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비밀은 없다’ 손예진 “연기 변신,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
[SS인터뷰] ‘비밀은 없다’ 손예진 “연기 변신,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
  • 승인 2016.06.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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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를 거예요.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영화 ‘비밀은 없다’를 통해 손예진이 이전과는 다른 얼굴을 선보인다.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는 갑작스럽게 딸이 사라진 후 선거에 더 집중하는 남편 종찬(김주혁 분)과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하는 아내 연홍(손예진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에는 ‘손예진의 광기어린 연기’라는 평이 쏟아졌다.

‘비밀은 없다’는 ‘미쓰 홍당무’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경미 감독의 차기작으로 독특한 연출 방식이 그대로 이어진다. 생소한 영상과 음악은 물론 손예진이 그리는 연홍의 감정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청순의 대명사로 불리던 손예진은 중학생 딸을 둔 엄마로 변신해 사건을 마구 휘젓고 감정을 극한까지 표출한다. 실종된 딸을 찾아가는 소재의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과 손예진의 연기는 완전히 새롭다.

“아이를 찾아 나서고 진실을 하나씩 접하면서 일반적이지 않죠. 감정이 극한을 오락가락 해요. 어떨 땐 차분하다가 어떨 때는 집착하는 게 연홍의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그 매력을 조금이라도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이지만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이에요. 아이와 남편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이고 표현은 전형적이지 않고 생소하지만 분명 연민이 느껴지고 공감되는 지점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손예진의 색다른 도전에는 공효진의 조언이 있었다. 손예진은 작품을 앞두고 공효진에게 이경미 감독에 관해 물었다. 손예진은 “(공효진) 언니가 찍을 때는 괴롭지만 끝나면 좋을 거라고 말해줬어요”라며 감독과의 촬영 과정을 회상했다.

“이번에는 영화 자체도 지독하고 감독님이 장면마다 어떤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게 정확히 있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고통스럽고 과정이 쉽지 않지만 같이 작업하면서 즐길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연기와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 연홍을 찾아가는데 있어서 차이를 발견했죠. 10번 넘게 촬영한 장면도 있어요. 항상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제가 다시하자고 한 적도 많았고요. 대다수를 그렇게 힘들게 찍었던 것 같아요.”

촬영 기간 동안 이경미 감독과 손예진은 집요하게 ‘연홍’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 관객들은 얽히고설킨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02분으로 최근 개봉한 작품들이 2시간을 넘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짧다. 손예진은 “배우로서는 편집된 장면들이 아쉽지만 덕분에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완성됐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내내 어두운 모습을 보이는 손예진은 새로운 방식의 폭력과 감정을 드러낸다. 극적인 감정과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손예진은 촬영 외에는 계속해서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어두운 내용의 영화를 몇 개월 찍으면서 계속 그 감정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힘든 작업인 것 같아요. 에너지를 발산해야하는데 지치면 안 되니 조절을 잘해야 했어요. 힘이 있어야 악을 쓰잖아요. 그래서 촬영하고 쉬는 시간에는 밝게 있고 함께 게임도 하면서 중간 중간 뇌를 비웠어요.”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손예진은 한해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대중들과 제작자는 꾸준히 손예진을 원했고 그녀는 꾸준히 기대에 부응해왔다.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책임감이 생겨요. 내 이름을 보고 관객들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점점 생기고 이전보다 나은 연기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무게감도 느껴지지만 이는 개봉을 앞두고 갖는 생각이지 작품을 선택할 때는 제가 공감하고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요. 물론 장르나 상업성을 떠나서 관객들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

영화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을 통해 손예진은 청순의 대명사가 됐다. 손예진의 가녀린 모습에 사람들은 각자의 첫사랑을 떠올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손예진은 그런 자신의 이미지를 서서히 지워갔다. 손예진의 변화는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 여성 캐릭터가 서있는 지점의 변화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여성 캐릭터들의 대다수가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아픈 느낌이었어요. 그 모습은 정말 드라마든 영화든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독립적이고 남자보다 강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요. 시대의 흐름이 바뀐 게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건들면 울 것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보니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변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흐름상에서 같이 가고 있는 거죠.”

‘비밀은 없다’는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엄마와 딸의 사랑, 부부의 사랑이 독특한 방식으로 뒤섞여 있다. 끝으로 손예진은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특별함은 상황 속에 놓인 캐릭터들의 독특한 변주예요”라며 “한번쯤은 ‘비밀은 없다’ 같은 스타일의 영화를 보셔도 후회하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라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퍼스트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