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인터뷰] '살인의뢰' 김성균 "기분 더러운 살인마, 우울한 피해자…'아들 바보'라 더 슬펐다"
[SS 인터뷰] '살인의뢰' 김성균 "기분 더러운 살인마, 우울한 피해자…'아들 바보'라 더 슬펐다"
  • 승인 2015.03.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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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권민정 기자] 이웃사람 ‘살인자’에서 시골촌놈 ‘삼천포’로, 또 그리고 살인의뢰 ‘피해자’로 ‘팔색조’ 같은 변신이다.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는 배역 선정이다.

김성균(35)은 2012년 작 ‘범죄와의 전쟁’으로 스크린에 데뷔를 했다. 서른 두살 때다. 늦은 나이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 석자를 말 그대로 새겨넣었다. 그의 말처럼 ‘뜬금없이’ 등장한 그. 관객들은 새로운 인물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에 감탄을 자아냈었다.

“범죄와의 전쟁은 완전히 나를 살려준 작품이다. 사실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연기만’이었던 삶이 ‘연기가 아니라도’로 바뀌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서는 ‘연기가 아니라도 돈이 되는 것은 다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때쯤 영화를 하게 되었던 거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오디션 때도 편하게 했었다. 처음 조감독님이랑 오디션 볼 때는 완전히 ‘범죄와의 전쟁’의 ‘박창우’ 였던거다. 귀찮은 듯이. 간절하지 않은 듯이. 그렇게.”

   
'범죄와의 전쟁' 인터뷰 당시, 김성균

김성균, 그에게서 ‘아들 바보’의 냄새가 난다. 현재 김성균은 두 아들과 살인의뢰의 승현처럼 임신 중인 아내가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극 중 승현이 더욱 가슴 아팠다고 한다. 몰입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승현의 연기에 약간의 불안함을 내비쳤다.

“일단 최선을 다했다. 연기는 선택의 연속이다. 이 장면에서 이렇게 울 것인가, 저렇게 울 것인가. 아니면 울지 않을 것인가. 모든 게 선택이다. 근데 그런 거에 대해서 이번에는 전혀 계산을 두지 않고 했다는 게 많이 걱정스럽다. 어쨌든 그 상황에서 감독님과 의논하에 최선을 다해 연기를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계산적이지 못하고 연기를 한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계산을 하고 연기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시사회 후에 어떤 분들은 ‘그래서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어떤 분들은 ‘그래서 별로 였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김성균은 감정적으로 연기를 이끌었던 이번 영화에 대해서 ‘죽을 때까지 고민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작 영화 ‘이웃 사람’을 통해서 이미 강렬한 살인범을 연기했던 그. 이번 살인의뢰의 박성웅과 비교해 봤을 때, 어떤 점이 다를까.

“제가 한 살인마는 감히 말씀드리지만 살인마로서 관객을 웃겼던 유일한 살인마가 아닌가 한다. 동석이 형한테 맞으면서, 관객들에게 ‘피식’ 비웃음을 샀던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살인마였다. 그에 비해 박성웅 씨가 연기한 살인마는 강력하고 절대적인 살인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이웃사람’ 살인마랑 ‘살인의뢰’ 살인마, ‘악마를 보았다’ 최민수 선배님의 살인마 모여서 하나 찍으면 재밌겠다고 이야기했었다. 같은 동네에 이사 온 살인마들. 그리고 전쟁. 하하”

   
 

그가 박성웅이 절대적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모습도 있지만, 박성웅 그의 몸집과 분위기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해버리는 묘한 포스가 있다.

“엔딩신 촬영 전날 ‘내일 내가 강천(박성웅 분)을 만나면 진짜 위협적으로 분노를 담아서 연기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촬영 준비를 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서 강천을 만나고는 너무 쉽게 이런 다짐들이 무너졌다. 산에 처음 받을 디디는 순간, ‘이곳 어딘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얼마나 춥고 외롭고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내 눈앞에 강천이라는 살인범을 마주했을 때 ‘너무 크고 너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사람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피부를 하나씩 다 벗겨내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을 사람인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놓게 되고 포기하게 되더라.”

   
 

피해자 승현이 살인범 강천에게 당한 만큼 절대로 돌려줄 수 없는 현실. 영화지만, 씁쓸하게도 이런 부분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이 영화는 피해자의 시선을 많이 담았다. 그래서일까. 김성균도 승현을 연기하며 우울함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당시에는 우울함이 있었다. 이게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은 아니고 연기를 한 것이지만, 촬영장에서 겪은 것이라도 겪은 건 겪은 거더라. 그때 그 감정들이 마치 내 어린 시절 겪었던 불행했던 경험이나 기억처럼 문득문득 그때의(촬영 당시)의 기억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생각나더라. 그때는 ‘급’ 우울해지는 거다. 그전까지는 배역에 몰입해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승현 이후에는 그런 일들이 이해가 가더라.”

   
 

당연하게 나오는 대답을 김성균에게서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 살인범 역을 겪은(?) 바 있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일 때의 그는 우울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살인범의 김성균일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일단 살인범을 연기하면 기분이 더럽다. 일반사람을 연기하면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떨까 심정을 느껴보려고 하는데, 연쇄살인범의 경우는 그런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연쇄살인범의 마음이 어떤지 정신세계가 어떤지 탐구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저 같은 끔찍한 기사를 찾아보는 편이다. 사진을 계속 보면서 그 살인범의 이미지를 나에게 입히려고 노력하는 거다.”

살인범이든 피해자든 조폭이든, 일단 그가 하면 ‘믿고 보게’ 됐다. 서른 중반에 새내기 대학생을 연기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선택되어지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입장으로 여러모로 많이 성장한 김성균. 지금까지처럼 다양한 배역과 생각지 못했던 연기로 관객들을 놀라게 해주길.

살인의뢰 김성균 /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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