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미운오리새끼’ 곽경택 감독 “‘59번 혜림이’…정말 속상했다”
[SS인터뷰] ‘미운오리새끼’ 곽경택 감독 “‘59번 혜림이’…정말 속상했다”
  • 승인 2012.08.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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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을 응원하는 곽경택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숨죽인 영화관. 훌쩍훌쩍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중년의 남성도 있다. 영화가 끝나자 옆사람과 하나둘 얘기를 나눈다. “영화가 감동적이네.”

‘미운 오리 새끼’의 제작단계에서부터 곽경택 감독은 걱정이 많았다. 감독 뿐 아니라 관계자들까지도 같은 우려를 안고 있었다. 과연 이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까? 기자 역시 조금은 걱정을 했던 게 사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뒤 많은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역시 곽경택 감독이야.”

언론 시사회 당일, 감독은 큰 영화관의 뒷줄 구석 자리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를 만나 “영화관 뒷줄에 앉아계시더라”고 말하자, “평소 시선을 피해서 구석에 숨어서 잘 본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곽경택 감독은 “관객들의 웃음이나 그런 것들이 내 귀에까지 잘 들어오지는 않더라. 내 근처에서 보다가 나가면서 ‘영화 괜찮네’ 하는 말을 들었다. 생각한 거보다는 재밌게 봤구나 싶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데뷔작인 단편영화 ‘영창이야기’를 새로 각색한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1987년이며 감독의 실제 18개월간의 방위 경험을 토대로 제작됐다. 영화는 헌병대에 배치된 6개월 방위 낙만(김준구 분)의 파란만장한 병영생활을 담고 있다.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을 응원하는 곽경택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스스로 ‘백조’라 믿어라

감독은 세상의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말한다.

“‘미운 오리 새끼’는 결국은 백조잖습니까. 스스로 백조라는 믿음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해요. ‘미운 오리 새끼’ 원작인 우화의 작가가 본인이 유명한 작가가 됐을 때 그것을 쓴 거예요. 그 때 심정이 ‘절대로 내가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 시절을 내가 생각하고 살겠다’는 뜻으로 동화를 썼다더라고요. 그 취지가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그동안 톱배우들과 작업을 해온 곽경택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파격적으로 신인배우들을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은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곽경택 감독의 멘티였던 참가자들로 구성됐다. 이에 감독 역시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또한 신인배우들과 함께한 장점도 있었다.

“대부분 내 영화를 하면서 주연배우들은 그렇지 않지만 조연 분들은 바쁜 스케줄이 있어요. 우리는 연기자 스케줄도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배우들이 무조건 ‘스탠바이’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이번 작품처럼 한식구가 돼서 찍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자들이 일도 하고 스태프들이 연기도 하고 그런 현장이었죠.”

영화 ‘미운 오리 새끼’를 보면 낙만(김준구 분)도, 행자(문원주 분)도, 혜림(정예진 분)도 각각 사연 깊은 캐릭터로 관객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감독은 모든 캐릭터들에 숨결을 불어넣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 중 혜림은 조선소에 다니는 남편을 사고로 잃고 정신지체장애를 앓게 된 ‘동네 바보’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끄러운 세상 속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그는 자신을 유일하게 존중해주는 낙만을 잘 따른다.

“실제로 예전 우리 동네에 ‘59번 혜림이’라고 있었어요. 맨날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 줄 세우고, 그때 실제로 (성폭행을 당해) 임신도 했었어요. 제가 너무 화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짜 나쁜 놈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을 응원하는 곽경택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배우 오달수, ‘아름다운 사람’

열연을 펼친 신인배우들과 더불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 데는 배우 오달수의 진실된 연기도 큰 몫을 했다. 그는 주인공 낙만의 아버지로 가슴 절절한 부정(父情)을 그린다. 등장하는 신이 많지는 않지만 강렬하다. 곽경택 감독은 그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우리가 아무리 창작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야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도 상업적인 논리 때문에 각박해지기 쉽죠. 인간적으로 서로 소통한다고 하나, 막상 어디까지 서로를 꿰놓느냐의 문제는 또 달라요. 만약 달수가 세계적인 배우가 되고 내가 거장이 되더라도 ‘뭐하노?’ 하면 같이 놀 수 있고 소주 먹으면서 옛날 얘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에요.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배우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낸 곽경택 감독. 그는 평소 스태프나 지인을 배우로 캐스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금 특별한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이지아의 매니저 홍명기 씨다.

“닭 모이 주던 분이 이지아 씨 매니저예요. 예전에는 마동석 씨 매니저였는데 ‘통증’ 할 때 보니까 캐릭터가 희한한 겁니다.(웃음) 굉장히 특이해요. 어느날 불러다가 ‘혹시 연기 한번 안 해볼래? 목공이라는 캐릭턴데 대사는 별로 없다. 해봐라’ 했죠.”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을 응원하는 곽경택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나 약속은 지켰대이~”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 곽경택 감독은 인터뷰 말미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그동안 느낀 고충을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스스로 제가 이 작품에 믿음을 주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너무 무모한 짓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해줬고 그것이 틀린 걱정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결국 열정을 먹고 사는 거라는 것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더라고요.”

투자자를 찾기 위해 고생했던 일과 촬영 당시 치열했던 현장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그. 마지막으로 ‘미운 오리 새끼’ 배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무대인사 한다고 옆에 배우들이 쭉 서있지 않습니까. VIP시사 때는 열 명이 서서 인사하고 ‘잘 봐 주세요’ 합니다. 직접 얘기는 안했지만 ‘나 약속은 지켰대이’ 하고 속으로 아이들한테 얘기하죠. (배우들에게) 믿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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