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기황후’ 지창욱, 물음표에서 느낌표가 되기까지
[SS인터뷰] ‘기황후’ 지창욱, 물음표에서 느낌표가 되기까지
  • 승인 2014.05.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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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이런 황제 또 없습니다.’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는 게 황제인데 이런 황제가 또 있을까 싶다. 황태제 시절에는 사는 게 목표였다. 대승상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유배를 가면서도 곶감 타령을 한다. 활도 쏘지 못해 병사 승냥이에게 활 다루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새로운 황제상을 보여준 타환은 방송 후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박수를 받고 호평을 받았지만 지창욱에게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연출 한희 이성준 l 극본 장영철 정경순)는 부담이었다. ‘기황후’에서 지창욱은 물음표였다.

“‘기황후’ 캐스팅이 늦게 됐어요. 다른 배우들이 타환 캐스팅을 많이 궁금해했어요. 제작진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그런 와중에 출연을 결정하고 부담이 됐어요. 내부적으로도 ‘지창욱이 잘할 수 있을까?’란 의견이 있었어요. 불안하셨을 거예요. 타환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변화가 많은 인물이에요. 타환을 좀 더 재밌게 보려고 대본을 봤어요. 방송 전까지는 긴가민가했지만 제작진이 저를 많이 믿어줬어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어요.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어요.”

   

부담감과 물음표, 불안함 속에서 시작한 지창욱의 타환은 성공적이었다. 유약함을 넘어서 찌질한 타환. 지창욱은 타환이 귀엽고, 우스꽝스럽고,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신분이지만 유배도 가고, 곁에는 아무도 없고. 오히려 이런 점이 끌렸어요. 게다가 암살 위험에도 노출돼 있었죠.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살고 싶어 한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타환이 승냥이를 만나 우정을 느끼다 사랑을 느끼잖아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무서워할지를 생각해서 타환을 만들었죠. 타환을 하면서 많은 것을 시도했어요. 용상에서 다리를 꼬는 것도 일탈이었죠. 매일 8번 버스를 타다 7번 버스를 타는 것도 새로운 시도인 것처럼. 호흡이 긴 작품에서 저를 계속 바꾸는 원동력이 됐죠.”

용상에 앉는 것도 평범하지 않았던 지창욱. 타환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 장면 역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 원으로 돌아와 처음 용상에 앉았을 때를 꼽았다.

“황궁에 처음 들어와서 용상에 앉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용상 모서리에 앉아 있거든요. 그게 정말 타환스러웠어요. 유배 갔다가 원나라로 돌아와서 황태후, 연철을 만나고 자리에 앉는 거예요. 눈치 보면서 앉는 건데 그게 재밌고 타환의 모습이었어요. 용상에 앉는 위치는 대본에 없었는데 제가 생각해서 감독님과 얘기를 했죠.”

   

타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승냥이었다. 첫 만남은 ‘말똥’처럼 기분 나빴지만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됐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환은 승냥이의 품에서 승냥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결말은 많은 회의를 거쳐서 나왔어요. 51부 대본을 보고 결말을 알았는데 씁쓸하고 짠했죠. 모두가 권력을 탐하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엔 죽었죠. 승냥이는 권력을 차지했지만 혼자 남았어요. 결말이 나오기 전까지 현장에 소문이 많았어요. 해피엔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됐네요. 아쉽고 안타깝죠.”

부르다 죽을 이름처럼 승냥이를 찾았다. 하지만 항상 엇갈렸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었다. 승냥이는 정말 타환을 사랑했을까?

“하지원 누나에게 물어봤어요. 사랑하는 거냐고. 누나가 ‘사랑하는 거야. 단지 표현이 안 되는 거고 타환이 못 느끼는 거야’라고요. 저도 승냥이의 사랑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어요. 타환이란 인물이 이런 점에서 좀 어려워요. 이번 작품은 많이 보고 많이 계산했어요.”

   

지창욱에게 ‘기황후’는 즐거움이었다. 지창욱은 남자 배우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전체 출연자 중에서도 타나실리를 연기한 백진희만이 지창욱보다 나이가 어렸다. 전국환, 이원종, 하지원, 조재윤과의 촬영은 의지가 되고 힘이 났다. 배우들 중 지창욱이 가장 믿은 사람은 골타를 연기한 조재윤이었다.

“실제로도 골타를 믿었어요. 골타는 친구고 엄마고 아빠였어요. 왕이지만 골타 앞에서는 어리광도 부리고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리는 편안한 상대였어요. 모든 감정이 골타에게는 솔직했는데 등을 돌렸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매박상단의 수령이 나오고 다음 장면이 골타가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나와요. 설마 아니겠지?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골타가 매박상단 수령이라고 하시는데 심장이 벌렁거리고 놀라서 조재윤 선배에게 전화를 했어요. 골타를 죽이는 장면이 전체 촬영 중 마지막이었어요. 리허설, 회의를 많이 했고 감정도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8개월 동안 쌓은 게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감정이 왔는데 호흡도 정말 좋았어요. 제가 골타를 죽이는데 그 자체가 비극이죠. 살면서 내가 소중하게 믿은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없어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어요.”

‘기황후’ 51부의 마지막. 타환과 왕유는 세상을 떠났지만 대청도에서 승냥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말에 타라던 때로 돌아갔다. 승냥이는 누구의 말에 올랐을까?

“4회에는 타환의 말을 탔는데 그때도 제 말에 탔을 것 같아요. 제 욕심인가요?(웃음)”

SSTV 이현지 기자 sstv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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