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응답하라 1997' 정은지 “발차기·욕보다 어려웠던 건…”
[SS인터뷰] '응답하라 1997' 정은지 “발차기·욕보다 어려웠던 건…”
  • 승인 2012.09.1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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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 에이큐브 제공

[SSTVㅣ국지은 기자] “연기를 하면서 시원이가 부러울 때가 있었어요. 제 이상형이 윤제이다 보니 더 설레었고요. 시청자 입장에서 시원을 보면 답답해 화가 났어요. ‘아오, 대체 왜 윤제의 맘을 모르나, 저런 곰’ 하면서요.(웃음) 극 중 너무나 유능한 두 남자의 폭풍 사랑을 받았죠. ‘실제로 이런 행복한 여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제가 시원이란 사실이 괜히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극 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아 기쁘지 않았냐는 말에 이렇게 속시원하게 답하는 그. 그렇듯 시원은 걸걸한 사투리로 우리의 마음에 응답했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꿈꾸던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상큼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이렇게 드라마가 대박이 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정말 모든 것에 감사드려요. 첫 드라마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 정은지는 아직 실감이 안 나는 듯 얼떨떨해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하는 내내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그에게서 ‘응답하라 1997’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남다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본을 보고 시원이란 인물을 맞닥뜨렸을 때 너무나 매력 있었어요. 그런데 ‘개새야, 지랄하네’ 등 부산 특유의 욕이 대사에 넘치더라고요. 게다가 윤제를 발로 차는 신까지. 무엇보다 제일 망설였던 건 윤제가 의도치 않게 제 가슴을 만지는 신이었죠. 근데 대표님이 에이핑크는 신경 쓰지 말고 오직 시원에게만 집중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대표님은 오히려 네가 연기할 때 에이핑크 은지가 보이면 안 된다고 하셔서 맘 편하게 연기에 집중했습니다”

에이핑크라는 아이돌의 신분을 잠시 잊고 연기에 몰입한 정은지는 그야말로 ‘대박’ 효과를 봤다. 진한 사투리와 내숭 없는 캐릭터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일약 ‘연기돌’로 급부상 한 것.

“노래만 주구장창 부르며 메인보컬에 머물 줄 알았는데 연기라는 걸 시작했죠. 그래서 처음엔 지인들이 믿지를 않았어요. 그러던 중 SES 바다 선배님의 분장을 했을 때 셀카를 찍어 보내니 그제야 믿더라고요.(웃음)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고 걱정해 주셨지만 성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에이핑크 멤버들은 “언니 괜찮아요?”라며 기쁨보단 걱정을 먼저 했다고. 그러나 나중에 방송을 보고난 후 “언니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라며 방송 후기를 말해줬다고 하는 그에게 에이핑크는 든든한 울타리란 느낌이 들었다.

   
정은지 ⓒ 에이큐브 제공

◆ 서인국, 여자친구 생기면 순정 다 바칠 스타일

수많은 스캔들을 낳으며 연신 검색어 행진을 했던 정은지와 서인국. 그러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윤제와 서인국은 많이 다르다”고 강하게 말했던 그다. 서인국과의 호흡, 그리고 개인적 감정에 대해 살포시 물었다.

“개인적으로 제 파트너가 인국오빠라 너무 좋았어요. 만약 톱 연기자분이 제 파트너였다면 그 분의 기(氣)에 눌려 자유분방하지 못했을 거예요. 같은 가수출신이라 마음 편하게 호흡할 수 있었어요. 서로 쉽게 의견제시도 할 수 있었고요. 또 오빠의 장점은 정말 잘 맞아준다는 거예요.(웃음) 극 중 제가 오빠를 참 많이 때렸거든요. 제가 손이 매운 편인데 인국오빠가 ‘그냥 생각 하지 말고 막 때려라’라고 말해서 저도 거침없이 때렸어요. 4시간 동안 촬영했는데 오빠 등이 파랗게 멍이 들어있더라고요. 얼마나 미안하던지.”

스캔들이 날 만도 해 보였다. 서로 거침없이 내뱉기도 하고 맞아주고 때리면서 정이 안들 리가 있겠냐만은 단순한 동료애 정도로만 머문 건 이유가 있을 것. 정은지가 바라본 서인국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인국오빠가 ‘여자를 밝힌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저 또한 어느 정도는 동의하긴 하지만.(웃음) 사실 윤제랑 닮은 부분도 정말 많아요. 능글거리면서 애교부리는 그런 모습도 정말 닮았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랄까 뭐 그런 거요. 근데 오빠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정말 잘해줄 것 같아요. 윤제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순정을 바칠 느낌이에요”

촬영 내내 동고동락하며 지내서 그런지 속속들이 사정을 다 아는 모습이었다. 서로 장난을 쳐가며 우정을 확인하는 그들에게 ‘응답하라 1997’은 좋은 친구를 만들어 준 격. 그러나 드라마 속 달달한 애정 신부터 진한 키스 장면까지 그들은 ‘연인’역을 하며 서로 사랑에 빠져야 했다. 과연 서인국과의 키스 신은 어땠을까?

“1화부터 수돗가 키스신이 나와서 당황하긴 했지만 팬들에게 충격이었던 건 역시 계단 키스였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 신은 윤제와 시원이 성인이 되고 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기에 진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후 매니저 오빠가 꿀밤을 때리며 ‘쪼끄만 게 어디서’라며 장난을 치시기도 했어요.(웃음) 에이핑크 멤버들은 난리가 났죠. 시집가라고 하던데요?”

   
정은지 ⓒ 에이큐브 제공

달달하고 아슬아슬한 첫사랑의 추억을 가늠하듯 윤제와 시원의 키스신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 때문에 미친 듯이 설레었다가 조금씩 아려오는 감정에 시청자들은 자신을 대입했을 것.

그러나 ‘응답하라 1997’이 풋풋한 사랑만을 다뤘다면 이토록 화제이진 않았을 것. ‘응답하라 1997’에 담긴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 또한 우리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었다.

“원래 성동일 선배님 팬이었어요. 캐스팅 되자마자 엄마께 달려가 자랑할 정도였거든요. 근데 성동일 선배님과의 첫 대면이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는 장면인거에요. 얼마나 겁을 먹었던지. 그래서 대본 리딩 때 실제 연기하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그걸 성동일 선배님이 당차게 봐주셨나 봐요. 그 후엔 항상 연기지도를 해 주시며 ‘우리 딸’이라고 친숙하게 불러주셨어요. 사실 인국오빠보다 성동일 선배님에게 더 설레었어요.(웃음)”

‘응답하라 1997’엔 부녀지간의 싸움이 유독 많았다. 새록새록 기억 나는 장면에서 그들은 영락없는 아버지와 딸이다. 실제 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많아 연기하기 쉬웠다고 하는 정은지는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애드리브가 척척 나온다고 했다. 그만큼 호흡이 잘 맞았기에 녹아 스며든 부녀지간의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 게 아닐까. 가족이 없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우리는 참 미련하기 짝이 없다. 극 중 아버지가 암에 걸린 걸 알았을 때 그 소중함을 알았듯이 정은지의 눈물에 코끝이 찡해졌다.

   
정은지 ⓒ 에이큐브 제공

◆ 마지막 녹화 일주일 후, 마음 한구석 쓸쓸해서...

인터뷰 내내 정은지는 시원과 한 치 다름없는 말투로 인터뷰에 임했다. 시원과 정은지가 정말 동일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산 토박이 사투리와 털털한 웃음까지 많이 닮아있었다. 그러나 그는 시원과 다르게 조금 더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 시원처럼 ‘행동파’이지는 못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원과 같이 애교는 정말 없다고. 그러나 주변사람들이 조금은 애교가 있다고 한다며 나름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H.O.T 선배님들 당연히 알죠. 제가 유치원 다녔던 시절이지만 문구점에 가면 선배님들이 그려진 공책이며 지우개, 연필, 없는 게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팬들이 격하게 싸우고 경쟁했다는 것은 몰랐어요. 그때를 연기하면서 그 시절이 부럽기도 했어요. 정말 끈끈하고 순수하다고 할까? 지금은 팬 문화가 굉장히 체계적으로 발달했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죠. 그래도 그땐 정성이라던가 소소한 행복들이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 같아요.”

그 때 태어났다면 H.O.T 팬이 아니었을까 개인의 취향을 살포시 비치는 그는 ‘내가 시원 역을 했기 때문일 것’이란 이유를 내비쳤다. 드라마를 하기 전 음악방송에서의 토니 선배님과 지금의 토니 선배님을 바라보는 마음이 완전 다르다는 정은지는 시원에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던진 듯 했다.

   
정은지 ⓒ 에이큐브 제공

“마지막 녹화 직후엔 잘 못 느꼈는데 한 일주일정도 지나니 점점 마음이 헛헛하더라고요. 이제 시원으로서의 생활이 끝났다고 실감이 되는지 참.(웃음) 약간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계속 ‘응답하라 1997’을 보고 있더라고요.”

‘응답하라 1997’은 기가 막힌 음악으로 우리의 향수를 자극했다. 시기적소에 맞는 그 때 그 음악들이 마음 한 켠에 켜켜이 묻어뒀던 어렸을 적 추억을 소환한다. 그처럼 정은지에게 ‘응답하라 1997’하면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을 터.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나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등 제 마음에 확 와 닿는 노래들이 많았어요. 사실 멜로디가 익숙한 노래들이었거든요. 가수랑 제목은 몰라도 많이 들었던 노래들이었어요. 옛날 노래를 좋아해서 찾아듣는 편이기도 하고요. 제가 양희은 선배님의 ‘여성시대’ 애청자라 한때 양희은 선배님 음악을 엄청 들었어요.”

스무살 나이답지 않는 취향의 감성으로 자신을 물들이는 듯 보이는 정은지. 노래 하나를 무한반복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는 그의 감성은 그야말로 ‘사춘기소녀’다. 그렇기에 음악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하지 않을까.

이렇듯 정은지에게 ‘응답하라 1997’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듯하다. 그가 언젠가 시원처럼 30대가 되면 지금 이 순간들이 그의 마음 속 ‘응답하라 2012’가 되어있지 않을까. 그때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한 때 내가 이 드라마를 무척 사랑했었지”라는 추억에 젖어 자신을 돌아보며 말이다. 우리들이 ‘응답하라 1997’을 보며 그 때 그 시절 추억에 빠졌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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