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천만 '광해' 류승룡 "'사람들은 내게 '다정(多精)도 병'이라 한다"
[SS인터뷰] 천만 '광해' 류승룡 "'사람들은 내게 '다정(多精)도 병'이라 한다"
  • 승인 2012.10.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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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유쾌한 배우 류승룡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조선의 왕으로 변신한 이병헌을 만나 인터뷰 했을 당시, 그는 류승룡 얘기가 나오자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실제로도 아주 재밌는 성격이라 촬영 당시 웃을 일이 많았다면서.

물론 류승룡은 평소 유쾌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묵직한 역할들을 주로 맡을 때는 미처 몰랐었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그의 매력은 폭발했다. 장성기는 다소 느끼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있는 남자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허균으로 돌아온 그는 관객을 웃기기 위한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지함 속에서 우러나오는 절제된 코미디가 더욱 배꼽을 잡게 한다. 이병헌과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영화의 개봉 이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도승지 허균을 직접 만났다.

"'일은 재밌게 하자'가 제 습관이에요. 장난기 어리거나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영화에서는 잉여 시간이 많잖아요. 배우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집중시간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도 그 시간이 어느 정도가 넘어가면 효과적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스태프들, 배우들, 감독들과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생각합니다."

   
늘 유쾌한 배우 류승룡 ⓒ SSTV 고대현 기자

◇ 코미디 연기는 '과유불급'이니라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 이후 5주 연속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지키며 어느덧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로써 류승룡은 완벽한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가 연기한 허균은 믿음직하고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 관객들을 원 없이 울고 웃게 만드는 이번 작품에서 그는 '과유불급'의 미덕을 다시 한 번 새겼다고.

"코믹한 요소는 허균에 맞게 적당한 수위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생각해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얼마든지 더 넣을 수는 있지만 허균은 딱 그 정도가 좋았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했던 것 같아요."

극중 찰떡 궁합을 선보인 이병헌과 류승룡이 '동갑'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로 꽤 친밀해졌고, 함께 등산을 하기로 약속하기도 했었다. 물론 서로가 바쁜 탓에 아직 지켜지지는 않았다.

"원래 산타는 것을 좋아해요. '고지전' 때도 지리산을 종주하고 왔어요. 산이라고 국한 짓기 보다는 그냥 자연을 좋아하죠. 트래킹, 올레길, 산보, 등산 다 좋아합니다."

   
늘 유쾌한 배우 류승룡 ⓒ SSTV 고대현 기자

◇ 이병헌 18번곡은 김건모 노래

'자연 예찬론'을 펼치던 류승룡. 그의 나지막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묘한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극중 광해, 허균, 조내관 모두 이른바 '목탁 목소리'라서 대본 리딩 당시 걱정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사실을 언급하자 그는 "음색을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이병헌 씨도 광해와 하선을 연기할 때, 톤이나 이런 것은 다르지만 음색은 바꿀 수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뉘앙스는 바꿀 수 있죠. 예를 들어 제가 '최종병기 활'에서 쥬신타를 연기할 때는 성대를 안 쓰는 방법을 택했고, 허균은 약간 쇳소리가 섞이면서 힘이 있는 목소리를 내죠. 인위적이지 않은 범위에서 변주가 가능한 성량과 톤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함께 연기한 배우 장광과 이병헌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장광 씨는 성우 생활을 30년 가량 하신 분이라 발음이 아주 좋고 기름진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죠. (이)병헌 씨는 비음이 들어간 저음이고, 그래서 노래할 때도 김건모 씨의 노래 같은 걸 많이 해요. 병헌 씨의 목소리에는 전달력이나 가슴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늘 유쾌한 배우 류승룡 ⓒ SSTV 고대현 기자

◇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사람 NO!

덕분에 여자 스태프들이 귀가 호강하는 현장이었다며 웃어보이던 류승룡.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올곧은 성품의 허균을 연기한 그에게 실제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상대적인 게 공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지만 눈에 보이게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사람을 보면 불쾌해요. 예를 들어 제가 강자라면 저에겐 엄청 잘하고 그렇지 않으면 막 대하는 그런 태도가 정말 싫어요. 그래서 저 역시 한결 같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는 허균을 아주 냉철하고 말수는 적지만 지적인 사람, 기본적으로 민본주의가 깔려있는 사람이라 평했다. 그러나 실제 류승룡은 냉철하기 보다는 매우 다정한 성격이다.

"사실 제가 정이 많아요. 우리 팬들이 '다정도 병'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한다 안한다, 간다 안간다' 이런 결정은 빨라요. 사람 관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적당한 수준에서 하려고 하죠."

   
늘 유쾌한 배우 류승룡 ⓒ SSTV 고대현 기자

◇ 군대에서 납 중독 걸려…

인간관계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은 류승룡. 작품 역시 늘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연기를 하면서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전체적인 그림이 조악해 속상하기도 했다는 그.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반성이 있을 정도의 만족감'이 있었단다.

"추창민 감독은 평소엔 조용하지만 디렉션 할 시에 너무 열정적이에요. 많은 에너지를 아꼈다가 필요할 때는 다 쏟아내죠. 가장 효과적으로 말하는 사람 같아요."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표하며 턱을 어루만지던 류승룡에게 "수염을 기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면도하다가 잘 베이는 편이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라며 크게 웃어보였다.

주문한 음료수가 너무 시다며 인상을 찌푸리던 그. 군대에서 자두를 잘못 먹었다가 납 중독에 걸린 적이 있어 그 후로 신 것을 잘 못 먹는단다. 솔직하고 우직한 성격, 마초적인 외모에 천진난만한 해맑음이 공존하는 류승룡은 장성기와 허균, 딱 그 중간쯤에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그 두 사람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친절한 '진짜 류승룡'을 만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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