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배우 윤소희가 ‘기억’으로 선물 받은 것
[SS인터뷰] 배우 윤소희가 ‘기억’으로 선물 받은 것
  • 승인 2016.05.1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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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드라마가 끝났다.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남자의 절절한 사연인 줄만 알았던 드라마는 추리도 있었고, 무엇보다 용서와 행복이 있었다. tvN ‘기억’은 지난 7일 종영을 맞았다. 박태석(이성민 분)이 일하는 로펌의 직원 봉선화 역을 맡은 윤소희를 만났다. 

‘기억’은 마지막회에서 희망을 남겼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박태석에게는 가족과 동료가 함께였다. 종영이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만났기에 드라마의 여운이 더 짙게 느껴질 터였다. 종영소감은 생략하고, 마지막 회에 대한 이야기를 던졌다.

“마지막회는 대본을 볼 때도 감동을 받았어요. 다른 회차는 긴장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지 못했는데, 매회 가슴이 아프고 슬픈 내용이 있잖아요.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화가 모든 상황을 보는 게 아니니까요.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마지막 회는 승호부터 전부 다 그랬어요. 마음 편하게 문 잠그고 울면서 봤죠. 마지막 회에서 결말이 없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박태석의 말에 중점을 뒀어요. 특히 나은선이 승호에게 하는 말이 마음이 아팠어요. 박태석은 승호한테 따뜻한 말을 한 건 아니었거든요. 은선이가 승호를 찾아가 ‘난 동우가 너한테 상처가 아니라 희망이길 바래’란 말을 하잖아요. 승호의 잘못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만 다 보듬어줘서 좋았어요.”

   
 

극중 소개를 보면 봉선화는 여대를 졸업해 단 한 번의 사법고시에 실패하자 곧바로 포기하고 태선로펌에 사무원으로 입사한 인물. 미모가 뛰어나고 사람을 보는 통찰력이 있다. 쉬운 상대도 아니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기억’을 보는 내내 여자지만 봉선화에 빠졌다. 센스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적재적소에 끼어들어 상황을 정리하는 스킬은 특히 더 탐났다.

“선화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요. 똑똑하고 야무지니까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태석과 정진 관계에서 더 완벽했던 거 같아요. 태석이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알고 나서 상사라기보다 엄마가 아이를 챙길 때 느낌이 강했어요. 신경을 많이 쓰니까 태석이 관련된 부분에서 민감하게 굴고, 언제 기억을 잃을지 모르니까 불안했던 거죠. 저 사람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런 센스 아닌 센스가 발휘되는 것 같아요.”

봉선화는 서영주(김지수 분)에게 박태석이 알츠하이머란 것을 알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혹시, 설마 했던 의심이 사실이 되던 순간이었다. 봉선화에게 상사 박태석은 어떤 존재였기에 그의 알츠하이머 진단에 눈물을 쏟았을까?

“봉선화가 법은 믿지 않지만 정의는 믿는다고 한 말 때문에 박태석이 사무원으로 합격을 시켰죠. 그때부터 봉선화가 박태석을 믿고 따르게 됐어요. 감독님이 그 말을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태석의 본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더 눈물이 났어요. 대본에 ‘정말 서럽게 운다’라고 적혀있었어요. 서영주가 ‘알츠하이머에요’ 라고 말할 때는 울지 않으려고 했어요. ‘부인 앞에서 내가 왜 울어’ ‘진상이야’ 이렇게요. 감정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짧고 굵게 지나갔는데 그 장면이 태석에 대한 선화의 애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김지수의 대사, 윤소희의 눈물만 있을 뿐인데 보는 사람도 어딘가 모르게 슬퍼졌다. 그래선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다음 장면에서 쏙 들어갔다. 정진(이준호 분)이 “누가 울렸냐”고 묻자 봉선화는 “무슨 상관이냐”고 받아쳤다. 정진은 말을 더듬으며 “우리는 직장동료고”라며 당황했다. 어리숙한 모습에 봉선화도 웃었고 시청자도 웃었다. 봉선화는 정진 머리 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지만 둘은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기억’ 제작발표회 때 봉선화와 정진을 보고 누가 덤인지 더머인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근데 전 제가 당연히 덤이고 정진이 더머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더머같은 거예요. 이성민 선배님도 ‘그렇게 말하는 네가 더머’라고요(웃음). 준호오빠, 이성민 선배의 극중 모습이 실제 저희 성격을 작가님이 반영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어요. 이성민 선배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네 마음대로 해라. 나도 내 마음대로 하잖아’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방송으로 보니까 정진과 봉선화가 경직돼 있기 않고 더 풋풋해 보였어요. 준호 오빠와 의견 교류를 많이 했고요.”

   
 

‘기억’은 어디 하나 구멍이 없는 드라마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김지우 작가의 대본, 박찬홍 감독의 연출이 만나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했다. 윤소희는 촬영장을 가는 날이 하루라도 즐겁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촬영 초반 ‘기억’은 윤소희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얻은 게 더 많다.

“박찬홍 감독님이 혼낼 때는 혼내시고 칭찬할 때는 칭찬해주세요. 초반에 제가 혼날 행동을 많이 했어요. 너무 긴장하고 떨어져 방금한 말을 잊고,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래서 혼이 많이 났죠. 이성민 선배님도 많이 도와주시고 왜 그러는지 아니까요. 감독님이 ‘박태석 어딨어? 가봐라’라면 이성민 선배님이 저한테 오셨어요. 저 때문에 선배님까지 힘드셨어요. 선배님이 정말 다정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시고 그렇게 하라고 격려해주시면 저도 마음이 편해지고 하려고 했던 걸 해냈어요. 아까보다 나아졌으니 감독님도 ‘OK’를 해주시고. 선배님이 ‘좋은데’이러면 감독님도 ‘성민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라고 하셨어요.”

윤소희의 말을 들어보면 ‘기억’은 드라마만큼이나 현장도 따뜻했다. 호랑이 같던 박찬홍 감독도 윤소희에게 “선화공주 왔어. 선화공주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며 아낌없이 예뻐했다. 윤소희는 “박찬홍 감독님이 제가 실수를 하는 날이면 ‘두번 째 로 예뻐’라고 하셨어요. 혼나는 게 줄어들면서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 선화공주가 제일 예뻐’라면서 예뻐해 주셨어요. 준호오빠도 정말 예쁨 받았어요. 저희 둘을 불러 ‘다른 사람에게 너는 내 딸이고 아들이라고 할 거다. 너희가 아니라고 하면 가만 안둔다’라고 하시면서 안아줬는데 정말 아빠 같고 든든해요”라며 박찬홍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2013년 ‘칼과 꽃’으로 시작해 ‘식샤를 합시다’ ‘빅맨’ ‘연애 말고 결혼’ ‘비밀의 문’ ‘사랑하는 은동아’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을 했다.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 ‘기억’은 윤소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래서 ‘기억’을 인생작으로 꼽는다.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예쁨 받은 사실 만으로도 이제 어딜 가든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연기를 대하는 태도, 임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어요. 배운 것도 많고요. 연기 뿐 아니라 제 자신도 성숙해 졌고요. 감독님부터 선배, 동료 배우들, 촬영감독님, 오디오 스태프까지 단 한분도 빠짐없이 좋았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이런 현장이 다시 있기 힘들 거예요. 이런 걸 일찍 경험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적절한 시기에 제가 받은 선물같아요. 제게는 인생작이죠.”

아직 24살인 윤소희는 기대하는 게 많다.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는 “박진희 선배님이 말씀하셨어요. 여배우는 27살이 넘어가기 시작해야 연기자로 물이 오른다고요. 서른 넷이 되면 어느 정도, 여러 가지 면에서 완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때쯤에는 여배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수 있게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배우 뿐 아니라 제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경제적이든 제게 있는 능력이든요. 방법을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회는 바꾸지 못해도 소수라도 좋아요. 그래서 늦어도 하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