ‘사냥’ 미팅을 하는데 첫마디가 ‘선생님이라고 호칭하지 말고 선배라고 해달라’였어요. 당황스러웠지만 제가 ‘감히 선배님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 거였어요. 선생님이 아닌 같은 배우이자 동료로서 작업을 하고자 했던 거죠. 그래도 가학적인 장면은 역시 괴로웠어요. 뭔가 윤리적으로도 아닌 것 같고요(웃음). 쓰러진 선배님을 마구 밟아야 했는데 선배님은 ‘기가 막히게 잘 잡았어’라며 약간 즐기시는 것 같았어요. 적극적으로 이야기도 해주시고요.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기도 죄송할 만큼 ‘진정한 프로’였어요. 좋은 귀감이 됐죠.”

조진웅은 오랜 기간 조연을 거쳐 주연으로 올라왔다.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인기와 대중들의 기대감에 취할 법도 하지만 조진웅은 “연기관이나 정체성이 주연급이 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에요. 인기에 흔들릴 나이도 아니고요”라며 선을 그었다. 조진웅은 자신을 ‘재료’에 비유했다.

“비슷한 배역을 하거나 나쁜 역을 하는데 있어 두려움은 없어요. 그러면 ‘아가씨’의 코우즈키는 하지 말았어야죠(웃음). 배우가 캐릭터에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어불성설 같아요. ‘조진웅’이라는 재료는 어떤 걸 만나고 어떤 용기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낼 거예요. 만약 제가 지금 전골로 끓여지고 있는데 ‘나는 예전에 오일파스타였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맛이 섞이지 않겠죠. 맛이 없어지는 거예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조진웅은 작가가 캐릭터를 만든 배경부터 시작해 체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사냥’을 준비하면서 조진웅은 당위성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감독과 대화를 나눴고 캐릭터를 다듬었다. 조진웅은 “그 과정은 어떤 작품을 하든 똑같아요. 그게 안 되면 현장이 두려워요”라며 작품을 향한 집념을 내비쳤다. 작품을 떠난 조진웅의 모습은 어떨까? 끝으로 조진웅은 자신의 실제 성격을 언급했다.

“정의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수다스럽고 예민하고 성질 급하고 불의를 보면 돌아가는 게 저의 모습입니다. 20대 후반과는 또 달라요. 그때만 해도 고등학생이 흡연하면 소리치며 혼냈는데 30대 후반도 지나서 이제는 뭐라 말도 못하겠고(웃음).”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