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아중 “예린이를 위한 세상, 이 대사 하려고 ‘펀치’를 했구나”
[SS인터뷰] 김아중 “예린이를 위한 세상, 이 대사 하려고 ‘펀치’를 했구나”
  • 승인 2015.03.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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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치 김아중

[SSTV 이현지 기자] 모두가 정의롭게 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나쁜놈이 있고 더 나쁜놈이 있고 덜 나쁜놈이 있어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더 빛나 보일 수 있다. 김아중이 연기한 SBS ‘펀치’(연출 이명우 l 극본 박경수) 신하경은 ‘정의로운’ 검사다. 박경수 작가가 집필한 ‘추적자’ ‘황금의 제국’ 속 인물들과 달리 ‘선의’의 역할이었다. ‘펀치’ 속 나쁜‘놈’들의 싸움에서는 역할이 다소 미미했다.

“분량보다는 얼마나 캐릭터가 완성도 있느냐가 중요했어요. 박경수 작가님이 이번에 선의의 역할을 써주셨는데 애착이 많았어요. 애착이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했어요. 신하경의 주제는 ‘예린이가 살아갈 세상’ ‘정의는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예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죠. 분량에 관계없이 역할이 완성도 있게 나왔어요.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시청자들을 위해 하경이의 사건이 중요하다. 드라마의 문을 열고 드라마의 매듭을 짓는 거잖아요. 하경이가 있어 다른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다른 캐릭터가 설득되고 공감을 얻으려면 하경이 캐릭터의 설득이 필요해 드라마 초반 공을 많이 들였어요.”

신하경은 딸 ‘예린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움직인다. 박정환(김래원 분)과 이혼하고 딸을 키운다. 비리로 입학하게 된 국제초등학교보다 평범한 초등학교에 보내기를 원하는 그런 엄마다. 하지만 김아중에게는 데뷔 후 첫 엄마 연기였다. 과거 일일극에서 작품 후반 부 아이를 낳긴 했지만 큰 아이의 엄마로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엄마의 생활 연기가 아니라고 감독님, 작가님이 말씀해주셨어요. 아이엄마 연연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셔서 부담을 덜었어요. 일하는 신세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방송 1,2회 나가고 그런 걱정은 없어졌어요.”

정의의 추진력이 된 ‘예린이’ 김지영은 사랑스러운 ‘여배우’였다.

“예린이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우리 현장에서 예린이는 아역이 아니고 여배우였어요. 본인의 작품 분석이나 해석이 정말 좋았어요. 상대방과 호흡하고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할 줄 알아요. 성인 연기자가 되더라도 기대되는 배우인 것 같다. 촬영장에서 저에게 엄마라고 불렀는데 처음에는 정말 놀랐어요. 어머? 그런데 나중에는 좋더라고요. 귀에 맴돌아요. 예린이가 극중 아빠 집에 가있을 때에는 정말 보고 싶었어요. 윤지숙이 돌아서고 호성이 역시 돌아서고 나니까 제 주변에 사람이 없잖아요. 정의를 지키는 게 외롭다고 생각했죠.”

   
 

김아중의 말처럼 정의를 지키는 것은 외롭다. 곧은길을 가다보면 누군가는 떠나고 혼자 남을 수도 있다. 외로움이 아니더라도 정의를 지키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신하경처럼 마지막까지 정의를 지키는 게 가능할지 물었다.

“악역들이 시청자들에게 연민이 느껴지거나 현실적으로 공감대가 이뤄지니까 정의를 지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검사 선서에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란 말이 나와요. 검사 선서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에요.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아요. 정의를 지키는 게 답답하거나 이상적인 인물로만 여겨지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반문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현실이 그렇잖아요. 정의를 지키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드라마 스스로 반문하는 것을 봤을 때 ‘펀치’는 좋은 드라마죠.”

김아중에게 최명길, 조재현, 김래원 등의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한 시간을 좋은 경험이었다. 각자 배우들의 다양한 해석을 직접 볼 수 있었고, 연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준 작품이었다.

“조재현 선배와는 연기하는 장면이 많이 없었는데 가끔 한마디씩 하시는 게 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무서우면서도 멋있어요. 저는 한참 후배니까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는 지를 다 아시는 거죠. 신기하면서도 좋았어요. 최명길 선배하고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태준 박정환은 서로 관계묘사가 친절했는데 윤지숙과 신하경은 잘 안됐다. 최명길 선배가 이해해주고 포용해주셔서 같이 갈 수 있었어요. 연기할 때는 카리스마가 있으신데 평소에는 소녀 같아요. 최근에 ‘파랑새의 집’에 나오는 것을 보니 반가웠다. 텔레비전을 찍어서 메시지를 보냈어요.”

   
 

김아중은 인터뷰 중 박경수 작가를 ‘활자계의 신’ ‘장인’이라고 극찬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많은데…. 박정환과 취조실에서 ‘예린이를 위한 세상이야. 세상에 달리는 건 없어. 사람이 달라져. 현실을 봐. 예린이를 봐. 그래 한걸음만’ 대본 볼 때는 그냥 봤는데 뱉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김래원씨 눈을 보면서 대사를 하는데 소름이….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에게 가서 ‘이거네요. 이 대사를 하려고 이 드라마를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했어요. 박경수 작가님이 다시 하자고 하면요? 영광이죠.”

끝을 향해 달려가던 ‘펀치’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있다면 신하경의 교통사고 장면이었다. 이미 나쁠 만큼 나빠진 윤진숙(최명길 분)이 한때는 총애했던 후배 신하경을 보고 속력을 내 고의로 교통사고를 저지른 것. 설마 비켜 가겠지 했지만 결국 윤진숙을 ‘바닥을’ 보여줬다.

“뺑소니는 감독님이 미리 말씀을 해주셨어요. 심장이식을 받아야 해서 사고가 날거다. 시청자들에게 급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박정환의 심장을 받아 그 뜨거움으로 신념을 가지고 사는 메시지인데 설정처럼 보이지 않을까? 감독님께 시청자들이 같이 체험을 하는 것처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 갑작스러움까지 같이 하는 거죠. 바디캠 장비를 달고 촬영을 하는데 재미있었어요. 사고 후에 박정환이 아픈 사람인데 일어났잖아요. 임팩트 있는 장면이 잘 나와서 뿌듯해요.”

두 번째 프러포즈를 할 만큼 신하경에게는 중요한 남자였는데 그 사고로 박정환의 마지막을 배웅하지 못했다. 박정환의 뜨거운 심장으로 살아가지만,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을까?

“그런 관계에서는 저희 드라마가 부족한 부분이 있죠. 근데 전남편이 병을 얻고, 투병하고 간호하는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박경수 작가님은 이야기 하는 메시지에 부합하게 군더더기 제외하고 심플하게 갔다. 하경이는 정환이 심장을 가슴에 품었으니까 묻고 살아갈 거예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싸인’ ‘펀치’ 등 드라마에서는 ‘달달’보다는 장르물을 했다면 영화에서는 사랑스러운 묻어나는 역할을 주로 했다. 2004년 데뷔 후 10여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참 좋은 작품을 많이 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보고 재밌는 거. 내가 시청자·관객 입장에서 재밌나? 밀도감 있고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가? 같이 하는 사람들을 봐요. 어느 누구와 소통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가를요. 세 번째가 캐릭터.‘나의 PS 파트너’도 소재가 자극적이고 여배우가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게…. 저도 연기를 코믹하게 희화화하지 많고 진지하게 했거든요. 이번에도 아이엄마 역할 의외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에게는 사실 캐릭터는 두, 세 번째다. 책임질 수 있으면 캐릭터에 대한 우려는 없어요. 상업적인 작품 아니라 독립영화 중편 단편 연극 좋은 작품이 있다면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얼마든지 참여할 생각이 있어요. 저는 작품복이 많은 배우예요. 이제 양을 늘려서 많이 하고 싶어요.”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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