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3일’ 오늘도 나는 꿈을 굽습니다 ‘동네빵네 협동조합’
‘다큐3일’ 오늘도 나는 꿈을 굽습니다 ‘동네빵네 협동조합’
  • 승인 2014.10.1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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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3일’ 오늘도 나는 꿈을 굽습니다 ‘동네빵네 협동조합’

 

[SSTV l 이현지 기자] ‘다큐3일’에서 꿈을 굽는 빵집이 소개된다.

KBS 2TV ‘다큐3일’ 19일 방송에서는 꿈을 굽는 빵집 - 동네빵네협동조합 72시간이 전파를 탄다.

◆ 11명 제빵 장인들이 꾸는 꿈 - 동네빵네 협동조합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엔 작은 빵 공장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작업장이지만, 이곳은 인근 11개 동네 빵집 주인들의 ‘명운’이 걸린 공간. 그동안 가게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던 동네 빵집 사장님들은 함께 공장을 세우고 비로소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1990년대 이후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골목을 지켜온 많은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았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기업의 마케팅과 자본력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에서 몇 개 안되는, 노후된 장비와 오븐으로 빵을 만들어서는 다양하고 질 좋은 빵을 생산해내기가 어려웠다. 11명의 사장님들은 평생 빵만을 보고 살아온 외길 인생이 너무도 아쉬웠다. 결국 사장님들은 제빵사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십시일반 힘을 합쳐 ‘동네빵네 협동조합’을 결성한 것. 이 공장은 그들이 쌈짓돈을 모아 만든 도전의 현장이다.

공장을 세운지 1년도 안 된 지금, 사장님들은 가게와 공장을 오가며 빵 만드랴, 경영 노하우 터득하랴, 전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꿈을 굽는 동네 빵집 사장님들의 72시간을 지켜보았다.

 

그동안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때문에

자기 사업 20년 이상 하던 빵집을 접고

공사판을 전전하는 그 광경이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사람들도 다시 돌아와서 같이 동참하고 점포를 다시 시작하신다면

저희 조합원들은 기꺼이 가서 도와드릴 것입니다. 

신흥중(63)_동네빵네 협동조합 이사장

 

◆ 우리 동네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여는 가게 ‘동네빵집의 하루’

새벽 6시, 연희동 최기권 사장의 빵집에 불이 켜진다. 출근과 등교로 바쁜 손님들에게 갓 구운 따뜻한 빵을 내놓기 위해서다. 골목을 돌다보면, 인근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가게는 언제나 동네 빵집들이다.

 

빵은 종류마다 반죽과 발효하는 과정이 다르다. 때문에 여러 가지 빵을 만들려면 일손 모자란 개인 빵집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시작하고부턴 조금 숨통이 트였다. 공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생지(빵 반죽)를 공급받음으로서 빵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빵의 품목도 다양해지고 질도 좋아졌다. 전에는 시간이 없어 만들지 못했던 천연 발효빵과 최신 유행 빵들도 얼마든지 만들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이 한가해진 것은 아니다. 그가 잠시나마 숨을 돌리며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아내가 챙겨준 도시락을 먹을 때. 그마저도 오븐에 넣은 빵이 탈세라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 짧은 휴식이 끝나면 오후 내내 쿠키나 케이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빵집을 닫는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선 시간. 밤늦도록 가게 불이 꺼지지 않는 대기업 제과점과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다. 겉보기엔 달콤한 냄새가 가득한 빵집이지만, 그 속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개인 빵집 하는 사람들 그게 제일로 힘들어요.

아침 일찍 와서 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잠 잘 시간이 부족하죠.

내일 또 뭐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다 준비를 해놔야 되니까...

배이성(51)_ㄴ베이커리

 

◆ 살아남기 위한 변화 - 동네빵집 생존기

2000년 1만 8,000여 개에 달했던 동네빵집은 2013년 말 기준 4,800여 개밖에 남지 않았다. 작년 2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네 빵집 500m 이내에 프랜차이즈 빵집을 개설하지 못 한다’는 권고사항을 내놓긴 했지만 이미 들어올 만한 프랜차이즈는 골목 곳곳에 거의 다 들어선 상황.

4년 전, 갈현동 박영현 사장의 빵집 앞에도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섰다. 그것도 몇 걸음 되지 않는 바로 맞은 편 자리. 하루아침에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고3 때부터 좋아서 시작한 제빵 일이지만 이제는 가족의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박영현 사장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괜찮은 레시피를 찾아 아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되는대로 연락을 하였고, 재료는 마진을 생각하지 않고 전보다 몇 배 좋은 재료들을 골랐다. 다행히 점차 손님들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해 협동조합에 가입한 그는 더 맛있는 빵, 건강한 빵을 목표로 동네 빵집의 재기를 꿈꾼다.  

 

빵 만드는 사람의 자존심이 있으니까.

빵 만든다고 함부로 아무거나 넣어가지고 만들 순 없으니까.

동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파는 거니까.

저는 빵 만드는 사람이고요, 그건 빵 만드는 사람들의 자존심이에요. 

박영현(42)_ㅎ베이커리

 

◆ 사람 냄새나는 사랑방 같은 빵집을 꿈꾸며...

 

매주 금요일이면, ‘동네빵네 협동조합’ 사장님들은 열 일 제치고 공장에 모인다. 공장의 현황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회의가 있어서다. 그런데, 이 자리에 꼭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연세대학교 사회적 기업 동아리인 ‘인액터스’ 학생들. 사라져가는 골목 상점들이 안타까워 ‘동네 빵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학생들이다. 실제 매장을 운영하며 생업에 바빴던 빵집 사장들이 협동조합을 순조롭게 설립하기까지는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정관 작성에서 설립 신고는 물론, ‘동네빵네’라는 협동조합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SNS를 통한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에 힘입어 사장님들은 소상공인진흥원에 지원을 받아 공장을 세우고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사장님들이 꿈꾸는 건 대박이 아니다.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해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 그리고 누구든지 허물없이 들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사랑방같은 빵집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오늘도 그들의 꿈을 담은 빵을 굽는다.

 여기 앉아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다 보여요.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이 사람 보고 들어오고

저 사람 보면 들어와서 얘기하다 가시고

빵은 안 사도 사람 사는 맛이 있으니까...

언제든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그런 빵집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익현(25)_ㅁ베이커리 최기권 사장 아들

동네빵네 협동조합/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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