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용의자X' 류승범 "외로움은 내 인생의 동반자"
[SS인터뷰] '용의자X' 류승범 "외로움은 내 인생의 동반자"
  • 승인 2012.11.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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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신에 도전한 배우 류승범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패셔니스타(fashionista)'. 연기파, 개성파 배우라는 평가 외에 류승범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전형적 미남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외모에 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많은 남성들의 '워너비'이기도 한 그.

영화에서도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종종 보여온 류승범은 최근 '용의자X'(감독 방은진)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났다. 마치 '아빠 옷'을 입은 듯한,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 감각에 촌스러운 머리스타일, 쭈뼛쭈뼛한 태도까지.

영화 속 석고는 언제나 당당한 실제 류승범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석고를 보고 있으면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류승범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답답할 만큼 지고지순하고 치밀하게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석고, 그 자체일 뿐.

   
새로운 변신에 도전한 배우 류승범 ⓒ SSTV 고대현 기자

◆ "석고에게 옷 한 벌 사주고 싶어"

류승범과의 인터뷰 도중 석고의 패션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웃어보였다.

"당시 제 매니저가 현장에서 저를 보더니 '저희 아버님도 이렇게는 안 입습니다' 하더라고요. 대체 내 꼴이 어떻기에 그런가 싶었죠.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어요. 정감도 가고요. 하하."

'용의자X' 촬영 당시 류승범은 살이 많이 빠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옷이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 그 느낌이 좋더란다. 몸은 변하는데 옷은 그대로라 지금의 체형과는 다른 이질감이 들어서 더 좋았다고.

"사실 원작 속 주인공이 찌질함의 끝을 보여주죠. 왠지 냄새도 날 거 같고. 그러나 저희 영화 속 석고는 외형적으로 초라하긴 하지만 원작의 느낌보다는 조금 순화됐어요. 그래서 사실 원작자가 어떻게 봤을까 걱정도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석고라는 캐릭터가 몸에 잘 안 달라붙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류승범은 "매력은 있는데 (캐릭터가) 밀접하게 안 오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렇지만 연기를 하려면 그 인물을 이해해야 되잖아요. 감독님과 얘기하다가 처음에 끈을 잡은 건 '욕망'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 이후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했죠. 실제 석고 같은 친구가 있다면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 말투도 그렇고, 제가 옷이라도 한 벌 사주고 싶을 것 같네요.(웃음)"

   
새로운 변신에 도전한 배우 류승범 ⓒ SSTV 고대현 기자

◆ "배우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류승범은 극중 석고의 취미인 프리다이빙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촬영 전 많은 연습을 거쳤다. 덕분에 물 공포증도 극복했다고.

"물속에 직접 들어가 보니까 무중력이에요. 아무 소리도 없고 공간과 시간 개념이 없어져요. '숨이 차오른다, 뱉고 싶다' 이런 시간적 개념뿐이죠. 석고가 수학적 개념에서 유일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몇 분이나 버틸 수 있나"라고 묻자, 류승범은 "에이, 몇 분 까지는 안 되죠"라며 손사레를 친다.

"세계 기록 보유자를 보면 깊이로 몇 미터 찍었나 하는 것과 초단위로 얼마나 길게 참았느냐가 있는데 보통은 40~50초 참으면 그것도 대단한 거예요. 그냥 숨을 참는 것과 물속에서 참는 것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1초가 정말 길게 느껴져요."

작품을 준비하며 도전하게 된 프리다이빙. 하지만 그는 실제로도 이를 취미생활로 삼을 계획이다. 막상 해보니 너무 좋더란다. 머리가 복잡할 때 생각의 정리도 되고.

"배우는 못할 게 없어요. 뭐든지 할 수 있죠. 친구랑 같이 (프리다이빙 하러) 몇 번 갔어요. 영화 '베를린' 촬영 때문에 많이는 못 갔지만. 전에도 스쿠버다이빙은 몇 번 했었는데 프리다이빙은 장비 없이 한다는 스릴도 있고 여러모로 좋아요."

   
새로운 변신에 도전한 배우 류승범 ⓒ SSTV 고대현 기자

◆ "헌신적 사랑, 내게도 올 수 있을까"

장비도 없이 물속에 혼자 들어가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 굉장히 쓸쓸할 것도 같은데 이를 취미생활로 삼겠다고 씩씩하게 선언하는 류승범을 보자, 문득 "외롭지는 않나"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물론 오랜 연인 공효진과의 결별도 있었으니.

"외로움은 인생의 동반자죠. 저는 외로움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 결별은 어차피 다들 아시는 얘기잖아요. 극중 석고는 불쌍하고 외로운 인물이죠. 저 역시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지만 문 열고 집에 들어가면 혼잔데요, 뭐. 누구나 절대적 고독을 상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배달음식을 시켜도 집 앞에 돈을 붙여놓는다더라,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옆집입니다’ 하고 찾아오는 일이 요즘은 있나? 우리는 그런지 오래됐다. 이사떡 돌리는 풍습도 없어졌고" 등의 얘기를 연이어 쏟아내던 류승범. 그는 끝으로 '사랑'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른들의 말처럼 희생이 따르고 헌신하는 그런 사랑이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나 편하고 나 좋은 사랑을 하잖아요. 내게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요. 좀 씁쓸한 부분도 있죠. 석고를 연기하면서 그런 사랑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저는 이것을 관객들에게 묻고 싶어요. (석고의 사랑 같은) 그런 사랑을 원하는지, 할 수 있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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