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글로리데이’, 찬란한 줄 알았던 청춘들의 아픈 성인식
[리뷰] ‘글로리데이’, 찬란한 줄 알았던 청춘들의 아픈 성인식
  • 승인 2016.03.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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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글로리데이’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네 친구들이 보인다. 스무 살, 이제 그들은 운전을 할 수 있고 당당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 앞 다투어 뛰는 네 청춘은 카메라를 향해 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따라오라며 손짓한다. 그들의 앞에는 밝은 태양 빛이 보인다. 누구보다 찬란하고 푸른 청춘의 나날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몇 시간 후 그들은 급격히 도주하는 청춘이 된다.

영화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의 하루를 그린 청춘영화다. 용비(지수 분), 지공(류준열 분), 두만(김희찬 분)은 입대를 앞둔 상우(김준면 분)의 배웅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영화 초반 ‘글로리데이’는 네 친구들에게 놓인 일상을 그린다. 평화롭지만 답답한 생활 속에서 네 친구는 친구의 입대를 빌미로 오랜만에 자유를 느낀다.

덜컹거리는 차를 겨우겨우 운전해 포항에 도착한 친구들은 해변에서 지나가는 여성에 정신이 팔리기도 하고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자며 건배를 한다. 여느 스무 살과 다르지 않던 친구들은 그날 밤 한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여성을 발견한다.

글로리한 나날을 기대하던 스무 살 친구들은 여성을 구하기 위해 남성과 다투다 사건에 휘말린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용의자가 돼 경찰들에게 쫓긴다. 사소한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사건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 영화 ‘글로리데이’

‘글로리데이’는 찬란함과는 거리가 먼 청춘들의 아픈 성인식을 그린다. ‘성인’이란 단어가 어색한 이들에게 어른들은 그들의 배경으로 등급을 매기며 차별을 가르친다. ‘진실’이 아닌 ‘사실’을 원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들의 생리에 따라 변모되는 사건들에 청춘들은 맥없이 무너진다. ‘영광의 날’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던 청춘들에게 어른들이 보여주는 성인의 나날은 강압적이고 비겁하기까지 하다.

청춘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외친다. 하지만 어른들은 법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경찰들은 자초지정을 들으려 하지 않고 얼굴만 보면 안다며 무시한다. 그들에게 네 친구들의 진실은 수많은 일상 중 하나이며 야식 메뉴를 고르는 정도의 무게다. 부모들 역시 그들의 진실은 묻지 않는다. 단지 ‘미래’를 생각하라며 ‘현재’ 그들의 우정을 배신하라고 강요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고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야하는 것이 어른의 나날일까. 부조리에 고개 숙이고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아픈 성인식에 청춘의 눈은 빛을 잃었다.

감독의 캐스팅은 ‘역대급 심미안’이라는 말을 듣기 충분하다. 네 주연배우는 왜 그들이 ‘라이징스타’인지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친다. 3월 24일 개봉.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영화 ‘글로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