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인터뷰] ‘살인의뢰’ 박성웅 “이중구도 조강천도 아닌, 이젠 옆집 형 되고싶다”
[SS 인터뷰] ‘살인의뢰’ 박성웅 “이중구도 조강천도 아닌, 이젠 옆집 형 되고싶다”
  • 승인 2015.04.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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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서울TV 권민정 기자] ‘이유 없는 악인’이다. 무차별적이고, 망설임이 없다. 영화 ‘살인의뢰’ 속 박성웅이 연기한 조강천의 모습이다.

   
 

“연쇄살인마인데, 이것보다 더한 악역이 있을까? 보통 연기를 하기 전 캐릭터에 대한 전사를 만드는 편이다.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 이십 대 때를 상상해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을 안 했다. 그래야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강천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강천을 분석하기보다는 아예 틀 속에 집어넣지 않는 쪽을 택했다. 아무런 틀도 없으니, 제약도 없어졌다.

“대사가 열 마디 남짓이다. 그것도 단답형으로. 촬영 현장에 대사 뉘앙스도 일부러 안 잡고 갔다. 캐릭터가 국한될까봐. 상대역이 대사를 치면 그 느낌 그대로, 현장에서 느낀 것을 바로 대사로 표현했다. 사실 대본에 대사보다는 ‘수식’이 많은 캐릭터다. ‘비릿하게 웃는다’거나 이런 것들 말이다. 저는 그래서 최대한 순진하게 웃는 쪽을 택했다. 최대한 순진하게 웃으면 더 나쁜놈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시에는 우리 아들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래야 최대한의 순진한 웃음이 나올 수 있으니까. 근데 나중에 편집해서 순진하게 웃는 장면을 보니까 내가 봐도 정말 ‘나쁜놈’이더라.”

실제로는 ‘나쁜놈’이 아닌 조금 더 센 비속어를 사용했다. 그의 거침없는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툭툭 던지는 말들이 가끔 강천을 떠올리게 해 인터뷰 도중 ‘움찔움찔’했다. 실제 그의 성격은 어떨까.

“어렸을 때부터 항상 키가 컸다. 근데 덩치만 컸지, 숙맥에 존재감 제로였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고는 사람들한테 쉽게 보이는 게 싫어서 말을 안 했다. 덩치도 크고 무표정으로 웃지도 않고 시키면 일만 하니까 아마 ‘쟤는 뭐지’ 싶었을 거다. 그리고 지방에서 상경하고 서울 친구들에게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무시당할까봐, 자기방어를 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오니까 그런 말투가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태왕사신기 때부터 좀 밝아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말도 많이 하고 썰렁한 농담도 던지고.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의 성격이 저랑 비슷하다. 거기서는 연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는 귀요미(?) 성향이 짙다. 지난 언론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손용호 감독이 ‘소녀감성’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던 그는 자신을 ‘상남자’라고 정정했다. 물론 남자다운 면모도 있지만, 영화 ‘신세계’에서 ‘살려는 드릴게’를 읊조리던 이중구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웃 사람’으로 먼저 성공적(?)인 살인자 역을 끝낸 김성균이 악역 전문가(?) 박성웅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사실 촬영장에 가면 김성균 씨가 저를 피했다. 무섭다고. 하하. 그뿐만 아니라 김성균 씨는 저랑은 친하게 지내면 안 돼야 했다. 김성균 씨는 피해자고, 나는 살인범이니까. 근데 너무 친해진 거다. 아마 성균 씨가 인터뷰 할 때 그랬을 거다. ‘상경 선배는 엄마 같은 존재, 성웅 선배는 아빠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김성균의 행동패턴이 왜인지 모르게 이해가 됐다. 무표정한 박성웅은 ‘그저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살벌해(?)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소녀감성’을 가진 ‘상남자’임을 알게 되면서 그의 언변에 빠져든다. 그의 말대로 조금은 썰렁하지만, 편안하다. 이어 그는 이웃 사람의 김성균과 한 영화에서 만난다면? 이라는 질문에도 박성웅답게 대답했다.

“누가 이기겠어요. 제가 이기겠죠. 김성균 씨는 주민한테 두들겨 맞잖아요. 말이 돼요? 연쇄살인마가? 그래서 영화 찍으면서 김성균 씨한테 그랬어요. ‘넌 인마, 연쇄살인마가 동네 주민한테 맞고 다니냐?’ 하하”

아마 이런 대목에서 김성균이 박성웅을 가리켜 ‘아빠 같다’고 이야기 한 게 아닐까. 살갑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말에 애정이 묻어있는 것 말이다.

   
 

이제는 ‘이중구’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박성웅. ‘살려는 드리겠다’는 이중구로 ‘빵’ 떴지만, 이중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그가 말하는 연기자 박성웅이 완성될 테니까.

“이중구로 팬이 되신 분들도 이중구의 모습이 계속되면 식상할 수 있다. 하물며 제 팬이 아닌 분들은 얼마나 식상하겠냐. 이제 이중구에서 탈피를 해야 한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백수인데 옆집 형같은, 옆에 있을 법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살인의뢰 속 강천의 캐릭터는 그에게 특별하다. 악역의 정점을 찍고 악역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밝힌 그. “배우로 늙어 죽고 싶기 때문에 계속 진화해야죠.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그래서 이 조강천도 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저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으니까.”

살인의뢰 박성웅 /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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