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문근영①] ‘마을’ 문근영이 말하는 아치아라의 진짜 괴물
[SS인터뷰-문근영①] ‘마을’ 문근영이 말하는 아치아라의 진짜 괴물
  • 승인 2015.12.0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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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일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연출 이용석|극본 도현정)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이끌어 온 큰 줄기인 김혜진(장희진 분)을 죽인 범인은 남씨 부인이었고 친엄마 윤지숙(신은경 분)은 살인미수, 시체유기 혐의를 받았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화자 한소윤을 연기한 문근영은 드라마의 출발을 알리는 제작발표회에서 “한 개의 퍼즐들이 잘 맞춰져 큰 그림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결과는 성공적. 

‘마을-아치라아의 비밀’ 종영 후 속초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문근영은 한소윤, 아치아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자들과 마주했다. 시청률에서는 고전했지만 문근영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마무리한 소감으로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가장 좋은 것은 제가 바랐던 것처럼 16부까지 잘 마무리가 된 거 에요.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많은 분이 드라마를 좋게 평가하고 좋은 말을 해줘서 그게 가장 뿌듯하고 기뻐요.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감독 작가를 믿었다. 그 믿음에 보답해 주셔서 그게 가장 감사해요. 드라마를 보는 통로가 많으니까 시청률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젊은 세대들은 본방송이 아니어도 볼 방법이 많잖아요. 시청률은 안 나왔지만 체감은 15~20% 나온 드라마 같았어요. 사실 높은 연령층에는 불편하고 불친절한 드라마에요. 쉽지 않으니까요. 시청자가 매회 나오는 퍼즐 조각을 맞추는 건데 그렇게 보기에 좀 어려운 면이 있지 않았을까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16회를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다. 15회는 남씨 부인이 목격한 상황(윤지숙이 김혜진의 목을 조르는 상황)으로 엔딩을 맞았다. 16회에서는 김혜진이 진짜 그리워한 것은 결국 가족이었다는 게 나왔다. ‘아치아라의 비밀’이 전부 밝혀진 것. 16부를 달려오는 동안 시청자뿐 아니라 배우들도 범인과 엔딩에 대한 많은 추측을 내놨다.

“16부가 어떻게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16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드라마에 대한 마지막이 결정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정리되길 바라지 않았어요. 16부 대본을 받고 처음 드는 생각이 ‘이 회를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구나’ 였어요. 소윤이도 지금까지 감정을 누르고 삭혔구나 싶었죠.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엔딩이었어요. 정리될 것은 정리가 되고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있잖아요. 드라마 마니아에게는 시즌2 기대감도 심어줬고요. 여러모로 잘 정돈된 대본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인터뷰하신 것을 봤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드라마가 주고자 한 메시지는 ‘작은 불의를 눈감으면 큰 불의도 눈감는다’는 거죠. 저도 동감을 해요. 드라마 속 비극이 그렇게 시작됐으니까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의 결말은 현실 적이다. 피해자는 고통 받고 있지만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일간지 사회면에 나올 법한 일들이 아치아라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아치아라의 일상은 유지되고 있었다. 어쩌면 김혜진이 그토록 찾은 ‘괴물’들 때문에 그 일상이라고 믿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가능했다.

“16부를 보면서 정말 슬펐어요. 16부회에 소윤이 마지막 대사 중에 죄인은 잡지 못했다는 게 나와요.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죠. 억울한데 현실이잖아요. 마을이 한 사회의 축소판이에요. 마을 사람들 전부가 괴물이라고 생각해요. 침묵한 사람들 마을 자체가 괴물이 아닐까요? 싶다. 남씨가 범인으로 몰려서 현장 검증을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비난하죠. 저는 그 장면을 멀찍이서 보면서 ‘남씨가 범인이 아니면 어쩌려고 하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이미 남씨가 범인이 아닌 것을 알았으니까 마을 사람들이 무섭더라고요. 쉽게 끓고 쉽게 수그러드는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잖아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죄인으로 만드는 것도 우리 사회의 모습이고요. 마을이라는 구성원 안에 속하는 사람들, 마을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진짜 괴물이 아닐까요?”

16회 엔딩이 마음에 들었지만 문근영의 예상을 빗나간 게 하나 있다. 바로 한소윤의 캐나다 행. 마을 사람들의 바람대로 한소윤은 아치라아를 떠나 캐나다행을 결심했다. 모든 사실을 밝힌 뒤라 시기는 늦었지만 어쨌든 마을을 떠났다.

“마을을 떠날 줄은 몰랐어요. 모든 것을 밝히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박 순경(육성재 분)과 ‘썸’이라도 탈 줄 알았는데(웃음)….”

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박우재 순경과 ‘썸’이 없던 것에 아쉬움은 없다.

“저는 그게 있으면 힘들 것 같았어요. 사건을 따라가는데 거기에 연애까지 하면….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무조건 러브라인은 없어야 한다고 했어요. 감독님도 ‘우리는 범인 잡으면서 연애하지 말자’고 했어요. 아쉽거나 속상하지 않아요.”

   
 

‘마을-아치아라’를 통해 한소윤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한소윤만큼 여러 사람을 만난 인물도 없을 거다. 약국의 약사, 대광목재의 남씨, 그리고 남씨 부인,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물론이었다. 여러 배우를 만난 것은 문근영에게 배움이었고 자극이었다.

“드라마 현장이라는 게 여유롭지 않잖아요. 순발력이라는 게 생겼어요. 배우마다 호흡이 다른데 그걸 맞추면서 고민하고 함께 소통하는 게 재미있고 자극이 됐어요. 그걸 결과로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일반적인 주인공은 사건이 주인공에게서 일어나고 몸을 쓰고,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데 한소윤은 듣는 경우가 많았죠. 힘이 들지는 않았어요. 책임감이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극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죠. 바라보니까 보이기 시작하고 메우려고 했어요.”

‘마을-아치라아의 비밀’ 전 문근영의 필모그래프를 보면 이번 작품 선택의 배경이 궁금해 진다. 로맨스가 주를 이루지도 않고, 문근영이 전면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문근영은 시청자와 함께 관찰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선택을 하는 기준이 달라 지지 않았어요. 다만 선택하는데 편해진 것은 있어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촬영을 며칠 앞두고 ‘드라마 선택하는 게 쉬웠나?’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생각해보면 예전보다 선택이 두렵거나 걱정되는 게 많이 없어졌어요. 그 이유는 만들고 찾자면 있긴 할 텐데…. 마음이 편안해졌죠. 느긋해졌다고 해야 하나? 뭐가 무서웠는지 모르겠지만…. 겁이 없어진 것과는 다르고요. 짬빰?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 문근영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