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강철대오' 김인권 "늘 미래만 생각...어떤 순간도 돌아가고 싶지않다"
[SS인터뷰] '강철대오' 김인권 "늘 미래만 생각...어떤 순간도 돌아가고 싶지않다"
  • 승인 2012.10.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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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명품배우 김인권 ⓒ SSTV 고대현 기자

[SSTV | 김윤미 기자] 배우 김인권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웃음이 번진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주억거리거나 애써 미소를 짓지만 울먹거리며 더듬더듬 진심을 토로하는 장면, 그의 이름을 보면 이런 광경이 절로 연상된다.

25일 개봉되는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홍보에 한창인 김인권. 그 덕분에 여러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또 라디오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색다른 활약상을 접할 수 있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난 김인권은 '와, 되게 웃기겠다'는 세간의 예상과는 좀 달라 보인다.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진지한 느낌이다. '예능에서 진지?' 이건 '방송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미덕'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인간 김인권'은 그렇듯 진중해보였다. 이 느낌은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 대본이 있어야 웃기는 스타일. 셋 이상 모이면 입을 다문다

"의외로 여러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 세 사람 이상 있으면 입을 다물게 되더라고요. 어찌보면 사회생활을 되게 소극적으로 했달까요. 아, 근데 적극적일 때는 따로 있어요. 연기를 할 때, 그리고 현장 분위기를 띄울 때요."

김인권은 그런 사람이었다. 중학교 동창인 현재의 매니저와는 종종 대화 한 마디 없이 소주 한 병을 비워낸다. 서로 허물 없이 너무 잘 아는 사이니까 그래도 자연스럽고 편하다.

"(옆에 있는 매니저를 가리키며) 저 친구도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근데 저랑은 스타일이 좀 달랐어요. 학창시절 교회에서 함께 연극을 했는데 저 친구는 '진행형 개그맨' 저는 '연기형 개그맨'이었죠. 무슨 모임이 있을 때면 이 친구가 늘 사회를 봐요. 저는 대본이 있어야 웃기는 스타일이고요. 하하."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 얼마전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멘붕스쿨'에 등장한 김인권은 그 짧은 시간에도 예의 그 출중한 연기력으로 탄성을 자아내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방송된 '라디오스타' 즉 '끊임없이 치고받고 끼어들고 리액션하고 의외의 웃음코드를 끄집어내야하는 치열한 정글' 속에서는 조금은 '약한' 모습이었다. 근데 묘하게도 그게 그다워 보였다.

   
지난 1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명품배우 김인권 ⓒ SSTV 고대현 기자

◆ 육상효 감독, 애틋함이 있다. '강철대오'로 꼭 성공하셨으면...

김인권은 '방가방가'에 이어 이번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에서 또다시 육상효 감독과 함께 했다. 두 작품 다 주연이다.

"육상효 감독님과는 '방가 방가' 때 애틋한 게 생겼어요. 두세 달을 동고동락 하며 술도 자주 마셨고 이야기도 정말 많이 했죠. 물론 의견대립도 있었지만 저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감독님이랄까요. 진짜 피붙이 같은 느낌이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방가 방가' 때의 그 고마움이 '강철대오'로까지 이어졌다.

"멀리 있어도 이러시겠다...하는 느낌이 있어요. 물론 감사한 게 제일 크죠. '방가 방가' 때 저를 주인공으로 써주셨잖아요. '강철대오'로 꼭 성공하셨음 좋겠어요. 성공하시는데 제가 보탬이 됐으면 좋겠고요."

'강철대오'에서 김인권은 그가 표현한 '보탬' 이상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한 눈에 반하게 된 운동권 여학생 '예린'(유다인 분)을 좇아 의도하지않게 '열혈 혁명투사'로 변신하는 중국집 배달원 '대오' 역을 맡아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열연을 펼친다. '명품 연기'라 칭해도 과하지않다.

'강철대오'의 주된 배경은 1985년 미(美) 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이다. 그런 만큼 1980년대 대학 분위기, 운동권 용어, 운동가요, 시위현장 등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96학번인 그가 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고 공감했을까.

"저희 세대가 '한총련' 마지막, 끝물이었어요. 그 때도 운동가요도 부르고 시위도 하고 최루탄도 맞고 돌멩이도 던지고 전경들과 싸우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약간은 경험했는데 전 깊숙히 개입은 못했어요. 사는 게 너무 바빴거든요. 학비도 벌어야하고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니까.(웃음) 그래서 그 시간에 조용히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김인권이 그럴진대 조정석, 유다인, 권현상 같은 후배들은 80년대 분위기가 더더욱 생소했을 터.

"전 대학생이 아닌 철가방 역할이니까 그 분위기에 너무 빠지지않아도 됐지만, 다른 친구들은 운동권 학생 역할이니까 더 많이 이해를 했어야 했는데 그걸 박철민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당시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그렇다해도 완벽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백골단에게 두드려맞는 장면에서 후배들이 확 느끼더라고요. 촬영하는 2개월간 대학생 MT생활 하는 기분으로 참 즐거웠어요."

   
지난 1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명품배우 김인권 ⓒ SSTV 고대현 기자

◆ 중학교 때부터 "쟤는 영화감독이 꿈이래"

"꿈을 가져라. 꿈은 이루어진다". 어릴 때부터 김인권의 뇌리에 박힌 교회 목사님의 설교 내용이다. 그래서 김인권은 일찍이 꿈을 가졌다. 교회에서 연극을 했고 주인공도 많이 했다. 근데 연극을 하면 배를 곯는다는 얘기에 영화감독이나 방송프로듀서를 꿈꿨다.

중학교 때 이미 전교적으로 소문이 났다. "쟤는 영화감독이 꿈이래". 학교 아이들이 신기해했다. 그 꿈 대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연출을 전공했다.

"실은 공부가 너무 싫었어요. 책 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도 글을 읽다보면 자꾸 다른 생각이 나서 시나리오 한 편 읽는데 3~4시간 넘게 걸려요."

이런 말과는 달리 그가 '서울대에 들어갈 뻔 했다'는 사실이 최근 새삼 화제가 됐다. 수능성적 상위 0.8%? 서울대는 떨어졌지만 동국대에 수석입학했다. 게다 수학은 만점이었단다.

대학 1~2학년 땐 연극영화과가 통합돼 있어 연기도 연출도 여러가지를 다 배우고 해볼 수 있었다. 대학 때 이미 그는 집도 절도 없이 사회에 덜렁 내던져지다시피 했고, 연기로 진로를 정한 후 어떻게든 자리를 잡기위해 온갖 노력과 시도를 다 했다. 연극, 아르바이트, 오디션...

"제 필모가 은근 화려해요. 베스트극장 드라마시티 주인공, 시트콤, 버라이어티, 예능... '가족오락관'에도 나갔어요. 하하"

   
지난 1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명품배우 김인권 ⓒ SSTV 고대현 기자

◆ 뭐든 좀 일찍 좀 빨리. 현재를 즐긴 적 없다, 이제는...

1999년 영화 '송어'로 데뷔한 이후 어느새 14년. 김인권은 정말 쉼 없이 그의 표현에 따르면 '쫓기듯' 달려 왔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뭐든지 좀 일찍 좀 먼저 했던 것 같아요. 정신적 물질적 독립도 그렇고 결혼도 아이도 또 직업도."

그건 철이 빨리 들었다는 얘기다. 남들보다 꿈도 빨리 이룬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늘 미래를 생각해왔다고 했다.

"항상 생각이 미래에 있어요. 현재를 즐긴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가. 제가 기관차가 돼서 끌고 가야 하는데, 속력을 줄여버리면 다들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멈출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과거?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어떤 순간도요."

얘기를 듣다보니 김인권이라는 기관차에 살짝 브레이크를 걸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렇다고 괜한 딴지나 발걸기 뭐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인터뷰를 빙자해 잠깐 옛날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는 정도?

"인터뷰를 하다보면 삶이 단련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여러 얘기들을 하면서 큰 사건이 터져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을 알게 된다고 할까요. 인격수양이 되는 것도 같고요. 아, 그리고 과거를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도 되고요."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김인권은 대체로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이 '인터뷰'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자의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줬다. 취재원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나. 신기했다.

연기외에 다른 관심사나 취미가 없다는 그는 천상배우 그리고 두 다리를 땅에 단단히 붙이고 살아가는 생활인의 두 모습을 다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그래서 '사람냄새' 폴폴 나지만 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연기는 쉽지않은 내공과 세월로 만들어진 '김인권표 명품연기'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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