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토록 순수한 배우 강하늘 ('순수의 시대')
[SS인터뷰] 이토록 순수한 배우 강하늘 ('순수의 시대')
  • 승인 2015.03.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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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김나라 기자]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배우 강하늘과 다시 마주 앉게 됐다. 지난해 드라마 ‘미생’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 차례로 촬영했던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 세 작품이 공교롭게도 2~3월 같은 시기에 연달아 개봉하게 되면서 취재진과의 대면이 잦아진 것이다. ‘미생’의 인기에 힘입어 빡세게(?) 달린다는 오해로 인터뷰마다 이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이번에는 작품들한테 미안하다는 사과까지 전했다.

“정말 고심해서 선택하고 오디션을 치른 뒤 배역을 꿰찼기에 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대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하나씩 넣으려고 노력했고 많은 열정을 쏟아 부은 작품들이에요. 제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꼭 알아주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특히나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속 타락한 부마 김진 역에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김진은 원하는 여자는 잔혹한 폭행과 음행을 저질러서라도 손에 넣고야 마는 극악무도한 인물로, 남자로서 죄책감을 느낄 만큼 감정 이입돼 촬영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제가 당시 이렇게 힘들어 한 건 감독님도 모르셨을 거예요. 부정적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편이 아니라서요. 촬영이 끝나면 돌아가는 차 안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랬어요. 이런 심적 부담 때문에 진 같은 역할을 연기하기 싫다는 건 아니에요. 좋은 작품이라면, 뜻하는 바가 있다면 노출도 살인자 역할이라도 상관없어요. 이런 게 자극적인 포인트가 돼서 사람들이 거기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다른 모습을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 '순수의 시대'에서 쾌락을 좇는 타락한 왕의 사의 김진으로 분한 배우 강하늘

신하균, 장혁 대선배들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음에도 겸손을 잃는 법이 없다. 아직도 이들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순수의 시대’ 촬영 직전 진행된 티저 포스터를 찍는 현장에 호출받았을 때는 ‘내가 거길 왜 가지? 가도 될까’라는 의문을 품고 향했다.

“신하균 선배의 ‘공동경비구역 JSA’ ‘카페 느와르’, 장혁 선배의 ‘명랑소녀 성공기’ 등 여러 작품을 챙겨 볼 정도로 팬이었는데 함께 연기하고 포스터에 함께 올라와 있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믿기 싫었어요. 저는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돼 있고 저 두 분과 같이 포스터에 오를 만한 그런 게 아닌데 뭐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부담을 느낀 적도 많았지만 혁이 형이나 하균이 형이 따뜻하게 잘 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순수의 시대’는 강하늘을 비롯해 신하균, 장혁, 강한나 등 출연진의 호연은 빛났지만 아쉬운 연출력으로 혹평을 받았다. ‘조선 초라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서로 다른 욕망을 좇는 선 굵은 세 남자의 다이내믹한 드라마’라는 거창한 스토리를 내세우며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해놓고는 이를 스크린으로 불러내지 못하고 113분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할애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요. 아무래도 긍정적인 측면만 보이는 건 거부할 수 없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제목부터 너무나 좋았어요. ‘순수의 시대’는 역사극이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개인적으로는 지루한 부분 없이 감상했어요. 감독님께 재밌게 잘 봤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순수라는 건 자신이 세운 잣대를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있는 힘이라 생각하는데 이 점이 잘 드러나서 인물들 간 야망, 사랑에 대한 욕정이 부딪혔을 때 더 치열해 보이게끔 잘 표현해준 대본이라고 봐요. 제가 처음 대본을 읽고 느꼈던 주제의식이나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했던 것들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결과물로 탄생됐다고 생각해요.”

   
 

◆ ‘충무로 섭외 1순위’ 대세스타의 남모를 고충… “행복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오던 강하늘은 ‘미생’을 기점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인기고공 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걱정이 많은 요즘이다.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문을 연 그에게서 왕관의 무게가 느껴진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생각해주셔서 진짜로 감사한 데 사람은 단거에 되게 빨리 취하잖아요. 제가 지금 받고 있는 관심이라는 게 달콤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여기에 익숙해지고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 싶어 제가 절 다그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정말 자연스럽게 손을 뻗고 싶은데 손 뻗는 이 행동 하나에도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하고 이렇게 살던 사람이 아니라 이런 제 모습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고 있어요.”

스스로에 대해 무언가를 정해놓은 적은 없지만 이 모습은 아니었다. 연기 이외의 것을 위해 이미지를 주물럭거리며 반죽하듯 만들어나가는 건 그가 원하는 강하늘이 살아가는 모습은 아니다.

“좋은 연기자이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자, 요즘 이런 생각을 계속해요. 어느 때나 웃기만 하는 이런 사람 말고 정확히 울어야 할 때 울고 화낼 때 화내고 솔직하게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연기자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연기자다. “내 그릇을 스스로 작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광고 떨어진다”는 소속사의 반대를 무릎 쓰고 ‘순수의 시대’ 출연을 결정했다. 강하늘은 “내가 조금 더 연기에 야망 있었으면 좋겠고 욕심부렸으면 싶다”고 말한다. 순수하게 오롯이 연기를 위해서만 달려갈 뿐이다.

“한방에 ‘빵’ 떠서 평생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순간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당연히 거짓말이죠. 하지만 저는 제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연극 무대에 오르셨던 것처럼 저도 연극만을 바라보고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니까 회사와 의견충돌을 하면서도 한 번도 떳떳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좋은 작품 만나서 정말 좋은 연기를 펼치고 싶고 아직은 그 단계를 위해서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만나야 되는 시기라 생각해요.”

사진 = 고대현 기자,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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