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미생’ 변요한, 그리고 한석율… ‘현장의 사나이’가 사는 법
[SS인터뷰] ‘미생’ 변요한, 그리고 한석율… ‘현장의 사나이’가 사는 법
  • 승인 2015.01.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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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아라 기자] 역시 한석율은 변요한이지 말입니다.

배우 변요한(30)을 만난 후 변요한이 아닌 한석율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그가 연기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속 한석율이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피부로 깨달은 것. 앞으로 변요한이 배우로서 더 큰 사랑을 받으리라는 확신은 물론이다. 그는 많은 이에게 받은 사랑의 무게를 매 순간 느끼고 있는 듯했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법을 아는 ‘진짜’ 배우였다. 하지만 변요한은 아직 자신을 배우가 아닌 연기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제 인기가 많아졌다기보다 ‘미생’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드라마 인기에 한석율도 사랑받았고, 덤으로 저까지 사랑받으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요? 길 지나가면 예전보다 많이 알아봐 주시니 ‘드라마와 한석율이 많이 사랑받았구나’를 느껴요. ‘한석율이다’라고 이야기 해주시는 것도 기분 좋아요. (웃음)  대중들이 변요한이라는 사람보다 한석율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이미지가 한석율로 굳혀지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해주시는데, 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아요.”

   
 

지난 2011년 독립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한 변요한은 각종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져온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줄곧 독립영화판에서 활약했던 그는 무대를 드라마로 옮겼고, 자신의 필모그래피는 물론 극 중에서도 특히 밝은 캐릭터인 한석율을 통해 180도 변신을 꾀했다.

“‘미생’ 작품 자체도 참 좋았고, 한석율은 빠짐없이 다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외형적인 부분과 성격, 마음가짐도 그렇고, 사랑할 줄 아는 멋있는 남자예요. (웃음). 전체적으로 한석율이 멋있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잘 이해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5대5 앞가르마라는 개성 넘치는 머리스타일과 유독 화려했던 사내 패션의 한석율은 동명 원작 웹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었다. 극 초반 ‘개벽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다른 캐릭터들 대비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발랄했다. ‘미생’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단연 튀었던 인물이지만,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딱딱한 사내 공기를 유연하게 만들었다.

“당연한 거지만 한석율 캐스팅 되고 나서 제일 먼저 원작 웹툰을 읽었어요. 단발머리나 제스처, 행동, 성격, 성향 등 이미지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싶었죠. 대신 많이 보면 각인이 너무 될 수 있으니 한 번만 읽었어요. 한석율의 이미지와 성격이 드라마화 됐을 때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작가님의 글과 제 머릿속 이미지를 많이 합쳐보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사실 저를 극에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했다기보다 저희 드라마 환경이 그랬고, 상대 배우분들이 연기하실 때 절 한석율 그 자체로 봐주신 게 (극에 녹아들 수 있는)가장 큰 원동력이었어요.”

인터뷰 당시 변요한은 한석율의 트레이드마크인 5대5 가르마를 하고 나타났다. 드라마가 막을 내린지 꽤 지난 시점이었지만, 변요한은 여전히 한석율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에 앞서 인터뷰 사진을 찍던 그는 포즈를 취하면서 부끄러워했고,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캐릭터와 사뭇 다른 차분함을 보였다. 이처럼 자신과 정반대인 한석율을 표현하는 데 더욱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을까.

“한석율도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저도 친한 친구 만나면 장난 많이 쳐요. (웃음) 처음 만나거나 어려운 자리 있으면 아무래도 말수가 없어지지만, 제가 한석율과 닮은 부분이 분명 있었기 때문에 한석율을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었죠. 다만 ‘얼마만큼의 폭이냐’가 문제였어요. 배우가 역할을 만났을 때 그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데, 저 또한 캐릭터를 이해하고 비슷한 부분을 찾아서 증폭시키는 데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극 중 한석율은 신입 3인방 장그래(임시완 분), 장백기(강하늘 분), 안영이(강소라 분)를 상대로 유난히 친근한 액션을 많이 취한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깐족거림은 레벨 업 하고, 이들을 뭉치게 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는 한석율 특유의 성격도 한 몫 했지만, 한석율이 신입 3인방을 얼마나 의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뒤로 갈수록 변요한은 자신의 캐릭터는 물론 상대 배우들과 많이 친해졌다. 그래서 마지막 20회 때 ‘더 럽(The Love)’을 활용한 대사 역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애드리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대사를 이용해 깨알 같은 역발상을 시도한 변요한의 재치였다.

“‘더 럽’이라는 대사는 대본에 있던 거예요. (웃음) 장그래가 저한테 ‘간지러우면 씻으십시오. 더럽습니다’라고 말하고, 작가님이 그 대사 밑에 ‘내가 더럽다고?’라는 말을 덧붙이셨는데 제가 몸짓이나 표정으로 새롭게 해석했어요. 작가님이 주신 대사는 지키되 ‘얘 지금 나한테 더럽다’라고 했다는 뉘앙스를 달리한 거죠. 흔히 하는 말로 틀어버렸어요. (웃음) 그 정도로 현장에서 상대 배우들이 절 믿어준 거죠. 대사는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지켰어요.”

한석율은 장그래에게 ‘더 럽’을 외치며 손하트를 날렸던 만큼 그에게 각별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그는 4회 프레젠테이션 신 이후 장그래를 온전한 동료로 받아들였다. 회사를 떠난 장그래와 오랜만에 재회한 그는 끈끈한 동료애가 담긴 멘트와 격한 포옹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장그래 역의 임시완과의 합도 많았다.

“임시완 씨는 굉장히 진중하고 겸손해요. 자신을 낮출 줄 알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요. 수용성도 있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중심도 있고요. PT신은 극 초반이고 웹툰에서도 중요한 에피소드였는데, 임시완 씨가 새벽 2시까지 촬영하고 제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찾아왔어요. 둘이 PT신을 위해서 두세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습했죠. 일대일로 처음 만난 후 합을 맞춰보면서, 역할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어요. (웃음)”

   
 

한석율은 신입 3인방을 포함해 회사 사람들에게 싹싹하게 굴었지만, 성 대리(태인호 분)의 폭언과 얄팍한 수에 늘 고통받았다. 실제 변요한이라면 성 대리 같은 상사에게 어떻게 대처했을까.

“저라면 대화로 풀려고 했을 것 같아요. 한석율처럼 인트라넷에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한석율과 저랑 비슷한 점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점이에요. 한석율은 사랑 받은 만큼 주는 법도 아는 사람입니다. (웃음)”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한석율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변요한은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를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꼽았다. 한석율은 블루 컬러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현장에 대한 열정을 줄곧 드러냈다. 변요한은 한석율에 대해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프로페셔널함, 현장에 대한 애정, 가정사, 열정 등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현장에 대한 깊은 애착만큼 그 역시 ‘미생’이라는 현장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미생’이라는 현장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사람들이에요. 좋은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 분들을 알게 돼서 의미가 큰 작업이었어요. ‘미생’ 뿐만 아니라 전 매 작품 사람을 얻었던 것 같아요. 롤모델요? 딱히 정해진 롤모델은 없지만, 이번에 같이 호흡을 맞췄던 선배님들은 물론 동료나 후배들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사실 연기하고 있지 않은 분들까지도 배움의 영역에 포함돼요. 전 지금 배울 때고 배워야 할 게 정말 많아요. 어떤 사람을 보면서 반성하거나 노력하게 되고, 또 다른 사람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런 것들의 연속이에요. 후배의 번쩍이는 순간을 보면 배우고, 선배님들이 배우려고 하면 전 그 길을 걸어갔던 선배님들의 인성을 배우고요. 다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웃음)”

   
 

‘미생’은 사회생활의 애환을 실감 나게 그려내는 동시에 변요한을 비롯해 많은 보석 같은 배우들을 대중에게 알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그이기에 각종 시나리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을 터였다.

“‘미생’ 인터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차기작 검토는 안 하려고 해요. 인터뷰 일정이 완전히 끝나야지 ‘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받은 사랑만큼 한석율을 더 이야기하고 싶고, 그래야 정리가 될 것 같아요. 제가 바로 서서 그릇이 넓어지거나 자기 확인이 바로 잡혔을 때, 차분하고 여유롭게 새 작품을 들어가고 싶어요.”

그는 자신을 알린 ‘미생’이라는 현장과 캐릭터의 여운을 곱씹고 있었다. 예정돼 있는 그의 다음 현장은 영화다. 바로 오는 3월 개봉을 앞둔 ‘소셜포비아’와 올해 개봉 예정인 ‘마돈나’. 숨고르기를 마친 후 선택할 차기작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보여준 행보만큼 그는 뚝심 있게 자신의 현장을 꾸려갈 것이다.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네요. 20대는 참 치열하게 보낸 것 같아요. 30대는 20대라는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치열한 순간을 맞닥뜨리면 더 요령 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제 자신도 더 사랑하고 싶고요. 아직 배우라고 하긴 부족하지만 10년 후쯤 누군가에게 ‘배우 변요한’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네요. 그 때까지 끝없이 노력해야죠.”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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