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나의 독재자’ 설경구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작품”
[SS인터뷰] ‘나의 독재자’ 설경구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작품”
  • 승인 2014.1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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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l 임형익 기자] 지난 해부터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배우 설경구가 ‘나의 독재자’에서 김일성 대역의 삶은 살아가는 한 남자(김성근)로 돌아왔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였다.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바로 빠져나온다던 설경구지만 김성근 캐릭터는 아직도 그를 쫓고 있었다.

“‘나의 독재자’ 같은 영화는 요즘 시대에 정말 귀하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어도 멍석을 깔아주지 않으면 도전해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해준 감독님에게 너무 고마워요. 촬영하는 동안 어렵고 힘든 점도 있었지만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담아둔 작품인 거 같아요. 감독님도 ‘흥행은 잘 모르겠고 영화 보신 분들에게 좋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소재 때문에 관객 분들도 너무 무겁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김일성이라면 도전하지 않았다”

설경구가 연기한 김성근은 무명의 연극배우다. 이 인물은 20년이 넘는 세월을 자신이 김일성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였을까? 설경구는 영화 ‘소원’의 촬영이 끝난 후 10개월 간 오로지 ‘나의 독재자’에만 매달렸다. 어수선한 마음에서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사실 저보고 김일성을 연기하라면 크게 끌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김일성을 연기하는 김성근이라고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져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슴 속에 가지고 있는 게 뭐지? 궁금증이 유발되죠. 그리고는 무섭기도 했어요. 김성근이 무서웠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일부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케이스가 분명 존재하잖아요. 저도 ‘박하사탕’ 때 그 후유증이 정말 몇 년을 이어가기도 했고요. 너무 빠지니깐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되더라구요. 그런 기억이 좀 많이 떠올랐죠. 그러다보니 김성근을 어떤 인물이다라고 잡고 가기 보다는 평범하지만 무능한 한 사내에서 출발하기로 했어요. 첫 무대를 망쳐놓은 후 김일성 대역 역할을 하게 되고 ‘김일성 대역’은 아마도 김성근에게 생명줄 같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같은 배우로서 김성근은 어떤 배우였을 거 같나고요? 배우로서 능력은 없었던 거 같아요. 아니면 정말 연기 못했을지도 모르죠. 그와 달리 전 참 운이 좋았던 사람이에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는 거보면요.(웃음)”

   
 

◆ 체중증가+특수분장까지 그래도 도전한 이유

역할을 놓지 못하는 김성근 역을 소화해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것 같은데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에서 외형적 변화까지 도전해야했다. 전작인 ‘역도산’에서 수십kg의 몸무게를 늘렸다 다시 빼기를 반복했던 그였다. 이번에도 꽤 많은 체중을 늘렸단다. 거기에 특수 분장까지. 한 마디로 산 넘어 산인 촬영 현장이였다.

“이번에도 꽤 많이 불렸죠. 그런데 진짜가 따로 있었어요. 특수분장을 하는데만 5시간이 걸리는데 촬영이 아침 7~8시에 시작을 하니 전 새벽 1시부터 준비를 해야 됐죠. 그런데 그게 저만 일찍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다 고생했어요. 특히 저를 가장 잘 이해했던 사람은 박해일이에요. ‘은교’ 때 경험이 있어서 연기 리듬을 놓칠 수도 있는데 안 놓치더라고요. ‘나의 독재자’는 박해일이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촬영이었어요. 유일한 낙이 있다면 촬영을 마치고 맥주 한 잔 하는 정도랄까요?.(웃음)”

설경구는 자신의 필모그라피 중 가장 힘들었던 작품을 ‘역도산’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이 지난 후 그는 다시 체중을 늘리고 거기에 특수분장에도 도전했다.

“100퍼센트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배우들이 ‘자신 없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진 역할을 피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도전의식이 없다면 배우가 아니죠. ‘자신 없다’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이유가 될 수 없어요. 만약에 차기작으로 특수분장이 있는 영화가 들어오면요? 당분간은 안 할래요.(웃음)”

인터뷰 말미 설경구는 “예전 시대에 대한 그리움도 존재했고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며 “영화 속 등장하는 나래이동통신. 포니 택시. 너무 옛날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천천히 가도 좋지 않나 싶다”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는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상상력을 기미한 작품으로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설경구 분)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박해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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