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박정현 “목소리 알갱이 똑같지만 지금이 더 노래 잘해”
[SS인터뷰] 박정현 “목소리 알갱이 똑같지만 지금이 더 노래 잘해”
  • 승인 2014.06.1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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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l 장민혜 기자] 상큼한 단발머리로 변신했지만 특유의 눈 접히는 웃음, 낭랑한 목소리도 여전했다. 무대 위에서는 파워풀하나 무대 아래에서는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2년 만에 컴백을 알린 박정현의 이야기다.

지난 4월 발매를 예정했으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연기됐던 ‘싱크로퓨전’이 17일 각종 음악사이트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그리고 4월 16일 진행했지만 앨범 발매와 함께 무기한 연기됐던 인터뷰도 이제야 공개하게 됐다.

윤종신이 이끄는 프로듀싱팀 팀89와 협업, 박정현 고유의 음악적 색깔에 팀89의 독특한 음악적 색을 더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더블 키스’를 비롯해 ‘그 다음해’와 ‘드림스피어’ 등 총 3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더블 키스’는 짧아진 박정현 머리 길이만큼이나 색다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비트감 넘치는 리듬과 감각적인 멜로디 라인이 귓가를 자극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곡으로, 주로 발라드 장르를 구사했던 이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인터뷰하고도 했다고 말 못 한’ 박정현의 두 달 전 이야기, ‘싱크로퓨전’과 음악 인생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색 콜라보레이션 앨범으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정규앨범보다 콜라보레이션 싱글앨범을 내면 어떨까 싶었다. ‘그해 겨울’을 YB나 김범수, 성시경 등과 해보니 재미있더라. 내 색도 아니고, 상대방 색도 아닌 색다른 게 나타나게 됐다. 이 점을 보니 공연뿐만 아니라 앨범 작업도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 새 앨범명이 ‘싱크로퓨전’이다. 단어가 낯설다.

“SF를 좋아하기 때문에 ‘싱크로퓨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싱크’는 휴대폰을 ‘싱크’하듯 ‘다른 아티스트와 만난다’, ‘퓨전’은 진지하게 음악 색을 융합하는 것보다 협업을 뜻한다. 새로운 음악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만들어보려고 해서 ‘싱크로퓨전’이라는 단어를 만들게 됐다.”

- 기존의 콜라보레이션과의 차이점은.

“‘듀엣’이나 ‘피처링’은 이미 만든 곡에 참여하게 되는 건데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처음부터 만나 음악에 대한 대화부터 시작해 점점 구체적으로 색을 만들었다.”

-협업한 뮤지션들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콜라보레이션을 해야 하는데 공동 작업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모험적일 수 있으니 친숙한 사람들과 작업하려고 했다. 팀89는 윤종신이 이끄는 팀인데 윤종신과의 인연도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팀89에 속한 포스티노의 음악을 지켜본 선배로서 함께 음악하고 싶더라. 이번 ‘싱크로퓨전’을 기획하며 팀89에 제의했다.”

- 팀89와 작업한 결과 어땠나.

“오래 알던 사람이니 낯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니 어색하더라.(웃음) 우리가 사적으로는 아는 사람이지만 음악적으로 서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자 어색했다. 일과 사적인 걸 섞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에는 ‘이건 아니야’라고 말하며 사이좋고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

- ‘박정현’하면 짙은 발라드를 떠올린다. ‘더블 키스’는 빠른 곡이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팀89와 ‘더블 키스’부터 작업했다. 어떤 장르를 할까 고민했을 때 모두 동의한 건 신 나는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람으로서, 아티스트로서 봤을 때 박정현이 재미있는 노래를 할 때 되지 않았나 싶었다. 신 나게 놀고 웃으면서 노래하고 싶었다. 윤종신도 자기가 선배로서 판단했을 때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 지금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포스티노도 자신의 음악 장르이기 때문에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더라. 오랜만에 나오는데 비슷한 노래는 재미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싱크로퓨전’이 시리즈가 될 거라고 하던데.

“여러 장르를 생각 중이다. 다음 앨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답일지 모르겠다. 사람의 문제다. 제일 자신 없는 장르가 힙합이기 때문에 힙합에 도전하고 싶다.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모던 록 아티스트와 만나면 어떨까 싶다. 많은 아티스트를 만나보면서 말과 마음이 맞는다면 함께 일 하고 싶다.”

-힙합이나 모던 록 아티스트 중에 점 찍어둔 사람이 있나.

“없다. 팀89와 작업하느라 정신없어서 음악을 한동안 못 듣고 있었다. 앞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을 살펴볼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을 들었다. 특히 힙합에 관심이 많다. 자이언티, 빈지노, 다이나믹듀오 등. 열심히 듣고 콜라보레이션 작업할 아티스트를 찾을 계획이다.”

- ‘싱크로퓨전’ 시리즈는 몇 부작인가.

“우선 3부작으로 생각 중이다. 제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3×3’해서 ‘세 싱글에 세 곡씩’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하다 보니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게 옳다고 느꼈다. 어떤 틀에 음악을 집어넣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시리즈를 완성하면 1년의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정규 앨범은 오랜 기간 여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데 싱글은 보여주고 싶은 걸 압축하고 정리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좋은 1년의 훈련이 될 것 같다.”

- ‘싱크로퓨전’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얻었으면 하는 게 있나.

“시리즈를 마치고 나서 제가 음악인으로서 어떻게 변했을까 기대된다. 저는 음악을 혼자 작업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과 함께하며 제 개인적인 스타일을 드러내는 게 쑥스러웠다. 팀89와 한 게 잘했다 싶은 건 친한 사람들 앞에서 안심하고 좀 더 편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감이 생겨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작업하기 수월할 것 같다. 그렇게 하며 더 나아질 것 같다. 또 다른 사람들의 듣는 귀를 통해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를 보며 함께 작업하는 사람도 서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새롭게 변신한 박정현의 모습은 어떤 게 있나.

“음악을 하면서 지금 이 앨범에 들어있는 건 현재 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발전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한 적 없다. 현재 제 모습을 표현하는 게 제일 큰 목표다. 지금 제 모습은 지난해와 다를 것이고, 그게 음악을 접하는 대중들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전 ‘더블 키스’다.“

   

- 단발로 변신했다.

“‘단발로 변신할 생각은 계속 있었는데 신곡에 맞춰 자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 이번 ’더블 키스‘에 맞춰 외적으로도 신선한 걸 보여드리려고 했다.”

- 뮤직비디오에서는 춤도 추더라.

“춤추긴 하는데 잘 추진 못한다.(웃음) ‘더블 키스’의 리듬이 강해서 안무를 곁들이는 게 보기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만 춤추는 걸 볼 수 있다. 방송이나 공연에서는 춤추는 걸 볼 수 없을 것이다. 노래와 춤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뮤직비디오 현장에서는 많이 춤췄는데 다 삭제돼 짧은 부분만 나왔다.”

- ‘더블 키스’는 밝고 리듬이 강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도 밝은 곡을 보여준 적 있지 않나.

“‘나는 가수다’뿐만 아니라 공연에서도 선보였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이브의 경고’ 같은 곡을 부르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춤을 멋있게 출 순 없지만 신 날 때 움직이면서 뛰어다니고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몇 번 선보인 걸 통해 이번에 자신감 있게 시도할 수 있었다. 한 번 보여줬는데 욕은 안 먹었으니 이번에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웃음)”

- ‘나는 가수다’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해진다. ‘나는 가수다’ 무대도 그렇고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명)에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는데 어떤 차이가 있었나.

“‘나는 가수다’에서는 순수하게 경연에 집중했다면 ‘불명’에서는 선배님 앞에서 선배님의 노래를 재해석해야 했다. 그래서 긴장도 많이 했고 영원히 못 잊을 특별한 추억이 됐다. 경연했을 때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불명’에서는 이선희 선배님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잘하고 싶어서 긴장했다. 노래할 때 관객이 아무도 없고 이선희 선배님과 저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그렇다면 이선희처럼 ‘불명’에 전설로 나와도 될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불명’ 제작진이 전설로 나와달라고 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제 입지는 전설이 되기에도, 전설의 노래를 부르는 후배가 되기에도 어정쩡하해서 불편하다. 경연하는 많은 후배는 아닌 것 같고 전설의 자리는 너무 멀다. 중간인 것 같다. ‘불명’ 전설로 나갈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 목소리가 데뷔 때와 그대로인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많이 변했다. 신인 시절에는 경험도 없고 잘 몰라서 목에 무리가 갔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 노래하고 싶으면 관리를 잘 해야겠다 싶어서 관리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옛날에는 청춘의 톤,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지고 경험으로 얻은 창법적인 노하우가 생겼다. 목소리의 알갱이는 똑같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은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 박정현의 곡보다는 목소리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그건 제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히트곡을 안 만들려고 안 만드는 건 아니다. 히트곡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음악 작업하지 않는다.”

- 이번에 이선희, 이소라, 박효신 등이 컴백했다.

““많은 선배가 동시에 컴백할 줄 몰랐다. 각각 개인 작업실에서 소통 없이 작업 중이었나 보다.(웃음) 같이 나오게 됐다. 저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컴백을 하는데 긴장되지 않느냐. 많은 선배와 같이 하니까 든든하다.”

- 그렇다면 음원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그런 걸 생각해서 노래 만든 적이 없다. 많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 빼고 없다.”

- 컴백 후 2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게 됐다.

“오랜만의 단독콘서트, 전국투어를 펼치게 되니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그동안 즐겁고 근사하고 스케일이 큰 ‘그해 겨울’ 콜라보레이션 공연도 했었다. 그것도 좋지만 그걸 하다가 조용하게 관객들이랑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공연을 하고 싶더라. 소극장 위주의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 박정현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를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많더라. 콘서트에서 ‘렛잇고’를 보여줄 생각은 없나.

“‘렛잇고’에 대해서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부를 계획은 없다. ‘렛잇고’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부르고 좋아하기도 했고 여자의 대표적인 오디션곡이 되기도 했다. 그들에게 이 노래 커버 버전을 넘기고 싶다. 제가 데뷔했을 당시에는 ‘레미제라블’과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도 있었다. 제가 ‘렛잇고’를 부르면 그 자리에 못 낄 것 같다.”

4월 발표 예정이었으나 안타까운 사고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뒤늦게 ‘싱크로퓨전’을 공개한 박정현은 5월 9일부터 전국투어 콘서트를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그는 21일 MBC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 출연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SSTV 장민혜 기자 sstvpress@naver.com

사진 = 블루프린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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