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장동건 “스스로 너무 큰 기대 않는 게 배우에게도 좋다”
[SS인터뷰] 장동건 “스스로 너무 큰 기대 않는 게 배우에게도 좋다”
  • 승인 2012.10.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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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있는 매너를 보여준 배우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재차 옷깃을 여미게 되는 부쩍 추워진 날씨. 40대 신사의 품격을 원 없이 보여주며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했던 장동건을 만났던 날, 그의 여윈 얼굴이 바쁜 스케줄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며 뜨거운 차를 들이키는 모습도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열풍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무렵, 영화 ‘위험한 관계’ 개봉이 다가와 쉴 새 없는 홍보 스케줄을 소화해 내고 있던 그. “감기에 걸려버렸다”며 멋쩍은 듯 웃던 장동건은 비록 몸은 아프지만 표정은 밝아보였다.

“환절기라 감기에 걸렸나보다”라며 걱정스런 인사를 건네는 기자에게 그는 “그래도 가을이 와서 좋다”고 응수했다.

“저는 가을이 되면 가을이란 것을 딱 알아요. 가을 무지하게 타거든요.(웃음) 밖에 나가서 가을 냄새 맡으며 자전거 타고 야구하는 거 좋아해요. 아이 생기고 나서는 그냥 한강 고수부지에 잠깐 나가서 헤드폰 끼고 음악 감상해요. 편의점에서 해질 무렵 맥주 한잔 사서 마시면 그게 행복이죠. 하하.”

   
품격있는 매너를 보여준 배우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 출퇴근 했다면 힘들었을 ‘옴므파탈’

가을을 사랑하는 남자 장동건이 출연한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바람둥이 셰이판을 연기한 장동건과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 분), 팜므파탈 모지에위(장백지 분)가 치명적인 삼각관계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다.

이 영화에서 장동건은 완벽한 옴므파탈로 변신해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잘생긴 외모에 다소 가려져 있던 연기력과 더불어 기존에 그가 맡아온 배역들과는 다른 새로운 변신. 어쩌면 관객들이 원하고 있던 장동건의 모습이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집에서 출퇴근 하면서 찍었다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그런 바람둥이로 있다가 집에 와서 아이 얼굴을 보다 다시 자고 일어나서 촬영을 한다면 어려운 작업이 됐겠죠. 하지만 촬영 장소를 떠나면 배역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장동건은 앞서 전작인 ‘마이웨이’ 촬영에 9~10개월간 공을 들였다. ‘마이웨이’는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봐야하고, 그래서 보편적인 감정을 따라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좀 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로스트 메모리즈’ 끝나고 ‘해안선’ 할 때도 그런 심리였던 것 같아요. ‘위험한 관계’는 원작이 심리소설로 분류될 만큼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있고, 허진호 감독님이 연출한다고 하니 섬세한 작업을 한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품격있는 매너를 보여준 배우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 스스로도 놀란 ‘순간 집중력’

사실 장동건은 영화에 출연하기 전 원작 소설을 접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국 제작보고회 당시 장국영이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잘 해야 겠다’는 부담감이 생겼단다.

‘위험한 관계’에서 장동건은 중화권 배우 장쯔이, 장백지와 함께 중국어로 대화하며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끌어나간다. 여러 언어 중에서도 특히 습득하기 어려운 중국어를 그는 무난하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한국어로 연기 해보니까 그게 더 어색했어요. 감정표현도 잘 안되고. 문제는 밤새워 대사를 준비해 가면 대본이 변경될 때 정말 당혹스러웠죠.(웃음) 그렇지만 저도 모르는 ‘순간 집중력’이 생겨 하게 되더라고요. 중반 이후부터는 새로운 대사들이 와도 금방 소화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중국어 연기를 위해 장동건은 선생님도 곁에 뒀다.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중국인 친구로, 장동건의 곁에서 숙식까지 하면서 대사 연습을 도왔다고.

   
품격있는 매너를 보여준 배우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 고소영 반대에 ‘수위 안심’ 시키다

중국어를 가르쳐 준 친구를 언급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드러낸 장동건. 그동안 선 굵은 남성적 연기를 주로 보여 왔던 그가 섬세한 멜로 연기에 도전한 데에는 ‘나이의 영향’도 분명히 있었다.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되는 것’ 쪽으로 선택을 많이 했었죠. 지금은 나를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나이의 영향도 있고, 가정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는데 느끼는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변신에 대해 아내 고소영은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단다.

“‘위험한 관계’가 결혼하고서 처음 선택한 작품이고, ‘신사의 품격’은 이 뒤에 한 거예요. 시나리오를 아내가 읽어보고는 ‘총각 때는 그렇게 (멜로 연기를) 안 하더니 왜 (결혼하고 나니까) 막 하냐, 꼭 해야 되겠냐’ 묻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제가 ‘허진호 감독님이 하시는데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고 수위에 대한 안심을 시켰죠.”

   
품격있는 매너를 보여준 배우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 스릴러나 첩보물 도전하고파

아내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던 장동건은 오랜 배우 생활에도 불구, 아직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 많단다.

“스릴러나 첩보물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배우가 뭔가 하고 싶을 때 그것과 부합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 정말 즐겁고 결과도 좋은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2년 넘는 시간을 너무 달려오기만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동건이 배우 생활의 큰 기복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기복이 많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영화가 좋은 평을 못 받고 흥행에 실패했을 때도 항상 다음에 연기할 수 있는 어떤 계기들이 있었다고. 끝으로 그는 자신의 ‘배우 생활의 철학’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과거 지난 수년간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를 들여다보고 너무 주눅 들지 말고 너무 성공에 업(UP)되지 말자고 다짐했죠. 길게 보고 배우로서 본질에 충실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가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배우 만족감 측면에서도 스스로 너무 큰 기대를 안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 같고요.(웃음)”

아픈 몸을 이끌고 끝까지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해준 장동건.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잘생긴 그를 조만간 멋진 첩보물 속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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