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컴백' 알이에프(R.ef) "우린 밤의 빅뱅, 낮 무대가 두려웠다"
[SS인터뷰] '컴백' 알이에프(R.ef) "우린 밤의 빅뱅, 낮 무대가 두려웠다"
  • 승인 2012.09.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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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 더제이스토리 제공

[SSTV | 김윤미 기자] 1990년대 '나이트'를 주름잡던 오빠들이 돌아왔다.

25일 디지털싱글 ‘잇츠 알이에프(it’s R.ef)’를 발표하며 컴백한 R.ef. 벌써 10년 하고도 몇년이 훌쩍 지났다.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아저씨가 됐다. 하지만 그 십수년 세월의 어색함은 1초도 얼씬할 새가 없다. 그 옛날 조근조근 차분하던 핸섬가이 이성욱도 여전했고 까불까불한 분위기메이커 성대현도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새 노래를 들고 '인터뷰'라는 걸 하는 두 사람은 사진 포즈 취하는 것도 어색해했다. 어쩔 수 없이 '90년대 스타일'이 나왔다. "정신차리게 커피주세요" 하다가 "박카스 있음 더 좋은데..."하는 '아저씨 스타일'도 숨길 수 없었다. 실은, 순간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유머코드로 활용하는 여유와 재치가 늘었다.

   
R.ef 이성욱 ⓒ 더제이스토리 제공

◆ '마침내 때가 왔다!' 어렵게 어렵게 다시 용기를 내다

R.ef의 마지막 앨범이 나온 게 지난 1998년, 그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 싱글 '사랑은 어려워'가 발표된 게 2006년이었다. 지금부터 8년 전. 엄밀히 말하면 이 싱글은 정식 음악활동의 산물이 아닌, 한 디지털콘텐츠 회사의 프로모션용 싱글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컴백은 10년 하고도 4년, 무려 14년 만이다. 그런데 왜 지금일까?

"올 것이 오지 않았나,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2003년에도 실은 좋은 기회가 있었고 앨범 녹음까지 다 마쳤는데 그때는 어떻게든 하려고 하려고 애를 썼는데 잘 안됐어요. 세상일이 그런 거 같아요. 그렇게 노력할 때는 안되더니 이번엔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R.ef에게 다시 컴백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건 지난 5월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청춘나이트'의 힘이 컸다.

"어렵게 결심을 해서 나가게 됐는데 어라, 옛날 활동하던 당시의 느낌을 받은 거예요. 객석 반응도 너무 좋았고 그 덕분에 저희도 자신감을 되찾았죠. 마침, 90년대를 소환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그 때부터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술술 일이 풀리더라고요."

행운도 기회도 준비된 자들의 몫이라고 했던가? '음악하는 R.ef'가 대중들에게 잊혀진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맏형 박철우를 포함해 이성욱, 성대현의 R.ef는 여전히 다운타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아무리 기회를 잡으려고 해도 안됐는데, 그래도 저희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기에 이런 기회도 온 것 같아요. 저희가 밤 (업소)에는 빅뱅이었지만 대낮에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웃음) 밤 12시엔 인기가 많아도 낮 12시에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어요. 근데 한마디로 정저지화(井底之蛙), 우물안 개구리였죠. 아, 이거 요즘 제가 밀고있는 사자성어예요.(웃음)"(성대현)

   
R.ef 성대현 ⓒ 더제이스토리 제공

◆ 묵묵히 동생들에게 길을 열어 준 철우 형, 고맙고 미안해

이번 컴백에서 팀의 정신적 지주인 맏형 박철우는 빠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대현의 웃음소재로 활용되는 '어르신' 박철우는 그러나 여전히 '밤 업소'에서는 두 동생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형이 정말 큰 도움을 주세요. 실질적 도움 보다 맏형으로서 말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세요. 가장 큰 도움은 같이 안하신다는 거죠.(웃음) 이건 농담이고요. 형은 연예인으로서의 생활을 좀 버거워하고 부담스러워 하시는 듯 해요. 실은, 두 동생들 음반 활동에 행여 누가 될까 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기위해 알아서 물러서시고 양보하신거죠. 저희도 그런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고맙고 또 미안하죠."

이성욱, 성대현 두 동생들이 전하는 '철우 형'의 근황이 궁금했다.

"서울 모처에서 본인이 가장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계세요. LP를 만 장 정도 소장하고 계신데 LP바를 차려서 직접 DJ를 하셔요. 본인이 원하는대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계신거죠. 하하. 안해봤던 사업을 하시면서 즐거워하세요. 보험도 늘어가고..."

   
R.ef ⓒ 더제이스토리 제공

◆ 요즘 아이돌 너무 완벽해 덜 친근...대중과 호흡하는 '현재진행형'이고파

25일 공개된 두 곡의 디지털싱글 '사랑을 모르나봐 Part I'과 '사랑공식'. 강렬한 일렉트로닉 댄스곡 '사랑을 모르나봐 Part I'에는 특별히 은지원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랩 실력을 뽐냈다.

"이번에 젝스키스 은지원에 이어 다음 싱글에는 H.O.T, 지오디 등 예전에 저희와 함께 활동했던 아이돌 댄스가수들이 릴레이로 피처링에 참여하는 콘셉트로 진행하려고 해요."

대중음악의 황금기라 불린 1990년대를 기억하며 이들은 잠시 추억에 젖는 듯했다.

"같이 활동했던 팀들 다 보고 싶어요. 특히 '솔리드'요. 장르는 달랐지만 당시 라이벌 격이어서 즐거운 경쟁을 했던 팀인데 지금은 김조한 씨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워요."

그러나, 그 시절의 기억이 다 좋은 건 아니다. 특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녹음을 할 때 이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강압적-억압적 분위기가 엄연히 존재했다.

"예전엔 강요된 귀여움이랄까요.(웃음) 저희 의견이 전혀 반영될 여지가 없었죠. 녹음실 들어가면 언제 나올 지 모르고. 그때 그 분위기가 참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녹음도 훨씬 금방 끝나고요. 노래를 잘해서라기 보다 기계가 더 좋아져서? 하하. 우리 의견, 우리 표현 방식을 더 반영할 수 있으니까 훨씬 편안하고 즐거워요. 연륜이란 게 쌓이니까 곡 해석이나 감정 표현, 집중력도 훨씬 좋아졌고요."

어느덧 아저씨가 된 그들의 눈에 요즘 아이돌은 어떻게 보일까?

"다들 너무 잘해요. 후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안무를 틀리는데 요즘 아이돌은 너무 완벽하더라고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친근감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20년 넘은 친구, '아내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의 두 사람, R.ef 이성욱과 성대현. 이들이 음악인으로서 새롭게 대중들에게 출사표를 던졌다. 어렵게 다시 출발선에 선 두 사람의 각오가 남다르다.

"예전엔 대중들이 따라부르기 어려운 음악을 했다면, 앞으로는 대중들이 같이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 가수로서 대중들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고요. 오랜 공백기를 만회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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