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사냥’ 안성기 “현장 일찍 가는 이유? 여전히 설레” 그가 국민배우일 수밖에 없는 이유
[SS인터뷰] ‘사냥’ 안성기 “현장 일찍 가는 이유? 여전히 설레” 그가 국민배우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승인 2016.06.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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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의 이름 앞에는 ‘국민배우’가 붙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전 국민이 사랑하는 배우 안성기는 60여년의 연기생활 동안 150편이 넘는 영화를 찍었다. 동료 배우들은 현역에서 멀어졌고 어느덧 그 역시 영화의 중심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을 통해 안성기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화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산에 오른 엽사들과 사냥꾼 기성(안성기 분)의 혈투를 그렸다. 극중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 ‘기성’은 안성기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냥’을 각색한 김한민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안성기를 만나 영화에 관해 귀띔했고, 이는 그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구상과정부터 안성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는 기존에 안성기가 가진 이미지를 철저하게 깨부순다. 휘날리는 백발과 상반된 탄탄한 근육, 산 속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야성미까지. ‘사냥’은 안성기를 새로운 현역으로 만들었다.

“고생보다는 행복함이 훨씬 많았지. 지금도 이렇게 뛸 수 있고 비중 있는 역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죠.”

영화를 공개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안성기가 처음 건넨 말은 “행복하다”였다. 젊은 시절 고뇌하는 청춘, 시대를 대변하는 인물을 주로 연기하던 안성기는 “이번을 계기로 장르의 폭이 넓어졌다”며 기뻐했다. ‘사냥’에서 안성기는 다른 젊은 배우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체력과 양질의 근육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40년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위해 단기간에 만든 근육이 아니라는 뜻이다. 안성기는 오랜 기간 단단하게 자리 잡은 몸이라며 아직까지도 연출자가 요구하는 액션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 장면에서 몸매를 보여주는 부분이 필요했던 게 영화상에서 조진웅 씨와 액션신이 있는데 관객들로 하여금 ‘붙어볼만 하겠다’라는 인식을 시켜주기 위해서였어요. 애초에는 여름에 찍을 생각이라서 영화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옷이 벗겨져 나가고 찢어지고 나중에는 완전히 벗겨진 모습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12월 초에 찍었으니 여름에도 추운데 그건 무리라서 설정이 없어지고 첫 장면에서 민소매를 입고 노출한 거죠.”

안성기의 상의탈의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야성적인 액션은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영화에서 안성기는 엽사들의 총을 빼앗아 허리에 두르고 마치 ‘람보’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발견한 엽사는 실제로 그를 향해 “뭐야? 람보야?”라고 말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원래는 대사로는 없고 지문에 ‘마치 람보처럼’이라고 적혀있는데 애드리브로 대사가 나오는 바람에 의외로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완성됐어요. 영화의 재미로 보면 오히려 좋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기성이 정신적으로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단순한 람보 영감은 아닌 것 같고 ‘아주 고독하고 고민 많은 람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사냥’에서 안성기가 연기한 기성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액션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안성기는 “마음 졸이며 보게 되는 추격전은 물론 욕망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잔인함과 인간성의 회복을 느낄 수 있다”며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안성기는 함께한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진웅, 권율, 한예리 등의 배우는 물론 비중이 작은 역할까지 언급하며 영화계의 변화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한국 영화가 이제 조연 분들이 진짜 연기를 잘해요. 영화 전체 이야기라든지 구성을 단단하게 해줘서 영화가 허술하지 않아. 예전에는 주인공 위주로 해서 조연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지금과는 연기력에 있어 차이가 많았죠. 바로 감정과 갈등의 긴장감이 푹 꺼져서 이야기가 느슨해졌는데 요새는 조연하는 분들이 단단하게 영화를 잘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최근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충무로에 여배우가 부족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신예의 등장 혹은 재발견을 통해 기근을 해결했다. 이제는 영화에서 여배우가 전체적인 스토리에 있어 장치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벗어나 전면에 나서 극을 이끈다. 안성기를 통해 완성된 ‘사냥’은 노년의 배우도 여전히 극의 중심을 충분히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는 작품이 됐다.

“감독 분들도 60대 감독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손을 꼽잖아요. 배우도 꾸준히 영화 작품을 하는 선배님은 거의 안 계시는 것 같아. 다들 오랜만에 한 작품씩 하고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이번 영화가 기획이 됐다는 것이 영화계에서 배우의 영역이 확대되는 느낌이 있어서 굉장히 좋고 꼭 성공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생겨요. 다양한 인물이 기획되고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안성기는 촬영현장에 30분 일찍 도착해 촬영을 준비했다. 너무 일찍 오는 선배 때문에 가끔은 일부러 시간을 늦게 알려줄 정도. 60여년을 영화계에 몸담으며 매번 오는 현장이지만 여전히 국민배우는 현장이 설렌다.

“현장에 일찍 가는 건 막 설레서 그런 것 같아. 이번 영화는 뭔가 몸도 풀어야 할 것 같아서 좀 더 일직 움직인 감도 있어요. 사실 후배들이 부담이 됐겠지만 처음에만 그랬고 나중에는 큰 부담 안 가졌을 거예요. 내가 그건 걸로 부담을 주거나 지적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각자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편하게 했죠. 촬영장이 가장 행복해요. 얼마나 힘들 건 간에 촬영장에서 촬영을 기다릴 때도 그렇고 연기를 할 때도 항상 좋아요. 행복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