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장동건 “12년만의 드라마, 가장 놀란 것은…”
[SS인터뷰] 장동건 “12년만의 드라마, 가장 놀란 것은…”
  • 승인 2012.08.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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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대한민국 드라마는 본부장이 대세다. 아버지 후광 엎고 낙하하는 본부장이 범람하는 한국 드라마에 불혹의 나이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까칠한 건축사가 등장했다. ‘신사의 품격’ 속 김도진. 직설적 고백으로 여자마음을 설레게 하는 김도진을 장동건이 연기했다. 12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장동건에 대한 기대는 컸다. 드라마 초반 연기력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있었지만 ‘역시 장동건’이었다.

40대의 로맨스를 다룬 ‘신사의 품격’. 김은숙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야한 것만큼은 자신 있다. 야하게 쓰겠다”고 발언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알 거 다 아는' 40대 연애와 더불어 호언장담한 김은숙 작가의 조합이니 당연했다. 장동건이 느낀 ‘신사의 품격’과 김도진은 어땠을까?

“너무 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다소 실망한 시청자들도 있는 거 같은데 드라마에서 뭘 더 바라시는 건지….(웃음) 실제 김도진과 저는 다른 점도 닮은 점도 있어요. 김도진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만 저는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는 편이에요.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씨는 평소 본인의 모습과 정말 많이 닮았어요.”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을 통해 많이 배웠다. 바로 여자들의 심리. 쿨함을 표방하는 ‘장고부부’의 ‘장’ 장동건은 오글거림이 많이 힘들었단다. 하지만 ‘힐링캠프’에 출연한 고소영은 자신에게 해준 적 없는 백허그를 김하늘에게 해줬다며 서운해 했다. 장동건은 “여자들이 왜 그렇게 백허그에 집착하는지….”라며 웃었다.

“사실 극중 등장하는 프러포즈와 비교하면 전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고소영 씨가 이벤트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다 똑같은 거 같아요. 해주면 싫어하지 않더라고요. 고소영 씨와 같이 ‘신사의 품격’을 본 적은 없어요. 촬영 때문에 본방을 거의 못 챙겨봤어요. 사실 둘이 같이보는 거 힘들었을 거예요. 아내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장면도 있었을 텐데 ‘수고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고소영 씨가 진한 러브신을 한다면요? 안되죠(웃음).”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신사의 품격’ 속 장동건은 코믹 연기에서도 모자람이 없었다. 장동건의 코믹연기가 가장 빛난 순간은 프롤로그에 등장한 대학시절 미팅장면. 여자폭탄 4인방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꽃신사 4인방은 ‘하자’ 연기에 나섰다. 이종혁은 전교꼴찌, 김민종은 마마보이, 김수로는 수전증. 장동건은 ‘혀 짧은 도디니’였다. “후덴띠후다이 먹을래? 마디따”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온전히 이 대사를 할 수 있을까? 혼자 연습할 때도 웃겼어요. 애드립도 있긴해요. 프롤로그는 재미가 우선인만큼 김은숙 작가도 애드립을 많이 해달라고 했어요. 근데 현장에서는 연기를 한 번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번 하면 재미없으니까 다른 걸 하게 돼요. 그러다 나온 게 ‘마디따’였어요.”

망가져본 적 없는 장동건은 코믹연기에 있어 주저함도 있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빵’ 터지는 스태프 반응에 욕심이 났단다. 이러한 장동건을 만든 것은 현빈의 도움이 컸다.

“현빈한테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어요. 이걸 어떻게 할까?라고요. 마음 놓고 하다 보면 욕심이 날거래요. 오바하면 감독님이 알아서 커트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요. 휴가때 만났는데 군대에서도 재미있게 봤대요. 채널 고정이라고. 한번은 부대에서 전화가 왔어요. 콜린이 진짜 형 아들이 맞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내무반에서 꼭 물어보라고 시켰대요. 제 대답은 ‘드라마 직접 봐’였죠.”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멋지고 젠틀함의 고유명사 ‘장동건’이 1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선택한 '신사의 품격'. 까칠한 건축사 김도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지한 이미지도 좋기는 해요. 하지만 스스로 그런 점이 무겁고, 식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오래전부터 작품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찰나에 ‘신사의 품격’을 만났죠. 무게감을 털어버리고 가볍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목적을 이룬 것 같아요.”

12년 만에 드라마 촬영을 마친 장동건에게 과거와 지금 달라진 게 있느냐 물었다. '무엇을 상상하던 상상 그 이상'이라더니 장동건의 대답은 의외였다.

“제작 환경이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변한 게 없더라고요. 스태프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 건데 이게 누굴 탓할 수가 없어요. 한국 드라마는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잖아요. 특히 로맨틱 코미디는요. 지금의 시스템을 벗어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전 제작 드라마의 성공이 없다는 게 우연은 아닌 거 같아요.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죠.”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불혹을 넘긴 꽃신사들의 우정을 그린 ‘신사의 품격’은 때론 판타지스럽다. 돈 많은 청담마녀를 부인으로 둔 철없는 이정록, 눈이 우기(雨氣)인 변호사 최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도진과 임태산. 이러한 경제적 배경과 함께 잘생기기까지 한 꽃신사들이 대거 싱글로 남아있다는 설정 그 자체, 그리고 이들의 끈끈한 우정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고는 생각 안 해요. 모든 40대를 대변할 수는 없어요. 직업, 경제적 상황이 모든 사람의 공감을 불러 올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의 최종 목적이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고,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위화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이 사람들이 느끼는 감성은 공감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판타지와 현실을 전부 갖추지 않았나 싶어요.”

불혹의 김도진은 서이수를 만나 진정한 신사로 성장한다. 하지만 신사들은 살며 많은 고충을 겪는다. 여자에게서 느끼는 질투, 사회 생활에서 여러 가지를 느낀다. 장동건의 생각은 어떨까?

“‘신사의 품격’을 통해 남자들의 심리를 많이 드러낸 것 같아요. 남자가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면서 두세 가지의 얼굴을 갖게 돼요. 그리고 살면서 느끼는 감정을 드러내느냐와 감추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는 많이 드러낸 것 같아요. 자신의 여자를 두고 질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내 여자와 내 여자가 아닌 여자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잣대가 있잖아요. 그런 것을 표현하는 사람과 표현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죠.”

   
장동건 ⓒ SSTV 고대현 기자

인터뷰의 마지막 한 예능프로그램의 엔딩처럼 장동건에게 물었다. “장동건에게 배우의 품격이란?”

“연기력이죠. 배우의 자신감은 인기나 개런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연기력에서 나와요. 연기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거잖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거든요. 저는 지금 그것을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