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회장 특강 “현재 저성장, 외환위기때 잘못된 구조조정 때문” [김우중 전 회장 특강 전문]
김우중 전 회장 특강 “현재 저성장, 외환위기때 잘못된 구조조정 때문” [김우중 전 회장 특강 전문]
  • 승인 2014.10.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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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중 전 회장 특강

[SSTV l 강기산 인턴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서 특강을 나서 오랜만에 대외 활동을 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특강에서 “흠도 많고 부족한 저를 모교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랜만에 교정에 들어서니 새롭다”고 감회를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며 제조업, 안정된 시장,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강에서 “다른 미래지향적 산업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제조업을 지키고 키워나가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며 “제조업 투자는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10년 넘게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1990년대 기회를 잡고 21세기에 들어서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고 대우조선해양의 예를 들었다.

김우중 전 회장은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말들이 많다”며 “왜 우리가 저성장과 정체라는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됐는지 또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그 원인을 기업에 돌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을 실행한 데서 지금의 어려움이 비롯됐다는 사실을 저는 책에서 지적한 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 특강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김우중 전 회장 특강,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김우중 전 회장 특강, 대단한 기업가였지”, “김우중 전 회장 특강, 많이 늙으셨네요”, “김우중 전 회장 특강, 강의했구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우중 전 회장 특강 전문]

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흠도 많고 부족한 저를 모교가 잊지 않고 초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교정에 들어서니 옛 생각도 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학생 시절 밤늦은 시간에 도서관을 나와 백양로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면 마치 이 세상이 전부 제 것인 것처럼 자신감이 충만했습니다. 아마 연세인이라면 누구나 백양로를 마음에 담고 있을 것입니다.

상경연우회에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모교인 연세대학교는 저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동문으로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오늘 와서 보니 그 사이 학교가 한층 발전한 것 같아 기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해방 후 한글로 교육받은 첫 세대였고, 또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기업을 시작한 첫 세대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채무의식이 강했습니다. 역사를 보면 한 세대의 희생을 통해 다음 세대가 발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세대도 그런 희생의 마음으로 경제 발전의 중심 세대가 되어 후배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선진 학문을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마지막 세대가 될 테니 젊은이들은 선진 한국의 첫 세대가 되라고 항상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배 세대로서 이 점을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비록 이제는 1세대에서 은퇴했지만 이런 마음을 담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강한 제조업을 토대로 경제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미래지향적 산업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제조업을 지키고 키워나가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합니다. 제조업 투자는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10년 넘게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1990년대 기회를 잡고 21세기에 들어서 세계 최고로 올라섰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업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안정된 기반을 확립하게 됩니다. 어렵더라도 20년 앞을 보고 키워나가라는 의지와 합의가 중요합니다. 국민도 기업의 노력을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하고 정부에서도 산업 정책에 대한 비전과 관심을 강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통일된 후 북한 지역에서 전개될 활동들을 생각해 본다면 제조업의 중요성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 활동에 필요한 크고 안정된 시장을 확보해야 합니다. 내수시장이 크면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시장을 확보해야 합니다. 경제 개발 시대 때 우리는 여기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빠른 시간에 개발도상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고 지금은 세계 10대 교역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개척한 시장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협력도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선배 세대가 시장을 개척했다면 여러분은 그 시장에서 글로벌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장 측면에서 또 한가지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남북통일 문제입니다. 통일이 이뤄지면 우리는 큰 시장을 갖게 됩니다. 북한뿐 아니라 가까운 중국의 동북삼성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을 합하면 3억 이상의 인구가 됩니다. 남북한과 이곳이 사실상 하나의 시장이 되면 중국 내수시장도 확보하게 되고, 미국과 유럽연합에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됩니다.

이처럼 통일은 민족이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서기도 했고 제가 하는 사업이 여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국내 경공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에 시장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중국 동북삼성 지역에 남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산업단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남북통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러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발전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는 세계 일원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신감입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주로 해외에서 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고 일을 잘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대우에서는 5명도 안 되는 본사 직원들이 선진국에 나가 현지 인력을 100명 정도 관리하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저력이 있고 실력이 있는데 이런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다행히 여러분 세대는 여행도 많이 하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도 핸디캡을 느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자신감을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우리가 선진 기업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그러니 선진국을 꼭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창조적으로 접근하면 그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다르고 유럽과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답게 선진국이 돼야지 선진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계속 뒤에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대처할 때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발전을 이룩했지만,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더 큰 곤경에 빠지곤 했습니다. 저는 1998년 외환위기 때에도 자신감을 강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대처하면 충분히 우리 힘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는데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IMF가 하라는 대로 따라하다 보니 우리 경제에 많은 불이익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한 방안으로 저는 강한 제조업과 해외시장의 심화, 세계를 향한 자신감을 말씀드렸습니다. 제 생각이 미래를 이어 나갈 때 여러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왜 우리가 저성장과 정체라는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됐는지 또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외환위기 당시 그 원인을 기업에 돌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을 실행한 데서 지금의 어려움이 비롯됐다는 사실을 저는 책에서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과 고용의 질저하, 기업의 투자 의욕 상실 등에 대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근원적으로 들여 본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베트남에 머물면서 3700개가 넘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쌓아가는 것을 감격하며 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중소기업들이 과감하게 해외로 나가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강해지려면 대기업 중심의 경쟁력도 필요하지만, 중소기업들도 함께 강해져야 합니다. 독일의 보쉬나 일본의 쿄세라 같은 세계적인 전문 기업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도 독자적인 마케팅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100억 달러 이상 수교하는 강한 중견기업들이 100개 이상 생겨나면 우리 경제는 굉장히 강해지고 탄탄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제가 세계 경영을 추진할 때 대우가 진출한 나라에 산업공단을 만들어 우리 중소기업들과 동반진출하자고 제안하고 실행한 적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혼자 해외로 나가기 힘드니 함께 기반을 만들어 간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후배 여러분께 앞으로 동남아 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조언하라고 싶습니다. 베트남은 싱가포르와 홍콩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앞으로 15~20년 내에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발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도 인구가 많고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런 나라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진출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제가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조국이 힘이 없어 수모를 겪고 불이익을 당한 적이 많았습니다. 나라가 약하면 국민들이 기를 펴지 못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조국이 강해야 개인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국가를 마음에 담아둬야 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거든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세계무대에서 경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래를 위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제2의 창업 세대가 되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기업이 계속해서 많이 생겨야 경제가 크고 국가도 강성해 집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업의 꿈을 키워 갔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저는 세계 경영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저 대신 여러분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더 큰 꿈을 완성해 주신다면 더 없이 기쁠 것입니다. 그런 바람을 담아 대학생 중에서 제2의 창업 세대를 꿈꾸는 학생을 선발해 같이 해외로 나가 제가 보여주고 해 줄 수 있는 조언과 그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후배 여러분께서도 관심을 주신다면 고맙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젊은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조언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이미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고 해외 진출도 도와주는 마음으로 여생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글로벌YBM 교육도 그런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진취적인 꿈과 비전을 갖고 해외에서 반드시 성공하도록 좋은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끝까지 성심껏 도와주려고 합니다.

이 젊은이들이 이뤄낸 성취의 결과를 생전에 직접 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삶의 마지막 긍정을 이렇게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의미 있는 자리에 저를 초청해 주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선배로서 연세대의 이름을 걸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후배 여러분께서도 연세인의 자부심을 갖고 세계무대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에 진출해 전문가로서 경쟁력을 쌓아 나가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이 사회 주역으로 우뚝 서 모교 발전에도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후배 여러분의 건투를 빌면서 많은 분들이 제2의 창업 세대가 되겠다는 꿈을 같이 키워나가길 기대하겠습니다.

아울러 올해 100주년을 맞은 상경대학이 새로운 100주년을 향해 계속 발전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자랑스런 모교 연세대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김우중 전 회장 특강 /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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