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기술자들’ 김우빈, 감사함의 무게 아는 로맨틱한 배우
[SS인터뷰] ‘기술자들’ 김우빈, 감사함의 무게 아는 로맨틱한 배우
  • 승인 2015.01.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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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아라 기자] 모델 겸 배우 김우빈(본명 김현중·27)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단연 ‘감사’였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차분한 말투와 함께 신중하게 말을 빚어가는 그의 ‘감사’에는 진정성이 스며있었다.  감사해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은 다소 반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은 지난해 24일 개봉 이후 1월 2일 기준 누적관객수 200만을 돌파하며 흥행 궤도에 올랐다. 동북아 최고 보안 시스템을 갖춘 인천세관에서 검은돈 1500억을 40분 안에 훔쳐내는 ‘기술자들’에서 김우빈은 금고털이 기술자 지혁 역을 맡았다. 그는 어떤 금고든 열어내는 업계의 ‘마스터키’ 지혁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 ‘기술자들’은 김우빈의 첫 원톱 주연작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가 이른 시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참 감사하고 행복하면서도 책임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제 능력보다 더 큰일을 맡겨주시니까 실망시키지 않고 싶지 않아 늘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사실 아직 멀었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믿음 드리는 건 제 숙제니까 열심히 풀 겁니다. 일단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기술자들’은 김우빈의 첫 원톱 작품이면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작품 역시 쟁쟁했다. 이에 부담이 될 법도 했다. 흥행 스코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했다. 김우빈 역시 부담감이 아주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눈에 띄었던 건 ‘기술자들’을 향한 애착이었다. 그는 ‘기술자들’ 촬영을 끝냈을 때 차기작 ‘스물’(가제, 감독 이병헌)도 크랭크업한 상태였기에 오히려 이번 영화 홍보에 몸을 불사를 수 있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기술자들’로 좋은 선배님들 참 많이 만났고, 이렇게 좋은 시기에 개봉한 게 너무나 감사해요. 개인적으로는 워낙 대선배님들과 같은 시기에 작품으로 만난 게 영광이고요. 작품 하면서 워낙 많은 선배님과 함께 했기 때문에 많이 배웠고 꿈만 같은 시간이었어요. 갓 시작한 배우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너무나도 감사했죠. 선배님들과 영화를 만나고 좋은 작업한 거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김우빈은 이번 지혁 역할을 위해 처음부터 배웠던 두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늘 해왔던 일대기 작성과 캐릭터 탐구를 위한 백문백답이다. 일대기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깊이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백문백답은 그 캐릭터가 돼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단다.

“시나리오에 있는 모든 소스을 찾아놓고 그걸 반영해서 상상해보는 거예요. 캐릭터들이 늘 다르기 때문에 대답도 늘 달라요. 백문백답은 마지막 점검 차 하는데 이번에도 촬영 직전에 ‘내가 얼마나 지혁이와 가까워졌나’ 점검하는 부분이었어요. 쉬워 보이는데 그게 사실 되게 어려워요. 그 사람이 아니면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쓰면서 답을 해나가다 보면 인물들의 관계를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앞서 김홍선 감독은 김우빈에 대해 “처음부터 지혁 역에 김우빈 말고 다른 배우를 생각해본 적 없다” “김우빈이 원래 갖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철저히 김우빈에 포커스를 맞췄고 그의 일면을 고스란히 담으려 한 김홍선 감독의 지혁, 꼼꼼한 분석과 상상을 덧댄 김우빈의 지혁은 맞춤복처럼 그의 몸에 꼭 맞았다. 매 신을 런웨이로 탈바꿈시키는 김우빈의 큰 키와 긴장 따윈 모르는 것처럼 능글맞게 사람을 대하면서도 치밀한 능력자였던 지혁과 시너지를 이룬 것.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제가 진지할 땐 몹시 진지하고 편안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 장난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구인(고창석 분)과 있을 때의 편안함을 연출하면서도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죠. 저 또한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인물들의 관계 같은 걸 떠올렸어요. 지혁이 직업 특성상 그런 게 많을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범죄는 짓고 살아보지 않아서.(웃음) 많이 상상하려고 했어요. 금고 터는 쾌감요? 돈 보는 순간 세상 다 가지는 기분이었어요. 소품인 걸 알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하하. 1500억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더 많았더라고요.”

김우빈은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 김영철 고창석 이현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감사의 말을 이어갔다.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것 같았어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 배우로서의 자세, 후배 배우에 대한 배려, 현장에서의 자세 등 많은 것들을 정말 많이 배우고 깊이 새기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감사했죠. 김영철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조금이라도 편해 보이지 않으면 바람도 쐬라고 하셨어요. 김우빈이 지혁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거죠. 지혁이가 이야기할 때를 기다려주신 게 감사했어요. 정말 모두에게 감사한 작업이었어요. 언젠가는 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되짚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꼭 보답하고 싶어요.”

   
 

감사한 게 많았던 김우빈은 배울 게 많았던 선배들로 하여금 줄곧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는 주위 배우들에게 애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걸로 유명하다.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고 표현할 줄 아는 그는 ‘감사’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김우빈은 자신이 받은 감사한 마음을 통해 후배들을 위한 책임감도 동시에 봤다. 진정한 감사를 느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저는 부모님께 선배를 하늘같이 모시라고 배웠어요. 저보다 경험도 많은 분이고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하늘처럼 모시려고 하는데 아직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제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는데, 애기니까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하하. 더 잘해야 해요. 그분들이 계셨기에 저희 후배들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잖아요? 모든 시작이 어려운데, 저도 그 길에 짐이 안 되도록 뒤에 오는 후배들을 위해서 열심히 길을 닦으려고 해요. 저만 가지기엔 너무 크고 감사하게 느꼈던 거라 제가 받은 거 이상으로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앞서 김우빈은 SBS ‘상속자들’, KBS 2TV ‘학교 2013’, SBS ‘상속자들’ 등의 브라운관과 영화 ‘친구2’(감독 곽경택) 등을 통해 교복 입은 반항아 기질이 투철하면서도 능글맞은 학생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프레임 속 그의 캐릭터들은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기선제압 했기에, 사람들은 대체로 실제 김우빈 역시 상남자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우빈은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고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다소 정적인 취미를 가졌고, 할리우드 배우 윌스미스가 출연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감독 가브리엘 무치노)를 보고 울어본 경험이 있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다.

“제가 활동적이게 생겼는데 성향은 그러지 않아요. (웃음) 기회가 된다면 가슴 따뜻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연기 시작하고 ‘행복을 찾아서’ 같은 작품 해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어요. 제가 관객으로서 느꼈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고 공감해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연말의 끝에서 김우빈은 2014년 1월 1일 빌었던 소원을 회상했다. 당시 빌었던 소원이 ‘작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해주시고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던 그는 자신의 한해를 돌아봤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또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걸 안겨주셔서 바쁘고 감사하게 보낸 해였어요. 그 감사한 마음 되새길 거예요. 2015년은 더 바라면 욕심일 거 같아요. 그저 제 앞에 있는 거 열심히 하고 조금 더 고민하면서 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사람들도 많이 챙기고 싶고요.”

배우 김우빈으로서의 2015년 계획은 어떨까. 김우빈은 “이전에는 작품 선택 폭이 좁았어요. 선택한다기 보다 받는 입장이었죠. 참 감사하게 점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천천히 보여드릴 예정이에요”라고 배우로서 기회의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해 감사해 했다.

“작품이라는 게 한 시기에 많은 사람이 공동작업을 하는 거니까 운명이 아니면 같은 작업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 시기에 제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고 느껴지면 쉬지 않고 빨리하고 싶어요. 운명 같은 작품 기준요? 제가 재밌게 읽었는지와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가 제 생각과 비슷하거나 공감이 가는 작품인 거 같아요. 그 두 개가 다 맞으면 운명 같은 작품이고 하나만 맞아도 사실 마음이 가요. (웃음)”

작품 계획을 차분히 읊던 그의 대답이 차가운 계절, 조금은 낭만처럼 느껴졌다. 작품에 ‘운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배우라니, 어딘가 모르게 로맨틱하지 않은가. 감사로 시작돼 감사로 귀결된 김우빈의 일과 중 하나는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우빈이 지금 이 감사함의 무게를 잊지 않고 쌓아간다면, 분명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배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사진=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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