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인터뷰] '쎄시봉' 강하늘, 볼수록 빠져드는 연기자… '내일 또 봅시다'
[SS 인터뷰] '쎄시봉' 강하늘, 볼수록 빠져드는 연기자… '내일 또 봅시다'
  • 승인 2015.02.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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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김나라 기자] ‘미생’에서 넥타이를 조여 매던 배우 강하늘이 이번엔 기타를 잡았다.

지난해 말 최고 화제작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연출 김원석|극본 정윤정)에서 완벽 스펙을 탑재한 신입사원 장백기 역을 맡으며 대세로 떠오른 강하늘이 한 계절이 채 가기도 전에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쎄시봉’부터 현재 성황리에 공연 중인 연극 ‘해롤드&모드’, 다음달 개봉 예정인 ‘순수의 시대’ ‘스물’까지 연달아 작품을 선보인다.

어떤 새 옷을 입어도 마치 원래 내 옷인 마냥 소화해내는 모습에 강하늘의 다작 행보는 영화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연극 무대를 통해 다진 내공을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에서 발휘하고 있다.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하늘을 ‘쎄시봉’ 개봉 이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도 역시 새벽 3시까지 영화 프로모션 활동을 진행했지만 지친 내색 없이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인터뷰는 항상 즐겁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 '쎄시봉'에서 마성의 미성을 자랑하는 윤형주 역을 맡은 강하늘

‘쎄시봉’(감독 김현석)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트윈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 민자영(한효주, 김희애 분)을 둘러싼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 당시 전설의 듀오 트윈폴리오가 사실은 3명의 트리오였다는 가정에서 시작해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 실존인물의 음악에 얽힌 실제 사연에 오근태라는 가상 인물의 가슴 시린 첫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전 세대 관객들의 감성을 충전시켜줄 영화로 탄생됐다.

   
 

강하늘은 1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윤형주 역에 발탁돼 탄탄한 연기력과 그동안 뮤지컬 무대를 통해 쌓아온 발군의 노래 실력으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수많은 오디션 참가자 중 ‘군계일학’은 강하늘이었다. 윤형주 선생님 못지않은 뛰어난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냥 평소 제가 쓰던 기타를 갖고 가서 노래하고 연기하고 편하게 오디션을 봤어요. 감독님께서 이런 제 모습에서 윤형주 선생님과 비슷한 면을 보셨는지 운 좋게 합격하게 됐죠. 저에게는 정말 영광이에요. 이제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윤형주 선생님을 연기하는 사람은 저 다음이 되는 거잖아요. 왠지 제가 윤형주 선생님의 친 아들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 기분이 좋아요. 둘째도 아닌 첫째 아들이니까(웃음).”

윤형주는 시인 윤동주의 6촌 동생이자 연세대학교 의대생으로 ‘원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로 유명하다. 1968년 송창식과 함께 트윈폴리오를 결성, ‘하얀 손수건’ ‘웨딩 케이크’ ‘축제의 노래’ 등을 발표했으며 마성의 미성을 자랑하는 노래뿐 아니라 출중한 외모로 당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강하늘 아버지 역시 윤형주의 열렬한 팬으로 학창시절 그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쎄시봉’에서 저의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윤형주 선생님께 누가 되지 말자’ 뿐이었죠. 그래서 출연배우들과 연습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기타도 노래도 연기도 더 많이 연습했어요. 연습실, 버스, 집 등 어딜 가든지 매일 기타를 메고 살았죠.”

피땀 흘려 연습한 결과는 로맨틱하게도 성공적이었다. 윤형주는 ‘쎄시봉’을 감상한 뒤 “하늘이가 제일 잘하더라”는 한마디를 남기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었다. 강하늘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 그때 정말 마음이 찡했어요”라고 전했다.

   
 

“완벽주의자 같다고요? 연기나 스스로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철두철미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대신에 많은 것들을 버렸어요. 그렇게 철두철미하지는 않죠(웃음). 어떨 때는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키는 것도 귀찮아서 누운 채로 시간을 보낼 만큼 다 귀찮아할 때도 있어요. 단지 보이는 스케줄이 많아서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답게 살아요.”

최근 강하늘은 두 작품 연달아 개봉을 앞두며 빼곡한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준익 감독의 신작 ‘동주’ 출연을 긍정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빈틈없는 행보로 다작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 “너무 다작한다고만 생각하시는데 개봉 일이 겹쳤을 뿐이지 대본을 꼼꼼히 읽어보고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좋은 작품이라는 두루뭉술한 발언에 그 기준을 물으니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답변을 늘어놨다.

“관객들의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생각을 변화 또는 진화시키는 작품들이 제가 말하는 ‘좋은 작품’이에요. 음악, 미술 같은 분야는 감상하는 사람들이 느끼기 나름으로 해석되지만 연기는 사람 대 사람이다 보니 더 쉽게 동화되고 이입이 돼서 빈 공간이 별로 안 생기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게 되죠.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치관을 흔들게 만드는 건 위험하다고 봐요. 뭔가 작품한테 맞고 온 듯한 느낌? 말이에요.”

   
 

강하늘이 연기자로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건 단연 필모그래피다. 그만큼 한 작품, 한 작품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에 늘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출연을 결정한다. ‘쎄시봉’에서 윤형주가 민자영에게 ‘안 좋은 작품에서 주인공 할 바에 좋은 작품에서 단역 맡는 게 낫다’라고 전한 따끔한 일침은 평소 강하늘의 소신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한 배우의 출연작을 다 볼 수는 없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를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는지를 알 수 있잖아요. 작품이 우선시 되는 게 남는 거니까 역할은 좋은데 작품 자체가 별로면 일단 정중하게 고사하지 한 번도 역할에만 따라갔던 적은 없어요. 이제는 필모그래피에 대한 자부심을 책임감으로 바꿔야 할 중요한 시기에요.”

2013년 김우빈, 이민호 등 꽃미남 스타들이 총출동한 드라마 ‘상속자들’ 출연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을 들꽃에 비유했다. 그는 친근한 얼굴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으며 팬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싶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였다.

“화려한 꽃들 사이에 들꽃 한 송이만 피어 있으면 들꽃에 눈이 가게 돼 있어요. 제가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결론을 내렸어요. 막 눈에 띄고 이런 외모는 아니니까 편안함을 주고 싶었고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느끼시길 바라요. 아주 멋지고 예쁜 분들만 화면에 계속 나오면 시청자분들도 분명 지칠 거란 말이에요(웃음). 역할보다 그 사람이 먼저 보일 때가 있잖아요. 저는 역할에 가릴 수 있는 외모라 좋아요.”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생각나는 매운 음식. 다음날 변기를 붙잡으며 ‘다신 먹지 않겠어!’라고 울부짖을 걸 알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매운 요리를 입 안에 넣는다.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를 시작으로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어느덧 10년 차 연기자가 된 강하늘한테 연기란 이런 거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어떤 분들은 연기할 때 너무 행복하고 살아있는 거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게 정답이고 모범답안은 아니잖아요. 저는 연기할 때 진짜 싫거든요. 아무리 고민해도 끝이 나지 않는 고민들을 해야 하고 답이 없는 것들을 관객들한테 답처럼 보이게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힘들고 짜증도 나요. 하지만 하기 싫고 이런 마음이 많다가도 안 하고 있으면 진짜 생각나는, 그런 게 있어요. 저랑 연기라는 거에 대한 관계를 봤을 때 필요악이라고 표현해요. 원수를 달고 살고 있죠. 하하.”

사진 = 고대현 기자, 영화 ‘쎄시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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