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해어화’ 유연석, 밀크남에서 배신남으로…‘이유 있는 변심’
[SS인터뷰] ‘해어화’ 유연석, 밀크남에서 배신남으로…‘이유 있는 변심’
  • 승인 2016.04.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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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유연석은 절절한 순정남을 연기했다. ‘밀크남’이라는 부드러운 애칭으로 불리게 된 유연석은 ‘그날의 분위기’에서 처음 보는 여성에게 원나잇을 제안하는 대담한 작업남으로 이미지 반전을 꾀했다. 이로도 부족했을까. 배우 유연석은 좀 더 솔직해졌다. ‘해어화’에서 유연석은 사랑의 약속을 저버린 배신남을 연기한다. 

대중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지고지순한 유연석을 사랑했지만 그에게는 선악이 공존한다.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서 모두의 첫사랑인 수지와 박보영을 괴롭히는 유연석은 순정과는 가장 반대편에 선 인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랑을 말하는 연기를 할 때 그의 눈빛에는 거짓이나 악함은 없다. 영화 ‘제보자’, ‘상의원’, ‘은밀한 유혹’, ‘뷰티인사이드’, 드라마 ‘맨도롱 또똣’,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까지.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며 과감히 자신의 선입견을 지우고 있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격동의 시기에 윤우(유연석 분), 소율(한효주 분), 연희(천우희 분) 세 인물은 시대만큼이나 복잡하면서도 보편적인 감정과 관계를 그린다. ‘해어화’에서 윤우는 민중을 달래줄 노래인 ‘조선의 마음’을 완성하기 위한 목소리를 가진 연희에게 끌리며 소율은 질투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해어화’에서 작곡가로 나오는데 곡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극 중에서 제가 쓴 곡인데(웃음) 잘 나오길 기대했고 좋았어요. 혹여나 40년대 노래라서 지금 공감하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영화에서 윤우가 시대를 앞서가는 작곡가라서 그런지 지금 들어도 부담 없어서 좋았어요.

극 중 작곡가로서 두 여배우의 노래는 어땠나. 

전문적인 음악 이야기를 하긴 힘들지만 두 배우의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촬영하면서 진짜 이 배우들이 녹음한 게 맞나 의심할 정도로 정말 잘했어요. 영화 보시는 분들도 두 여배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녹음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돼요. 두 배우가 몇 달 동안 연습해서 녹음한 곡들이에요. 저 역시 온전히 제힘으로 피아노를 쳤으니 저희 영화에 나오는 음악적 부분에 관해서는 의심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윤우는 연인을 배신하고 새로운 사랑에 흔들린다. 여성관객들의 욕을 먹을 것 같은데.

사실 영화에 몇몇 장면이 생략돼서 그런데 제가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할 때는 윤우가 연희에게 마음을 주는 일련의 과정에 개연성을 주는 신이 있었어요. 그게 생략이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윤우는 연희라는 사람을 자신이 가장 만들고 싶은 곡을 완성하는 뮤즈로서 마음이 갔던 거예요. 그 이후에 연희와 서로 연민을 느끼고 마음이 가는 상황이 몇 개 있었어요. 그게 조금 생략되다 보니 갑자기 변심한 남자처럼 보이더라고요. 소율의 감정으로 따라가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생략된 부분이 궁금하다.

윤우와 연희가 곡 작업을 하면서 사이가 조금 틀어져요. 녹음이 완성되지 않고 소통도 되지 않아 연희를 가시꽃 같은 여자라고 생각하죠. 그런 와중에 연희를 집을 데려다줄 때 아버지가 불쑥 나와서 돈을 요구하고 제가 보는 앞에서 연희를 때려요. 그리고 연희가 말해요. ‘지금 이게 진짜 조선이다. 돈 몇 푼에 딸내미도 팔아넘기는 것이 조선이다’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윤우가 많은 것을 느끼고 ‘조선의 마음’을 다시 써요. 그런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며 연민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깊어진 거죠.

개인적으로 소율과의 약속을 지키길 바랐나?

개인적으로는 윤우가 본인의 사랑을 지켰으면 했죠. 윤우라는 인물은 자신의 의지로 마음을 바꾸고 약속을 지키려는 인물 같지 않아요. 작곡가로서 시대를 살아갔고 그런 운명에 놓인 인물 같아요. 사실 당대 작곡가들이 뮤즈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해어화’에서 두 여배우에게 노래가 있었다면 유연석에겐 연주가 있었다. 술에 취해 일본군 앞에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래 앵글이 옮겨가는 상황에 피아노 연주를 하면 가이드가 될 수 있는 노래를 틀어놓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아리랑을 연주하던 장면은 일본군에게 중간에 저지를 당해서 연주가 틀릴 수도 있고 리듬이 바뀔 수 있었죠. 더군다나 술에도 취해있어서 제 감정대로 직접 연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준비했죠. 다른 음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가 계속 라이브 연주하면서 완성 시킨 신이에요. 현장음 그대로 영화에 나와요.

‘해어화’는 음악도 아름답지만, 특히 미술적인 부분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의상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그전 작품에서 딱 떨어지는 슈트핏의 의상이 많이 입었다면 윤우는 넉넉하고 편안한 느낌의 슈트를 입었어요. 신경 쓰지 않은 듯 보이는 멋스러움이 있으면 했어요. 예를 들면 피아노 연주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접어 올린 셔츠 소매가 멋있었으면 했죠. 세트도 정말 좋았어요. 1940년대 배경 안에서 소율과 연희가 한복까지 차려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세트장에 지나가는 전차 많이 찍었고요. 잘 나온 사진들은 우희 씨, 효주 씨한테 선물도 했죠.

   
 

질투라는 보편적인 감정이 세 사람의 관계에 많은 변화를 줬다. 배우로서 다른 배우에게 질투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질투라는 게 어찌 보면 신선한 자극제일 때가 있어요. 배우를 하면서도 그렇고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신선한 자극을 받게 돼요. 천우희, 한효주 씨에게도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훌륭한 배우예요. 우선 연기할 때 굉장히 매너가 좋고 사람 자체도 편안하고 착해요.

‘해어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남기고 싶나.

결국에 이 영화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두 모차르트의 이야기에요. 하지만 한 명은 본인의 재능을 믿지 못했죠. 인물들의 비극적인 운명과 회한이기도 하니 보시는 분들도 본인이 가진 재능 혹은 사랑에 관해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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