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트로트의 연인' 지현우… '배우 지현우의 감이 돌아왔습니다'
[SS인터뷰] '트로트의 연인' 지현우… '배우 지현우의 감이 돌아왔습니다'
  • 승인 2014.08.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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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l 김나라 인턴기자] "왕자의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 익숙한 멘트는 지난 12일 종영된 KBS 2TV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명대사 중 하나다. 회가 거듭될수록 극 중 장준현(지현우 분)은 갖은 시련을 딛고 사랑하는 연인 춘희(정은지 분)와의 로맨스를 완성해 나갔지만 지난 5월 제대한 지현우는 배우로서 2년간의 공백을 채워나갔다.

'트로트의 연인'으로 연기 인생 제2막을 연 지현우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SSTV와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 제대 후 첫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은 '디딤돌'… 흥행 여부 떠나 큰 의미

로맨틱코미디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를 경멸하는 천재 뮤지션 장준현과 트로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이 시대 '최강 루저 아가씨' 최춘희가 만나, 생존을 위해 트로트 여왕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안하무인 톱스타 장준현 역을 맡은 지현우는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부터 사랑에 목숨 거는 로맨티시스트까지 소화해내며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장준현이라는 캐릭터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어요. 앞뒤 생각 안하고 감정에 충실한 장준현을 보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윗사람 눈치를 살피며 사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꿈꿔본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현우에게 이번 작품은 군 제대 후 첫 출연작, 30대 연기자로서의 첫 스타트 등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원조 국민 연하남'으로서 출연작마다 막내 자리를 독차지했던 지현우가 어느덧 후배들을 맞이하게 되면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상대적으로 현장 경험이 서툰 그룹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정은지가 혹여나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을 챙기기 위해 촬영 내내 책임감과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오지랖 넓은 성격이 아니기에 속으로는 '선배랍시고 너무 나서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감독들과 정은지 사이에서 나름의 노력을 펼쳤다.

   
 

"'트로트의 연인'을 통해 여러 가지를 경험했어요. 저보다 연하의 상대역, 아이돌가수랑 작업해 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제가 항상 형, 누나들하고만 연기해서 그런지 어린 친구들을 대하는 걸 어려워했는데, 앞으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출 경우 어떤 자세로 해야 할지를 현장에서 많이 배웠어요."

지현우는 정은지의 칭찬도 잊지 않는 센스를 보였다. 그가 배우 신성록과 함께 최춘희 역에 정은지를 적극 추천했던 만큼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은지씨를 보면서 제 신인 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 또한 은지씨처럼 드라마, 뮤지컬도 출연하고 가요프로그램 MC도 맡고 가수활동도 하고 동시에 다방면에서 활동하느라 정신없었던 시기였더라고요. 빼곡한 일정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는 걸 아니까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요. 하지만 이 친구가 정말 대견한 건 드라마에 나오는 트로트를 직접 다 선곡해 불렀다는 거예요. 최춘희 역을 정은지씨 아니면 과연 누가 맡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춘희와 정은지씨는 무척 잘 어울렸어요."

   
 

◆ 트로트의 연인 최적의 캐스팅 불구, 진부한 전개로 혹평 세례… "로맨스 부각 아쉽다"

'트로트의 연인'은 준현처럼 천재 뮤지션이라 칭송받지는 않지만 이에 버금가는 자작곡 능력, 전작들을 통해 인정받은 로맨틱코미디물 소화력 등을 갖춘 지현우와 인기 드라마 시리즈 '응답하라 1994'의 주역 정은지가 캐스팅되고, 여기에 트로트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신선함까지 고루 갖추면서 기대를 모았다.

첫 회 시청률은 5.8%(닐슨코리아, 이하 동일기준)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14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9.6%를, 마지막회는 8.9% 시청률을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꼴찌에서 4회 연속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시청률이 오를수록 부정적인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수 성장기'라는 줄거리는 찾아 볼 수 없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기억상실증, 평면적 인물 구성, 캔디와 백마 탄 왕자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악행 등 계속되는 무리수로 출연진의 열연을 무색하게 만들어, 시청자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감독님하고 초반에 생각했던 '밝고 경쾌한 드라마'라는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어요. 드라마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갈수록 내용이 무거워지면서 대본 수정도 많이 되고 제대 후 첫 작품인데 시간에 쫓겨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 아쉬워요. '안하무인 톱스타' 준현이 철들었을 때 염색 등 인물에 외적인 변화를 주고 싶었지만 촬영 일정상 포기해야 했어요. 이 작품에 대한 욕심이 강했고 애착이 많이 갔던 터라 저는 계속 뭔가를 시도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 '트로트의 연인' 8회 속 지현우(장준현 역)와 정은지(최춘희 역)

지현우는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3개월을 회상하며,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은 한 사람으로서 일각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입장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 역시 가장 큰 아쉬움으로 '트로트의 연인' 중 '트로트'가 아닌 '연인' 즉, 로맨스가 더욱 부각되면서 애초 기획의도와 달리 전개된 점을 꼽았다.

"제가 원했던 그림은 '트로트의 연인' 8회 중 정은지씨와 언덕에서 듀엣곡을 부르던 모습이에요. 이 때 참 좋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음악드라마인 만큼 개인적으로 이런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길 바랐던 게 처음 드라마를 시작할 때부터 갖은 욕심이었어요."

◆ "30대 인생의 터닝 포인트… 장르물 갈망 커졌다. 무게감 있는 배우되고파"

이제는 '군필자 배우' '까방권(까임 방지권)'이라는 긍정적인 수식어를 얻게 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 연예인들의 입대는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듯 21개월간의 연예계 부재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2003년 데뷔 이후부터 입대 전까지 매년 꾸준히 한 작품 이상 작업해온 다작배우 지현우에게는 이 기간이 재충전의 시간으로, 또 배우가 천직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제가 늦은 나이에 입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이 없다 보니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됐어요. 군생활 하면서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살았구나'라는 점도 깨닫게 되고, 오랜만에 시청자 입장으로 돌아가 TV프로그램도 재밌게 봤죠. 제가 TV 때문에 본의 아니게 후임병들을 괴롭히기도 했어요. 계급이 올라가면서 리모컨은 제 차지가 됐는데 후임들이 아이돌을 보고 싶어 할 때 '형은 제대가 다가와서 연기 공부해야 해'라며 드라마 '정도전'을 강요(?)했습니다."

후임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정도전'을 감상한 지현우는 요즘 사극, 의학드라마, '신의 선물' '쓰리데이즈' 등과 같은 장르물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그동안 로맨틱코미디물을 중점적으로 연기해 새 장르 도전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다.

   
 

"30대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아요. 20대를 풋풋한 연기자로 보냈다면 30대는 전문직 역할 위주로 맡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요. 꼭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어떤 역할을 하던 느낌은 더 절실해질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백수를 연기한다면 20대 백수와 30대 백수의 무게는 다르잖아요. 더 처절하게, 불쌍하게 보이니까 깊이 있는 연기로 시청자 모두를 공감, 만족시켜드리고 싶어요. 작품에서 혼자 튀려 하기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사람들과 색깔을 맞춰가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연기자가 되길 바라요."

SSTV 김나라 인턴기자 sstvpress@naver.com

사진 = 와이트리미디어/KBS 2TV '트로트의 연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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