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인터뷰] ‘미생’ 꾸밈없는 배우 김대명…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만 같아라
[SS 인터뷰] ‘미생’ 꾸밈없는 배우 김대명…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만 같아라
  • 승인 2015.01.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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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영실 기자] “아직 김대리에서 벗어난 것 같지 않아요. 시간이 좀 흘러야겠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대명은 조금은 야윈 모습에 ‘뽀글이’ 파마머리도 아니었지만 여전히 ‘미생’ 김대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종영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연출 김원석|극본 정윤정)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감 있게 표현, 대중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를 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생’ 대박 비결 중 하나로 낯선 배우들의 활약이 꼽힌다. 스타 배우 대신 얼굴도 이름도 낯선 배우들이 진짜 회사원 같은 모습으로 열연을 펼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평이다.

그 중심에는 배우 김대명이 있었다. 극중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살림꾼 김동식 대리로 분한 김대명은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에게는 충직한 후배로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에게는 따듯한 멘토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표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생’ 종영 후 영화, 광고, 화보 촬영 등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대명은 ‘인기’에 취해있을 법도 한데 흔들리지 않으려 중심을 잡고 있었다.

“인기요? 전혀 모르겠어요. 아직 뭐가 뭔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시긴 한데 그런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연기하는 거에 있어서 변하는 건 없으니까요. 휘둘리거나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낯선 배우’ 김대명은 어엿한 데뷔 9년차 베테랑 연기자다.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놀러오세요’로 데뷔한 김대명은 2012년 영화 ‘개들의 전쟁’(감독 조병옥)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방황하는 칼날’ ‘역린’ ‘표적’ 등 다수의 작품에 굵직한 캐릭터로 출연했다. 그러나 ‘미생’전 배우 김대명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 이러한 시간이 지겨웠을 법도 한데 김대명은 “행복했다”고 말했다.

“무명이라…. 글쎄요. 그 시간 동안 연극, 뮤지컬도 하고 공연도 했고 계속해서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항상 즐겁게 작품 하던 데로 해왔으니까.”

길다면 긴 무명시절이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에게 긍정적인 성격이냐고 묻자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해요. 일하는 데 있어서 이게 잘 돼서 다음에 뭐가 되고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이게 잘 안되면 다음에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 같아요. 잘 안되면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사실 ‘미생’전에도 ‘잘 하지 못하면 욕을 엄청 얻어먹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런 생각들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봐요. 직접적이잖아요. 뜬구름 잡는 건 비현실적인데.”

   
 

결과적으로 ‘미생’은 성공적이었다. 김대명은 캐릭터 중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국민 멘토’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등의 별명을 얻었다. 사실 현실에서 김대리 같은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자기 앞가림 보다 상사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 후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그들을 향한 의리로 똘똘 뭉친 판타지적 인물. 그러나 김대명은 사실적인 말투와 몸짓으로 판타지 속 인물을 현실로 끄집어냈다.

“영업3팀이 판타지라는 건 작가님도 말씀하신 부분이에요. 하지만 김대리는 현실에 가까운 평범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화가 나면 크게 화도 내고 싫을 때는 싫은 티도 내고. 사람이 항상 한결같을 순 없잖아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일 뿐. 주변에 있는 친구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

특히 김대명은 더 친근하고 리얼한 김동식 대리를 표현하기 위해 대사 안에 ‘김대명표’ 애드리브를 더했다.

“현장에서 바로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미리 준비를 해요. 대본이 나오면 적절한 애드리브들을 적어놓고 연습해요. 감독님이 리허설 때 보시고 오케이 하시면 그때 본 연기에서 표현하죠. 한 번도 웃겨야 한다거나 튀어 보려고 한 적은 없어요. 극 자체가 하루 종일 일을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를 부드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창시절 시인을 꿈꿨던 김대명의 마음을 흔든 것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학창시절 꿈은 시인이었어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죠. 영화 한 편에 마음이 동했다기보다 계기가 됐어요. 해보고 싶다. 표현해보고 싶다. 시하고 연기는 어떤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압축해서 짧게 글로 표현하고, 모든 걸 압축해서 연기로 표현하고. 그런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배우를 향한 새로운 열정을 품은 김대명은 5수 끝에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했다. 그 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다 35세의 나이로 늦깎이 스타가 됐다. 그런 그는 단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멀지 않은 가까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롤모델도 사실 없어요. 그냥 무턱대고 없는 게 아니라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누가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 그런 잣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무너졌어요. ‘틀리다’에서 ‘다르다’로 넘어간 거죠. 배울 점은 누구에게나 다 있어요. 제가 갖지 못한 부분들도 있고, 선배님들은 선배님들이 살아오신 시간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다 쌓여서 저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2015년 김대명은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그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주인공 우진 역의 첫 타자로 나서 촬영을 마쳤으며 2월부터는 영화 ‘판도라’ 촬영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미생’ 원작자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부자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목표는 ‘뷰티인사이드’와 ‘판도라’를 잘 마무리하는 거예요. 다음 작품이 생기면 그것을 또 잘 마치는 걸로. 사실 저는 단순하게 살고 있어요. 저에게는 1년 뒤, 10년 뒤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계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있는 걸 잘하고 당장 닥친 일을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해요”

김대명은 인터뷰 중간중간 “재밌게 답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려고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꾸미지 않았다. 자신을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런 김대명에게서 이기적이지 않아 맞선에 차이던 김동식 대리의 순수함이 보였다. 꾸밈없는 배우 김대명.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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