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이슈]부모가 게임규제하라? ‘게임 셧다운제’, 정책이 ‘셧다운’
[킬링이슈]부모가 게임규제하라? ‘게임 셧다운제’, 정책이 ‘셧다운’
  • 승인 2014.09.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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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보호” vs “게임산업 규제” 논란끝 사실상 폐지 수순

[SSTV l 특별기획팀] “이른바 4대 중독인 술,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중독으로 괴로워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덜어줘 사회를 악(惡)에서 구해야 한다.” (2013년 10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연설), “게임 중독으로 부모와 학생이 폐인이 된다”며 “게임업체들의 매출 일부를 거둬 중독 치료에 쓰도록 한 게임중독법안을 관철시키겠다”(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강제적 셧다운제도는 중국과 베트남 등 제도후진국에서 이미 도입했었던 제도로, 해당 국가에서도 시행 1년 만에 폐기한 정책이다.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것은 물론 국내기업을 도리어 역차별하는 제도로 확인된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폐기되거나 전면 개선해야 하는 제도이다”(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

'셧다운제(Shutdown)'에 '부모 선택권'을 확대

정부가 청소년의 인터넷 콘텐츠 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을 일률적으로 제한한 일명 '셧다운제(Shutdown)'에 대해 '부모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가부와 문체부는 이어 현행 18세 미만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적용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셧다운제 적용 연령과 같은 16세 미만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등학생 이상은 심야시간 인터넷 게임을 부모의 동의 없이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개선안은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에는 셧다운제가 내년 5월까지 적용이 유예되고 있다.

이번 셧다운제 규제완화는 지난달 24일 19금(禁) 콘텐츠 이용시 로그인마다 매번 성인 인증을 받아야 했던 이른바 '매번 성인 인증 제도'를 '연 1회 이상'만 인증을 받도록 변경한 지 일주일만에 나왔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 출신인 김희정 여가부 장관이 취임한 지 40여 일만에 내놓은 규제완화이기도 하다.

게임 국제대회에서 부모 아이디로 접속 망신도

청소년 보호와 게임산업 규제완화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부가 사실상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에 논란은 10여년에 걸쳐 지속돼 왔다. 청소년 게임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는 지난 2004년 10월 몇몇 시민단체들이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포럼'을 결성하여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게임의 셧다운 제도 도입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이에따라 국회에서 몇차례 입법 발의되었지만 게임 업계와 문화관광부의 반발로 입법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2010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합의하고, 셧다운제 도입의 중재안을 마련한 끝에 2011년 4월 29일 국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상정, 통과되어 2011년 11월 20일에 ‘셧다운제’가  공식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강제적 게임 셧다운이 시행되면서 논란은 가중되었다. 먼저 일률적인 법적용의 문제가 제기 되었다. 2012년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게임 국제대회 예선전 중에는 한국의 15세 프로게이머가 자정 직전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을 포기하고, 다음 경기에는 부모님 아이디로 접속해 경기를 치르는 국제적 망신 사례가 발생한바 있다.

"심야시간 게임이용 위한 주민번호 도용이 40%"

여성가족부가 자체 연구용역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강제적 셧다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야시간 청소년 인터넷게임 이용시간은 0.3% 감소한데 반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위한 주민번호 도용은 40%에 달했다”는 결과가 나와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일부 학부모도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은 학부모가 교육 철학에 따라 정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무차별적으로 셧다운제를 적용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2011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심판 청구 2년 5개월여만에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해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과도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며 “이용자 스스로가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이용률이 낮아 대체 수단이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 게임시간 규제에 대한 심판을 청구도

헌재의 합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차별 규제라는 문제제기가 지속됐다. 게임업계도 정치권에서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여 게임 산업 자체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해외 수출 등이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셧다운제에 대한 변화는 게임업계의 규제완화 논의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에 열린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콘텐츠 산업의 60%를 차지하는 게임은 글로벌 경쟁력이 큰 산업”이라며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합리적인 규제가 나오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실제 게임의 산업규모는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산업의 시장규모는 2009년 6조5806억 원에서 올해 11조3344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수출, 한류 주역 K-POP수출의 12배

수출규모는 더 비약적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수출 규모는 3조 2,20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류의 열풍의 주역이라며 요란하게 내세웠던 K-POP 등 음악 분야의 수출액 2,718억 원의 12배 가량되는 액수로 게임은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정치와 법은 항상 현실과 규제라는 상반된 개념과 갈등하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을 거듭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와 법’, ‘현실과 규제’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과 철학이 부재되면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다.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구분케 한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 연설에서 “항상 갈망하고 항상 무모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했다. 이런 스티브 잡스를 만든건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힘’이다.

창조경제 산업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현실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청소년게임 중독과 게임산업 발전이라는 두가지 갈등 요소 사이에서 국가적으로 소모전을 펼쳐왔다. 그러는 사이 게임산업은 규제에 신음해 왔고 게임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은 마치 범법자처럼 취급되어 왔다. 철학의 부재와 교육에서 답을 찾지 못한 ‘게임 셧다운제’의 정책은 결국 국가적인 갈등과 소모적인 논란 끝에 사실상의 ‘셧아웃’의 길을 걷고 있다.

게임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고부가가치의 미래 창조산업이다. 1인 창조기업으로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을 하게 되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일 창조경제의 구현과 관련,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연계해 1대1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현실에서 무슨  미래 창조산업이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SSTV 특별기획팀 sstvpress@naver.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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