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악의 연대기' 손현주 "거짓 연기, 관객들은 다 알아요"
[SS인터뷰] '악의 연대기' 손현주 "거짓 연기, 관객들은 다 알아요"
  • 승인 2015.05.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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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주

[스타서울TV 김나라 기자]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강력계 형사 출신 백홍석 역을 맡아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던 손현주가 14일 개봉되는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에서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손현주가 연기하는 최창식 반장은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고 홀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간다. 진범을 찾아야 하는 의무와 사건을 덮어야 하는 내적 갈등을 겪으며 과거 순수하고 정의롭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눈빛에서부터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손현주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SSTV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숨기는 게 더 힘들었다”라며 고충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재밌게 봤던 시나리오인데 숨어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촬영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감정을 사람들한테 들키지 말아야한다고 덜 표현하자니 그것도 문제가 되고 이런 간극에서 줄타기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죠.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게 더 고충이었어요.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게 이 뜻이라는 걸 많이 느꼈죠.”

   
▲ '악의 연대기'에서 최창식 반장으로 분한 손현주

촬영이 끝난 뒤에도 최반장의 그늘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당시 갑상선암 수술 직후 촬영에 합류해 출연진 및 스태프들의 넘치는 배려로 ‘강제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숙소에 혼자 남아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 시기를 ‘유배’라고 표현할 정도로 씁쓸해했지만 최반장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사람들에게 ‘몸은 좀 어떠세요’라는 얘기를 매일 들으니까 그다지 좋은 말이 아니더라고요(웃음). 담배도 필 수 없고 술도 마실 수 없던 때라 방에서 무슨 유배당한 것처럼 지냈어요. 외로웠지만 이 기간이 연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죠. 라벤더 향초를 켜 놓은 방에서 대본을 읽고 내일의 스케줄을 확인한 뒤 책을 읽었어요. 하지만 책은 2~30페이지 정도 읽으면 졸린단 말이에요. 적당히 할 거 다했다고 생각하면 다시 또 시나리오로 손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몸과 마음 모두 작품에 내던진 그는 “거짓말하면 관객들은 다 안다”라며 “내 몸 아프다고 적당히 표현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리얼 액션 연기로 카메라 헤드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에 때를 때라고 못 느끼는 게 바로 최반장의 모습이에요. 순수했던 초임시절로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는 없고 현재 가진 것도 놓을 수 없고 그래서 결국 ‘이게 올바른 선택일 거야’라며 모든 걸 덮어버려요. 최종적으로 아마 ‘악의 연대기’는 죄를 저지르면 다 악한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같아요. 다른 영화들 같으면 악인은 악인, 의인은 의인으로 끝나는데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뭔가 여운이 남는 달까 찜찜해요. 관객분들이 우리 작품을 보고 자신을 스스로 한 번쯤 돌아볼 수 있지 않으냐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2013년 한국 스릴러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숨바꼭질’ 이후 2년 만에 손현주의 복귀가 더없이 반갑지만 ‘추적자 THE CHASER’ 이후 최근 몇 년간 그의 필모그래피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흑색뿐이다. 손현주는 자신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으며 어머니, 이모 팬들을 그리워했다.

“오늘 문득 샤워하면서 어머니 팬분들 곁을 제가 많이 떨어져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잘하고 있어?’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 요즘에는 ‘TV에 왜 안 나와?’ ‘활동 왜 안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바람피우는 연기도 하고 데릴사위 역할도 맡으며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았는데 어느 순간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3~4년 정도 하다 보니 감정선을 지치게 가진 것도 사실이고요. 엄마의 사랑이 그립기 시작했어요.”

솔직담백한 매력을 발산하며 진정성이 있는 연기력으로 24년간 대중을 웃고 울린 손현주.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매 작품 인상 깊은 연기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슬럼프?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손현주의 모습에서 남다른 연기 열정이 느껴졌다. 슬럼프보다는 ‘다음 작품이 뭐냐. 어떤 걸 준비해볼까’라는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저도 모르는 사이 벌써 이렇게 왔구나 싶어요. 1991년도에 무대에서 방송으로 진출해 현재까지 흐른 세월이 그렇게 길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 있죠? 잠깐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초심을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초심을 잃는다면 최창식 반장 같은 사람이 될 거에요(웃음). 대학로에는 항상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있어요.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야죠.”

사진 = 영화 '악의 연대기' 스틸,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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