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C형간염 감염자 45명으로 늘어… 국내 7년새 2만명↑, 부산·전남·경남 유병률 높아
양천구 C형간염 감염자 45명으로 늘어… 국내 7년새 2만명↑, 부산·전남·경남 유병률 높아
  • 승인 2015.11.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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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구 C형간염 감염자 이틀새 45명으로 늘어, 모두 수액주사 투여

양천구 C형간염 감염자 이틀새 45명으로 늘어

- 모두 수액주사 투여 “보균자 이번에 알았다”

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 감염자가 총 45명으로 늘었다. 이는 처음 보건당국이 18명 발생했다고 밝혔던 이틀 전보다 27명 늘어난 수치다.

22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양천구에 따르면 2008년 5월 이후 ‘다나의원’ 이용자 2269명이 확인돼 C형간염 확인검사(항체)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날까지 총 45명의 감염자를 확인했다. 이들 모두 이번 검사를 통해 C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5명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돼 현재 감염 중인 상태며 나머지 30명은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중증 합병증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C형간염의 발생원인 및 전파경로 추정을 위해 다나의원 관련자 면담 및 의무기록 조사와 의원 내 의약품 및 의료기구 등 환경검체에 대한 C형간염 바이러스 확인 검사를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항체양성자 45명은 모두 다나의원에서 수액주사(정맥주사)를 투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중 상당수(25명)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다나의원을 이용했다.

방역당국은 환경검체와 인체검체 일부에서 동일한 유전형(1b형)의 C형간염 바이러스가 나와, 수액제재 처방(정맥주사용 의약품 혼합제재) 등과 관련한 처치과정에서 혈류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양천구보건소는 지난 20일부터 다나의원과 연관된 이용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해당 의원에서 주사 처방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 보건소를 방문해 C형간염 확인검사를 받도록(무료) 안내하고 있다.

주민 편의를 위해 주말에도 보건소 검사실을 운영(평일·주말 09:00~21:00) 중으로, 검사결과는 확인되는 즉시 개별 통지하고 있다. 양성으로 확인된 자들에게는 의료기관의 진료를 권유하고 이와 관련한 건강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2008년 이후 다나의원에서 주사 처방을 받은 환자는 전화(양천구보건소 02-2620-4920~9, 질본 국번없이 109)로도 신고할 수 있다. 이 병원은 신정2동에 '신세계의원'으로 개원한 뒤 같은 해 12월 '다나의원'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2010년 8월에는 신정2동 내 다른 장소로 이전했다.

- 국내 C형간염 크게 늘어 7년새 2만명 증가... 지역별 유병률 부산-전남-경남 순

한편 국내 C형 간염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병률은 지역별로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났다. 16개 시·도중에선 부산·전남·경남, 기초 자치구 중에선 진도(전남)·남해(경남)·부산 서구가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았다.

2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팀이 전국의 병·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20세이상 성인 C형 간염 환자의 진료 기록 8년치(2005∼2012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2012년에 국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C형 간염 환자 수는 7만3502명(유병률 0.18%)에 달했다. 2005년 5만2515명(유병률 0.14%)에 비해 2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성별론 C형 간염 유병률(0.19%, 여 0.18%, 이하 2012년 기준)이 엇비슷했으나 지역별·연령대별론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16개 광역 지자체(시·도, 세종시 제외) 가운데 C형 간염 유병률 1위는 부산(0.35%)이고 전남(0.29%), 경남(0.25%)이 그 뒤를 이었다. 광역 지자체 중 유병률이 최저인 곳은 충남(0.06%)으로 부산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서울(0.19%)·경기(0.12%)·인천(0.17%) 등 수도권은 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제주의 경우 2005년 0.15%에서 2012년 0.23%로 가장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한반도의 남부지역에서 C형 간염이 빈발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부산 등의 C형 간염 유병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진 못했다.

다만 기 교수는 "과거에 C형 간염이 일본에서 부산으로 전파됐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오염된 주사기 사용 등 마약 투약이 C형 간염의 감염 위험을 높이는 데 부산의 마약 투약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기초 지자체 중에서 C형 간염 유병률이 전국 최고인 곳은 전남 진도(0.97%)였다. 이어 경남 남해(0.9%)와 부산 서구(0.86%) 순이었다. 진도의 경우 같은 전남의 순천(0.11%) 등에 비해 8배 이상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았다. 부산도 C형 간염 유병률이 최고인 서구(0.86%)와 최저인 사상구(0.28%)의 차이가 3배가량 벌어졌다.

기 교수는 "전남 진도·신안 등 해안·도서 지역의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것은 과거에 이 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침술·치아 치료가 무분별하고 비(非)위생적으로 이뤄졌던 것과 상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체액을 통해 옮겨지는 감염병이다. 과거엔 수혈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요즘은 수혈 전에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시행하므로 수혈에 의한 감염은 극히 드물다.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대개 비위생적인 주사 바늘·침·면도기·칫솔 등을 통해 감염된다.

기 교수는 "C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목욕탕 등에서 다른 사람의 면도기나 손톱깎이를 사용해선 안 된다"며 "일부 비위생적으로 시술되는 문신·피어싱을 통한 감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아직 효과적인 예방 백신은 없으나 합병증 발생 이전에 조기 발견할 경우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간학회가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인 '임상분자간학'(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 최근호에 소개됐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 /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