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최원영 “남들과 다른 출발…내겐 트라우마였다”
[SS인터뷰] 최원영 “남들과 다른 출발…내겐 트라우마였다”
  • 승인 2012.10.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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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드라마 '맛있는 인생', 캠핑 프로그램 '아드레날린', 영화 '청포도 사탕'. 쏟아지는 스케줄로 한창 바쁘던 당시 최원영을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 첫 느낌은 "실물이 훨씬 훈훈하다"는 것이었다. 대뜸 이 말을 건네자, 그는 어색해하며 피식하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근에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로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됐다. 이 작품은 뉴커런츠 월드프리미어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사소한 갈등이 죽음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비극적 교훈을 그린 형제의 드라마다.

그동안 TV 드라마 속 친근한 형이나 다정한 남편, 반듯하고 온화한 청년을 주로 연기해온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한 변신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애증과 자격지심, 열등감과 분노를 폭발시키며 최원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최원영 ⓒ SSTV 고대현 기자

◆ 아날로그적 감성

사실 최원영은 배우가 되기 전 미술학도였다. 그가 미니홈피 등에 남긴 글을 보면 남성적 외모와는 다른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감성적’이라고 털어놓는다.

“그게 짙고 안 짙고의 미묘한 차인데 예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감성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미술을 했고 연기를 하게 된 케이슨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없던 시절에 미니홈피에 글도 쓰고 그랬죠. 원래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해요. 시대가 변하다보니 이제는 앨범을 정리하고 그런 맛이 없어진 점도 아쉬워요.”

그는 27살 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모두가 만류했다. 당시 최원영은 친구에게서 외면도 받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정신 차려라, 철들어라”였다고.

“한 방에 잘 된 게 아니다보니 저도 고통의 시간이 있었죠. 결국은 인내하고 버티고 견디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러고 보면 참 세월이 쏜살같아요. 교수님들이 간혹 ‘연기 해봐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재능이 있나’ 라는 의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부딪쳐봤는데 ‘이렇게 해선 안 되겠구나’ 하고 느낀 시점이 있었어요.”

   
최원영 ⓒ SSTV 고대현 기자

◆ 제대로 된 ‘광대’가 되고 싶다

모든 학문에 기초가 있듯이 연기도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상업영화로 데뷔는 했지만 아마추어로 잠깐 구경만 한 애가 프로시장에 잠시 서 있었던 거예요. 결론을 내렸죠. 인생을 멀리 본다면 언제 이렇게 치열함을 가지고 임해 보겠는가. 입시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5년이라는 시간을 줘보자 하고요. 그래놓고 아니면 관두자고 나와의 대화를 한 겁니다.”

결정을 내린 뒤 최원영은 늦은 만큼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출발이 트라우마였다.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나온 시간이지만 미약하게나마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계속 있었다.

사실 그의 데뷔는 지난 2002년 ‘색즉시공’을 통해서였다. 벌써 데뷔 10년에 접어들었다. 최원영은 본인 스스로를 ‘광대’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제대로 된 광대’가 되고 싶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보자면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좋은 배우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광대처럼 살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희노애락을 주는 사람이죠. 남들이 쉽게 안주삼아 씹을 수도 있고 때로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제대로 된 광대라고 보거든요.”

   
최원영 ⓒ SSTV 고대현 기자

◆ 장가를 못 간 이유?

긴 시간 연기를 하면서도 ‘반짝’하는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물론 거기에서 오는 답답함과 괴로움, 아쉬움도 많이 있다. 하지만 최원영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낼 만큼 중심이 단단한 배우다.

“모든 건 단계가 있잖아요. 그림도 학습을 통해 완성 되는 거고 뭔가가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거든요. 저는 톱스타도 아니고 그저 제 포지션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저 배우 참 괜찮아, 좋은 배우 같아’라는 말을 듣고, 먹고살 걱정 없이만 살 수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과거사를 돌이켜보던 최원영에게 ‘청포도 사탕’ 언론시사회 당시 이상형 질문이 나왔던 일을 언급했더니 크게 웃어 보인다. 당시 그는 “박지윤과 박진희 중 누가 더욱 매력있나”라는 다소 난감한 질문에 “박지윤의 외모와 박진희의 성격을 합친 사람을 원한다”고 했었다.

“제가 그래서 장가를 못 갔나 봐요. 위트 있게 농으로 받아칠 수 있는 능력치가 안 되다보니 그렇게 대답을 해버렸는데, 두 분 다 사실 좋아요. 실제 이상형이요? 지금은 만약 만난다면 저의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나게 되겠죠. 구체적 형상은 없어요. 어느 정도의 맥은 있는데 공통되지는 않고요. 개성이나 매력을 많이 보는 편이고 특히 나와 잘 맞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보죠.”

   
최원영 ⓒ SSTV 고대현 기자

◆ 하늘이 준 기회

1976년생. 어느덧, 한국나이로 서른일곱의 최원영은 넌지시 장가가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 지난 10년간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에만 몰두해 사랑을 붙잡을 시간을 놓친 게 아닐까 하는 것이 기자의 생각.

뭐든 열심히 진지하게 임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아드레날린’ 촬영 도중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맞닥뜨렸던 사건에 대해 물어봤다.

“사실 방송에는 장난하는 거처럼 나왔는데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죠. 계곡에서 물에 떠내려갈 뻔해서 ‘나 좀 도와줘’라고 외쳤는데 사람들 귀에 들리지 않았던 거예요. 지옥 같았어요. PD가 다가와서 가까스로 잡았는데 5초만 늦었으면 진짜 죽었을 거예요. 계곡이 정말 무서운 게 많이 깊지도 않았는데 물이 저를 잡아당기더라고요. 하늘에서 기회를 한 번 더 준거 같아요. 열심히 살아야죠.(웃음)”

하늘이 준 새로운 기회인만큼, 다가오는 2013년에는 최원영이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쟁취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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