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청포도 사탕’ 김희정 감독 “안내상, 내게는 한결같은 ‘내상이 형’”
[SS인터뷰] ‘청포도 사탕’ 김희정 감독 “안내상, 내게는 한결같은 ‘내상이 형’”
  • 승인 2012.09.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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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무기라는 김희정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어느덧 서른, 잊혀진 기억이 찾아왔다’.

‘청포도 사탕’이라는 제목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스터 문구가 좋았다. “어쩌면 내가 서른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김희정 감독은 ‘하하’ 웃어보였다.

‘마마킴’.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애칭 같다. 호탕하고 확실한 성격, 그러면서도 포근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서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제 첫 번째 변화는 폴란드로 유학 간 시점인 것 같아요. 그곳에서 7년을 살았고 2001년도에 한국에 왔죠. 두 번째는 2003년도에 아빠가 돌아가셨고, 그 때 ‘열세 살 수아’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는 것. 세 번째는 2005년 10월 파리 칸 영화제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죠. 여섯 명의 감독 중 다섯이 모두 연하의 남자였는데 저를 ‘마마킴’이라고 불렀어요.”

거칠고 험한 영화판. 여자 감독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래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그게 무기”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남성들이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디테일을 잘 살려야 해요. 게이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드는 이유가 있죠. 감수성이라는 건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기술은 배울 수 있겠지만요.”

   
‘감수성’이 무기라는 김희정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김희정 감독은 자신이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행로가 다양했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때는 연기를 했고 연극과 표현하는 것이 좋아 배우가 되고 싶었다. 대학에 가서는 글도 쓰고 싶어 극작과에 진학했다.

“어느 날 김광진 선생님이 제게 연출이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졸업 작품을 연출했어요. 이후 공연예술 아카데미에 가서 내상이 형(배우 안내상)을 만났죠. 그 분이 제가 연출한 거에서 연기를 처음 해본 거예요. 그래서 아주 친합니다. 항상 작품 할 때 부르라고 하면서 돈도 안 받고 해요. 그 형은 늘 한결같아요.”

김희정 감독은 폴란드에서 유학하던 시절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처음 접했다. 당시의 적지 않은 충격이 영화 ‘청포도 사탕’을 만드는 데 큰 바탕이 됐다. 언론 시사회 전날, 위령비도 다녀왔다.

“우리가 도시인으로 갖는 죄책감이랄까요? 단지 성수대교 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어요. 촬영 내내 비가 너무 와서 염원하는 마음으로 위령비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당시 봤던 기사 중에 가장 놀랐던 건 그 사건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1~2년 뒤에 성수대교에 가서 몸을 던져 자살한 거예요. 충격적이었죠.”

‘청포도 사탕’은 오랜 연인 지훈(최원영 분)과 결혼을 앞두고 평온한 삶을 이어가던 선주(박진희 분)가 예기치 못한 계기로 어린 시절 친구 소라(박지윤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선주는 소라를 통해 잊혀진 진실 속에 감춰져 있던 내면의 상처와 마주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게 된다.

   
‘감수성’이 무기라는 김희정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이 영화에는 세 명의 여배우(박지윤 박진희 김정난)가 출연한다. 연기력을 입증 받은 지 오래인 박진희, 김정난은 그렇다 치고 가수 출신 연기자 박지윤은 눈에 띄는 캐스팅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박지윤은 스크린에 첫 데뷔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저는 사실 박지윤씨가 활동한 7년 동안 폴란드에 있었어요. 그래서 ‘성인식’ 이미지가 없죠. 최근에 낸 솔로앨범을 들어봤는데 창의력이 있더라고요. 만나보니까 소라 역에 너무 어울리는 거예요. 차분한데다 얘기를 하는데 깊이가 있었어요. 보스턴에 있었다는데 이방인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그 도시의 우울함 같은 것들을 모두 겪고 온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박지윤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던 김희정 감독. 잠시 전화벨이 울리자 “어머 김정난 씨네요”라며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는다. “정난 씨, 조심해서 와요”라며 통화를 마친 그는 갑자기 재미난 이야기가 생각났다며 깔깔 웃는다.

“한 번은 (박)지윤, 자우림의 (김)윤아 씨와 다 같이 밥을 먹었어요. 강남에서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신품’(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잘 돼서 정난 씨 너무 잘됐다고 그런 얘기들을 했거든요. 그 다음날 바로 정난 씨 전화가 온 거예요. 우리테이블 옆에 정난 씨 절친한 친구가 앉아 있다가 ‘김윤아랑 박지윤이 너 얘기 하더라’고 말해줬다는 거예요, 글쎄. 그래서 친구에게 ‘내 욕은 안 하디?’하고 물었대요.(웃음)”

‘세상이 참 좁다’며 한참을 웃던 김희정 감독. 인간미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배우들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힘 있고 분명한 목소리로 전한 김희정 감독은 인터뷰 말미, ‘청포도 사탕’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을은 감정을 동화시키는 계절이고, 마음에 잔잔한 소용돌이 같은 걸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어요. 시사회 후에 최원영 씨가 이 작품은 ‘두 번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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