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또 오해영’ 서현진이라 쓰고 천생배우라 읽는다
[SS인터뷰] ‘또 오해영’ 서현진이라 쓰고 천생배우라 읽는다
  • 승인 2016.07.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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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서현진이라 쓰고 천생배우라 읽는다.

지난 29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진행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연출 송현욱|극본 박해영)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지난 28일 화요일 18화를 끝으로 호평 속에 행복한 종영을 맞았다. 같은 이름에서 비롯된 오해와 로맨스, 미스터리 요소 등 흥미로운 소재들과, 대본, 연출, 연기, 시청률, 화제성 잡은 웰메이드 로코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극 중 ‘보통’ 오해영 역을 맡은 서현진(32)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짠한 모습까지 일명 ‘단짠’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서현진은 벌써 데뷔 15년 차 배우다. 그녀는 2001년 SM 소속 4인조 걸그룹 밀크 멤버로 데뷔했다. 하지만 2002년 팀이 해체되면서 배우로 전향해 각종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황진이’(2006), ‘짝패’(2011), ‘불의여신 정이’(2014), MBC ‘신들의 만찬’(2012), ‘오자룡이 간다’(2012), ‘제왕의 딸 수백향’(2013), ‘삼총사’(2014), ‘식샤를 합시다2’(2015)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지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런 그녀가 ‘또 오해영’을 통해 첫 인생 캐릭터를 만나 로코퀸 대세로 우뚝 섰다. 이날 만난 서현진은 ‘보통’ 여자도 특별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배우였다.

   
 

[다음은 서현진의 일문일답]

-드라마 종영소감은.

“아직 실감은 안 난다. 항상 방송 보면서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다를 떨었다. 애청자 분들보다 배우들이 우리 드라마를 가장 좋아하는 일등 애청자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회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건지 모르겠다. 대본 보면서 울고 웃었던 포인트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고 웃어주시는 게 좋은 일이었다. 드라마가 웰메이드여서 더욱 기분이 좋다.”

-오해영 역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CJ E&M 관계자 분들 덕분이다. 나에게는 결정적인 권한이 없다. 대본이 좋았다. 감독님 미팅을 할 때 안 해도 상관 없는데 대본 재미있다고만 말했다. 꼭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내가 하면 어려움 없이 내 나이에 맞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해영과 같은 또래로서 어떤 면에 공감됐는지.

“내가 생각한 이 드라마의 한 축은 자존감이고 한 축은 사랑이다. 자존감이 낮은,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 살아가고 싶은 거다. 모든 사람들이 가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존재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그게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란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대사가 잘 전달되기를 원했다.”

-캐릭터 소화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사랑 이야기에 있어서는, 드라마에 들어가면서 각오가 ‘내 사랑의 민낯을 다 보여주자’였다. 오해영이지만 서현진이 연기하기 때문에 내 민낯을 보여줄 용기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밀착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를 바랐다. 물론, 사람인지라 창피할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한 번씩 용기 내서 할 수 있게끔 스태프들이 도와주셨다. 그간 찍었던 작품 중 가장 거짓 없이 임한 것 같다.”

- 사랑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해영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나는 다행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적 없다. 피해의식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나에게도 (피해의식이) 많았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충분히 공감을 하고 연기했다. 진짜 주책 맞다’고 생각한 부분은 있었다. 남자에 눈이 멀어서 엄마 아빠도 안 보고 그러는 부분이 있었다. 방송된 부분 중 같이 가서 얘기 해달라고 그거 찍을 때는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헛웃음을 지었다. 딸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고 말하셨다. 나도 한심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너무 좋은 거다. 그런 사랑 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

-이번 작품으로 만족한 것 같다.

“만족스러울뿐더러 감사하다. 무엇보다 현장에 계신 분들 인성이 참 훌륭했다. 밤을 정말 많이 새다보면 까칠한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지 않냐. 특히 감독님은 사람이 감당할 스케줄이 아니었다. 정말 도인이시더라. 현장이 정말 편하고 좋았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솔직하게 연기했지만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연기에도 테크닉이 필요한 것 같다. ‘내 감정만 좋으면 잘 전달해지겠지’했는데 모니터를 해보니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모니터링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하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엄마 역을 맡은 배우 김미경과의 호흡은.

“처음부터 엄마라고 불렀다. 더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말하는 게 무섭다고, ‘엄마 엄마’하니까 거리감도 없어지고 좋았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해도 잘 받아주셨고 선생님이 어떻게 하든 어렵지 않았다”

-엄마와 함께 춤추는 신이 인상적인데, 어떻게 탄생했나.

“춤추는 신은 내가 먼저 췄고 선생님이 ‘어떡하지’ 하시면서도 한 번에 갔다. 맞춰보지도 않았다. 가만히 보면 둘 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순간이 있는데 웃겨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때였다. 무용을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극중 아버지께서 그로테스크하다고, 춤에 기승전결이 있다고 해주셨다.”

-자신이 오해영이랑 비슷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 하는 내내 없다고 생각하고 했는데 되짚어 보니까 있는것 같기도 하고. 오해영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 했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다.”

-오해영과 서현진의 싱크로율은 얼마인가.

“술 잘 못한다. 술 취해서 울면서 걸어본 경험은 없다.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FM적인게 있어서 그렇게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못한다. 술먹는 신이 나오면 아무렇게나 해도 되니까 너무 즐겁다. 몸도 더 많이 움직였던 것 같고 더 거침없이 했던 것 같다. 싱크로율은 별로 없다. 한 30프로정도다.”

- 엄마 김미경의 대사 중에 가장 위로 받은 대사가 있다면.

“결혼 상대자로 정 짧고 의리 없는 것들이 최악이다. 내 딸이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다”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저도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 들으면서 울컥했던 것 같다.

-실제론 어떤 딸인가.

“실제 엄마랑은 김미경이랑 비슷하다. 때리지는 않는다. 엄마는 화나면 공원을 걸으신다. 나는 버릇 없고 고집 세고 말 되게 안 듣는다. 별로 좋은 딸은 아니다. 그래도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는 한다”

-성장물이 아닌 로맨스물로 끝났다는 의견이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성장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이니 그렇게 보여지면 좋겠지만 주인공이 결점 없이 착한 사람인 게 좋은지 늘 생각한다. 나만 아는 못난 부분이 있으니까. 보는 사람이 조금은 오해영이 얄밉고 진절머리 나게 싫어도 그게 오해영이라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것까지 다 보여줘야 밀착되게 받아들이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 포스트 김상순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김삼순처럼 선하고 둥근 사람 아니다. 비교되는 게 그래도 되나 싶은 느낌도 있었다. 비교가 되면 우리의 오해영에 단어들이 더 많이 보일텐데 싶어서 부담스러웠다. 김선아 비교되는 것에 대해 어쩔 줄 모르겠다. ‘식샤를 합시다’ 끝나고도 그랬는데 난 늘 하던걸 하는 거다. 하던 거 했는데 잘한다 못한다 할 까봐 무섭다.”

   
 

-극중 오해영이 느낀 피해 의식이나 타인과의 비교를 공감했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느낀 적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내 피해의식이니까. 그렇게 날카로웠던 시절이 있었고,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연기했다.”

-박도경과 같은 죽음의 순간이 갑자기 찾아오면 무엇을 후회할 것 같나.

“4세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 무용을 했다. 그걸 포기한 것을 후회할 것 같다. 물론 연기가 좋지만, 무용을 그만 둔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연기가 좋은 건 집중하는 순간이 좋아서다. 무용을 할 때 살면서 가장 집중도가 높았다. 한예리가 국악고 동창이다. 그 친구는 배우를 하면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부럽다.”

-무용을 그만둔 배경이 궁금하다.

“제 의지로 무용을 그만뒀다. 그 학교(국악고)는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학교다. 전학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나가는 사람이었다. 무용을 잘하고 있었는데, 길거리 캐스팅이 되서 순식간에 인문계로 가기로 결정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팔자라는 게 있나 싶은데, 그때는 무엇에 씌었던 것 같다. 부모님도 엔터테인먼트 쪽을 잘 몰라서 이쪽으로 오면 막연히 아나운서가 된다고 생각했다더라. 그렇게 학교를 바꾸고 나서 만날 울었다. 무용 같이 했던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나 왜 안 말렸냐’고 했다. 10년 동안 한 걸 순식간에 그만뒀다. 내 의지였지만, 내 의지가 아니었던 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가장 좋았다. 나에게 찬란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나.

“짐작하시다 시피 힘든 시간을 겪었다. 어떻게 극복했냐고 물어본다면 극복을 하지 않았다. 버텼다. 극복하는 분이 있다면 존경스럽다. 극복이 잘되지 않는다. 그게 됐다면 지금 나는 멘토링 강사를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가길 바랐다.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또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연기 학원은 꾸준히 다녔다. 시간도 해결이 안 되더라. 지금도 그 시기를 떠올리면, 아무렇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그 시기 친했던 친구들이 지금 다 자리를 잡았다. 그땐 우리 모두 직업이 없었다. 지금은 직업이 있고, 그것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해 신데렐라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라는 자각이 들었다’는 어떤 의미인가.

“그때부터 직업란에 배우라고 쓰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으면 ‘나는 배우’라는 자각이 없다. 스태프들과도 편하게 지낸다. 그게 편해서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 휴식 기간이 짧은 편인데, 선배님들 말씀이 그러다 고갈된다고 하더라. 마냥 쉬는 건 겁이 난다고 했더니 무대를 가라고 했다. 그래서 뮤지컬을 했다. 마지막 공연을 하는 날 그렇게 느꼈다. 드라마 현장에서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반사판으로 잡아주고, 앵글도 예쁘게 잡아준다. 감독님이 디렉팅도 준다. 무대 위에는 나밖에 업더라. 내가 알아서 다 해야 한다.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제서야 배우라는 자각이 생겼다.”

   
 

-뮤지컬 또 도전할 생각이 있는가.

“무대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발성법도 다 틀려 있는 등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거렸다. 솔직히 다시 할 자신이 없다. 그래도 레슨은 꾸준히 받을 생각이다. 하다보면 자신감 붙지 않을까. 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배우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너무 불안정한 직업이라 도망갈 구석이 필요했다. 섭외가 들어오지 않으면 아쉬운 거 없는 사람처럼 떠나고 싶었다. 한발 빼고 있었다. 그런데 ‘식샤2’를 하면서 연기의 틀을 깼다. 연기를 좀 더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

-한동안 ‘또 오해영’이 서현진의 대표작으로 불릴 것 같다.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

“그러면 감사하다. 다음 작품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억을 해주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감사하다. 평생 못 만날 수도 있지 않나. 게다가 그 작품이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이어서 좋다. 슷로 본방 사수를 열심히 한 드라마다. 내가 애착한 드라마를 사람들이 기억해준다면 감사할 것 같다.”

-입지가 달라졌을 것 같다. 희망하는 그림이 있나.

“계속해서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1,2년 하고 그만두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의 작품을 열심히 한다는 게 저의 목표다. 여러분 생각만큼 입지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달라지면 좋겠다. 안 달라져도 좋다. 촬영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청률이 안 좋았던 작품도 참 좋아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게 사라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전문직 캐릭터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직업이 있어도 깊게 들어간 적은 없었다. 말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콧대를 눌러 줄 수 있는 말재주 좋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변호사든 사기꾼이든 좋다”

[스타서울TV 조인경 기자 /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