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소지섭, ‘힐링남’ 변신…기자의 감성을 치유하다
[SS인터뷰] 소지섭, ‘힐링남’ 변신…기자의 감성을 치유하다
  • 승인 2012.10.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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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배우 소지섭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어언 15년 전, 브라운관에 등장한 과일가게 철수는 아주 순박하고 귀여웠다. 기자가 교복 치마를 나풀거리며 돌아다니던 당시이니 참으로 오래 됐다. 하지만 그 소녀는 어느새 누가 봐도 삼십대를 코앞에 둔 여성으로 변모했고, 철수는 여전히 그대로다.

풋풋한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남자셋 여자셋’에서 송승헌 이의정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소지섭. 2012년. 강산이 변해도 한참 변했을 시간인데 그는 철수의 외모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행복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20대 시절보다도 훨씬 더 빛나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지금 현재 행복하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 일이 재밌어요. 연기를 좋아서 하다보니까 모든 게 변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인터뷰도 예전에는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기자 분들을 한 분씩 만나 대화를 하다 보니, 가슴에 확 꽂히는 일들이 있었거든요.”

   
행복은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배우 소지섭 ⓒ SSTV 고대현 기자

◆ 마음 속 ‘동굴’이 필요하다

영화 ‘회사원’의 제작보고회 당시 소지섭은 극중 지형도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자신도 배우생활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고백했었다.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하지만 항상 고통이 따라요. 보통 회사원들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있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잖아요. 사람은 마음에 동굴을 만들어놓고 언제든 숨을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해요. 저는 그래서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생각은 안 해요. 그러면 스트레스와 압박감 때문에 못 살 것 같거든요.”

소지섭이 연기한 지형도는 살인청부회사에 근무하는 독특한 회사원이다. 그는 일에 아주 지쳐있고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있던 인물. 그래서 형도는 아르바이트생 훈이를 회사 몰래 살려주고, 훈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 초년병 시절을 떠올린다. 소지섭은 훈이 역을 맡은 제국의 아이들 동준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후배들이랑 연기를 할 때 보면 애기들이라 아주 예뻐요.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은 없습니다. 연기 현장은 배우러 오기 때문에 뭔가 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보이거든요. 엠블랙 지오나 제국의 아이들 동준이나 연기를 누가 시켜서 하는 느낌이 아니고 정말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요. 동준이는 제가 뭘 얘기하면 막 메모를 해요.(웃음) 지오도 눈빛이 달라지고. 그래서 둘 다 너무 예쁘죠.”

   
행복은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배우 소지섭 ⓒ SSTV 고대현 기자

◆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그래서 그들과 “많이 친해졌냐”고 물으니 “친해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답한다. 소지섭은 아무나 쉽게 친해지지도 않을뿐더러 어지간해서는 ‘친하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그가 연예계에서 정말 친한 사람은 딱 두 명, 송승헌과 정준하 뿐이다. 데뷔 시절부터 작품을 함께 한 송승헌은 그렇다 치고, 정준하와의 인연은 어찌 된 걸까?

“친해진 계기는 모르겠어요. 안지는 몇 년 됐는데 딱 어떤 계기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오랜 세월 서로 알고 지내면서 친해진 거죠. 저는 어떤 사람을 알게 되도 중간에 끊어지는 거에 크게 신경을 안 써요. 몇 달에 한번 연락해도 ‘형 잘 지냈어요?’ 하는 사람이 좋죠, 그런 거에 서운함을 표출하면 차라리 안 봐요.”

단호하게 말하던 소지섭에게 “그러면 여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겠다. 연락도 안 되는데 어떻게 만나나”라고 묻자, “에이, 연애할 때는 그러면 안 되죠”라고 응수한다.

앞서 소지섭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인터뷰 하러온 리포터가 발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하자 “받는 것보다는 내가 해 주는 게 낫겠다”며 손수 발을 주물러주는 자상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저는 같이 있을 때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에요. 직업상 밖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연애할 수 없다보니, 미안함이 베이스로 깔려있어서 더 노력을 많이 하죠.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을 뿐 행동이 무뚝뚝하지는 않아요. 발도 당연히 주물러 줄 수 있죠.”

   
행복은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배우 소지섭 ⓒ SSTV 고대현 기자

◆ 크게 ‘배신’ 당한 적 있어

나이가 나이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 안하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는 소지섭.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은 마흔 전에는 꼭 하고 싶단다.

“‘괜찮은 사람 없어요?’ 물으면 ‘너 부담스러워서 누가 만나겠니’ 하시더라고요. 저를 만나는 여성분에게는 평생 꼬리표가 돼서 힘들어 지겠죠.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게 쉽지가 않네요.”

우정이든 사랑이든 모든 인간관계에 신중한 그는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한때는 그도 ‘좋아하면 믿는 스타일’이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절대적으로 신뢰를 쌓은 다음, 사람을 믿는다.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 당했어요. 한참 일할 때 혼자 운전하고 전화 받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배우, 현장 매니저, 사장님 모든 걸 스스로 다 한 거죠. 그 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들었어요. 현재는 1인 기획사를 운영 중인데 제가 일을 안해도 잘 굴러가야 하니까 여러가지를 구상중에 있죠.”

   
행복은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배우 소지섭 ⓒ SSTV 고대현 기자

◆ 30대, 매력적인 나이

소지섭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털어놓음과 더불어 기자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줬다. 당시 몸이 아팠고, 여러 가지로 지쳐있던 기자에게 그는 “행복은 본인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조언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은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고 현실에 치어서 살죠. 과연 그 미래는 행복할까요? 아마 자기가 즐겁거나 행복하다는 단어를 떠올릴 시간도 없이 그렇게만 사는 거겠죠. 한때는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기가 먼저 행복해져야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거 같거든요. 지금 이 순간도, 연기도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하나 더. 소지섭은 “두 달 후 서른이 된다”고 툴툴대는 기자에게도 한 가지 조언을 건넸다. (아마 30대 여성들은 이 말을 들으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

“몰라서 그렇지, 30대가 정말 매력적인 나이예요. 멋모르고 놀고 이런 게 20대라면 30대는 그동안의 경험들만 잘 이용하면 아주 아름다운 나이가 될 수 있죠. 여자는 서른 살 이후가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걸 아는 남자를 만나야 해요. 저 역시 세월이 주는 느낌은 연기로 커버가 안 되기 때문에 40대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큽니다.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면 안 돼요.”

배우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소지섭. 그와의 만남은 인터뷰가 아닌 ‘치유의 시간’이었다. 긍정적 마인드와 좋은 기운을 듬뿍 전해준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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