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문근영②] 29살 문근영이 지난날의 문근영에게
[SS인터뷰-문근영②] 29살 문근영이 지난날의 문근영에게
  • 승인 2015.12.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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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의 문근영. 29살의 문근영. 13살에 연기를 시작한 문근영이 벌써 29살이 됐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문근영이 종영을 맞아 기자들과 마주했다. 5~6년 만에 여러 매체들의 기자들과 함께 한 인터뷰라고 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비슷하듯 문근영의 인터뷰로 동안의 연기 생활을 돌아보고 30대를 맞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여러 차례 반복된 질문이 식상하지 않을까 했지만 문근영은 길게 또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갔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정도로.

문근영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적이 없지만 문근영의 이름은 프로그램에 몇 번 등장한 적이 있다. 가수 로이킴이 그랬고, 배우 차순배는 문근영의 성대모사까지 했다. 특히 로이킴은 문근영의 주량을 폭로했다.

“‘사도’ 팀이 항상 밤에 모여서 술을 마셔요. 촬영이 있으면 저도 같이 마시죠. 여자 배우가 촬영이 없으면 남자들뿐이에요. 차순배 선배가 제 성대모사를 하면서 위안을 삼았다고 하더라고요. 컬러링 북을 했다고 하는데 콘티에 색칠을 한 거에요. 그걸 흉내냈다고(웃음). 로이킴한테는 방송 후에 문자를 보냈더니 죄송하다고. 이야기 크게 나올 줄 몰랐다고 했어요. 웃고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죠.”

문근영은 10대 때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흥행시키며 ‘국민여동생’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 타이틀을 여러 해 동안 안고 살며 인기를 얻고 흥행작도 생겼지만 누군가에게 ‘국민 여동생’을 물려줘야 한다?

“굳이 그 타이틀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고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문근영’으로 살기란?

“지금은 살만하고 얘기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국민 여동생 때문일 수도 있고, 제게 거는 기대치와 바라보는 잣대가 있었어요. 답답하기도 하고 무서운 게 많아 겁이 났어요. 시간이 지나고 저도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은 벗겨져 가고 있어요. 지금의 저는 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요. 문근영으로 사는 것 나쁘지 않아요. 살만해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아요.”

10대의 절반을 넘게 연기를 하면서 살았고 20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근영의 고등학교 졸업, 대학입학은 대중들의 관심사였다. 그러는 문근영이 대학을 입학하고, 10대 때와는 다른 필모그라피를 만들어 갔다. 20대를 돌아보면 어떠냐는 질문에 문근영은 “짠하다”라고 답했다.

“가장 반짝 거리고 빛나야할 때였다. 마음껏 빛나지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여전히 저는 어리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20대는 더 그랬어요. 그렇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 거릴 수 있는 부분은 한 부분 밖에 없어요. 그 한 부분이라는 게 국민 여동생 타이틀, 그 안에서 빛을 낼 수가 없어요. 그게 답답하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죠. 지금은 확실히 벗어난 것 같아요. 내가 자유로워지니까 앞으로 가야할 배우의 길도 자유로워 졌죠. 시기는 작년, 올해 초? 얼마 안됐어요.”

이런 생각은 작품을 결정 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어린신부’ ‘매리는 외박중’ ‘청담동 앨리스’ ‘불의 여신 정이’ 등 문근영이 선택한 작품은 타이틀롤이 많았지만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달랐다. 여러 사람을 중심으로 극을 풀어 나가고 문근영이 연기한 한소윤은 화자에 가까웠다.

“작품에 영향을 미쳤어요. 나에 대한 자신감 믿음 의지력이 생긴 것 같아요. 내 스스로가 의심스러우니까…. 과거에는 내가 작품을 선택했을 때 누군가가 반대를 하면 그런가?하고 포기했어요. 이제는 달라졌거든요. ‘할래? 할거야?’라고 누가 물으면 ‘말리지마’라고 했어요. 나는 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반대에 수긍하고 선택했어요.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나? 싶더라고요. 과거에는 수동적이었다면 지금은 능동적이 됐어요.”

   
 

20대로 지낼 날이 한 달 여 남은 12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어떻게 보면 낡고 지루한 표현이 있다. 문근영도 곧 서른을 맞지만 설레고 기대가 더 크다.

“기대돼요. 30대의 내가 기대된다. 혹은 마음이 자유로워진 내가 기대가 돼요.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문근영은 독립을 앞두고 있다. 지방이 고향인 문근영은 그동안 할머니와 지냈지만 이제 ‘나만의 공간’을 기다리는 29살의 평범한 여자다.

“할머니가 허락을 하셨어요. 지금까지는 할머니가 근영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라고 하셨거든요. 할머니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도 독립해서 의지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너무나 쉽게 독립이란 걸 얻어 냈어요(웃음). 다락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거라 힘들 것 같아요. 대신 방 한곳에 파티션처럼 구분해서 야경을 보면서 술을 마시고 방안의 방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에요.”

힘들 때는 ‘가을동화’ ‘어린신부’를 왜 찍었을까 후회할 때도 있었다. 이런 작품들을 안했다면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은 가긴 갔을 거고, 그러다 연기를 해도 나쁘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지나온 일,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라고. 20대의 끝자락에선 문근영은 20대의 문근영에게 스스로를 향한 위로, 칭찬을 했다.

“고생했다, 고생했어, 고생했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