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송중기 “‘늑대소년’, 한다고 한 나도 대책 없었다”
[SS인터뷰] 송중기 “‘늑대소년’, 한다고 한 나도 대책 없었다”
  • 승인 2012.11.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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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 SSTV 고대현 기자

[SSTV ㅣ 이현지 기자] 밀크남. 엄친아. 캠퍼스 훈남. 송중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데뷔 후 혹은 그 전부터 훈훈한 외모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송중기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해진 옷을 입고, 발톱을 세우고, 그 좋은 목소리는 어디에 두고 말도 없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송중기는 영화 속에서 늑대인간이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늦은 밤, 송중기와 함께 나눈 ‘늑대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송중기 ⓒ SSTV 고대현 기자

‘늑대소년’의 송중기는 말이 없다. 행동과 눈빛으로 순이(박보영 분)에게 말을 건다. 무언가를 확인받고 싶을 때는 머리를 내민다. 흔한 소재이면서도 대한민국에서는 시도되지 않은 ‘늑대인간’의 이야기를 송중기가 풀어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늑대소년’ 제의를 받았을 때 올게 왔구나, 생각이 들었죠. 제작하신 분들도 놀라운 게 늑대인간에 저를 생각한 거 모험이신 거 같아요. 한다고 한 저도 대책이 없었고요.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연기를 하려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싶었어요. 대사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감독님을 만나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걱정이 사라졌어요. ‘시나리오의 힘’ 이었죠. 걱정하고 있으면 뭐하나. 그 시간에 연구를 더 하자, 안하면 위약금 물어야 하는데…(웃음).”

시나리오의 힘을 믿고 시작한 ‘늑대소년’. 늑대의 움직임을 배우고 감정세팅도 마쳤다. 송중기는 동물원 늑대, 거리를 지나는 강아지의 움직임을 보며 철수를 연구했다. 시작 전의 불안한 걱정은 사라졌지만 촬영 후 정말 ‘벽’이 보였다.

“촬영 전에는 테크닉, 감정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달 동안 늑대의 움직임, 마음을 배웠어요. 잘 풀렸어요. 박보영과 감독님의 힘이 컸죠. 육체적 고통에는 둔한 편인데 잘 안 풀렸던 게 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 되고 나서 방에서 울부짖는 장면이 있어요. 그날 현장에서 뭔가 안 풀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1~2주 동안 패닉이었어요. 이유를 찾아보니 제가 보영이 연기를 계산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버리고 보영이 대사를 듣고 움직이니 편해졌어요. 재밌게 논 거 같아요.”

송중기의 외모와 ‘늑대’에는 괴리감이 들지도 모른다. 늑대란 단어와 다르게 송중기는 잘 생겼으니까. 하지만 송중기는 어쩌면 이 영화에 방해가 될지도 모를 자신의 ‘잘생긴 외모’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

“처음 제의 받았을 때는 이걸 왜 나한테 줬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송중기가 이걸 해냈구나, 이런 자신감이 생겼어요. 무섭게 생긴 사람이 무서운 역할 하면 뻔 하잖아요. 제 외모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은 놀랐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라고 평생 밀크남을 할 수는 없잖아요. 굳이 제 이미지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요. ‘늑대소년’ 포스터 속 제 모습을 보고 저도 놀랐어요. 제 방에 걸어놨어요.”

   
송중기 ⓒ SSTV 고대현 기자

관객들은 ‘늑대소년’을 보며 웃었고 울었다. 블록버스터, 액션, SF가 아닌 멜로를 다루는 이 이야기는 여성들에게 더 호응이 좋을 법하다. 그래서 송중기는 남자 관객도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울었어요. 저는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저도 울었는데 다른 남자들도 울리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일단 여자들은 많이 울었대요. 남자들은 어떻게 울리나 생각했어요. 근데 느끼는 게 다른 거 같아요. 남자들은 역시나 보영이한테 넘어간 거 같아요. 현장에서도 보영이가 기타치는 장면에 사진 찍느라 난리였어요. 늑대인간은 남자들도 좋아하는 소재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송중기의 말처럼 ‘늑대소년’을 보고 다 다른 것을 느낀다. 누구는 엄마를, 누구는 사랑을 생각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느냐”란 질문에 송중기는 “세대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어머니 세대의 분들은 엔딩에서 철수와 순이의 만남에 ‘나도 이 나이에 옛날 그 남자를 한번…’ 이런 생각이 드셨대요. 여자들은 첫사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제가 기억에 남는 건 제 친구가 한 말이었어요. 엄마가 보였대요. 저도 순이가 엄마라고 생각했어요. 이성은 두 번째고요. 순이는 철수의 전부였어요. 순이 엄마인 장영남 선배님이 ‘얘들아, 밥 먹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거기서 엄마가 보여요. 사람마다 다를 거 같아요.

   
송중기 ⓒ SSTV 고대현 기자

송중기는 ‘늑대소년’을 통해 ‘소년’에 대한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이는 송중기가 한 작별일 뿐, 아직 대중들은 스물여덟 송중기를 두고 소년을 떠올린다. 그는 “대중들이 원하면 그에 맞춰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 인생 마지막 소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전적으로 제 의지죠. 아무래도 제 나이가 있으니 소년의 느낌이 나지 않을 거 같아요. 왠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남자냄새가 나는 연기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근데 나이를 생각하면…. ‘늑대소년’은 뭔가 떠나보내는 느낌이에요. ”

지난 2008년 영화 ‘쌍화점’을 통해 데뷔한 송중기. 빠른 시간이지만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하다 보니 물 흐르듯이 이렇게 된 것 같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단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 시간에 성공을 이뤄 낸 송중기는 앞으로의 시간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소박한 목표는 이룬 게 많아요. 근데 신인상을 못 받았어요. 이제 더 이상 신인상 자격이 안돼요. 주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일인 만큼 제 나이에 주연상을 받으면 내려오는 일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연예인 인기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잖아요. 계속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넓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성공을 했다고 해서 반대의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는 게 꼭 성공적이지는 않잖아요. ‘늑대소년’이 파란색이면 그 다음에는 하늘색, 초록색, 연두색, 노란색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색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송중기 ⓒ SSTV 고대현 기자

‘착한남자’로 한창 바빴던 송중기는 “영화가 개봉하면 직접 표를 사서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관람해요. 모자 쓰고 몰래요. 일반 관객의 평이 궁금하거든요. 10~20번은 보는데 드라마 촬영 중이라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요.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극장에 걸려있길 바래요”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극장 한 자리에 모자를 눌러 쓴 송중기의 모습을 볼 일은 어렵지 않을 듯 싶다. ‘늑대소년’은 개봉 9일 만에 2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송중기는 인터뷰 중 또 하나의 바람을 드러냈다. “어떤 분이 송중기처럼 생긴 늑대 키우고 싶다고 하셨어요.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거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철수의 매력, 순수함을 알았다는 거잖아요. 더 많이 키워주셨으면 좋겠어요.”

철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일. 송중기 씨, 성공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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