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서른 넷 김하늘 “지나온 길 돌아보면…잘 살았다”
[SS인터뷰] 서른 넷 김하늘 “지나온 길 돌아보면…잘 살았다”
  • 승인 2012.08.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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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 SSTV 최은희 객원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오빠들이랑 같이 찍어서 좋았어요”

장근석부터 유승호까지 연하남들과 작품을 주로 한 김하늘의 ‘신사의 품격’ 촬영 소감이었다. 상대역인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모두 드라마처럼 불혹을 넘긴 혹은 불혹을 앞둔 남자 배우들이었다. 김하늘은 이 네 배우들과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졌단다. 게다가 김하늘의 상대역은 헐리우드 브란젤리나 커플 뺨치는 ‘장고커플’의 ‘장’을 맡고 있는 장동건 이었다.

“장동건 오빠와 호흡은 정말 편했어요. 눈에 장난기가 있어요. 개구쟁이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걱정이 많았는데 장난도 많이 치시고 편했어요. 신사 4인방 모두 현장에서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그때는 ‘아니에요~’ 이러면서도 속으로는 진짜 좋았죠. ‘신사의 품격’은 그동안 겪어 온 현장분위기와도 많이 달랐고 또래, 동생들과 호흡을 맞췄던 것과도 달랐어요. 스스로도 ‘예쁨을 받는구나’하고 느꼈어요.”

‘신사의 품격’은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담는다. 여성들이 우정으로 똘똘 뭉친 불혹의 남성들을 신사로 성장시킨다. 네 커플 모두 다른 캐릭터, 다른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경쟁의식은 없었어요. 김도진과 서이수가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른 커플을 보면서 부러웠던 점은 없어요. 저희 커플도 로맨틱하고 설레는 장면이 많았잖아요. 밀당도 하고 서로의 가슴을 아프게도 했지만…. ‘나 좀 좋아해주면 안돼요?’라고 김도진이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정말 얼굴이 빨개졌어요. 남자가 그렇게 얘기하면 안 좋아할 수가 없잖아요. 2,30대의 로맨스가 아닌 만큼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솔직하고요. 청춘로맨스가 서로의 마음을 감추다 한번에 표현한다면 ‘신사의 품격’은 좀 더 직설적이고 야했던 것 같아요.”

   
김하늘 ⓒ SSTV 최은희 객원 기자

‘윤리여신’ 서이수. 극중 고등학교 윤리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서이수로 분한 김하늘은 의상도 평범하지 않았다. 화이트 진과 파스텔 톤의 셔츠, 그리고 굽이 없는 운동화는 ‘서이수룩’을 탄생시켰다. 서이수룩은 우연이 아닌, 철저히 만들어진 결과다.

“스타일리스트와 상의를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김은숙 작가님이 주문을 했어요. 학교에서는 머리를 꼭 묶어라. 긴머리를 이용해서 야구심판을 할 때와 아닐 때의 느낌을 다르게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원색적인 옷 보다는 캐주얼한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었어요. 그리고 초반에는 치마도 못 입었어요. 특별한 때 말고는요. 거의 바지를 입었죠.”

그런 덕분인지 김하늘은 '골반여신'이란 칭호를 얻었다. 스키니진을 입을 때 마다 그의 ‘골반’이 돋보였기 때문. 또 착하고 얌전한 윤리여신 서이수는 제자가 선물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클럽에 가기도 했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부담스러웠어요. 솔직히 모든 장면이 다 신경이 쓰였어요. 어릴 때는 야식 먹고 다음날 얼굴 부어보이는 게 귀여웠어요. 이제는 신경 쓰여요. 붓고 안 붓고의 차이가 커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저녁도 최대한 빨리 먹고 야식도 안 먹었죠. 스케줄이 타이트해서 운동을 할 수 없어 음식으로 관리를 했어요. 아, 골반여신 수식어요? 신체부위를 긍정적으로 봐주니까 고맙고 좋아요.”

   
김하늘 ⓒ SSTV 최은희 객원 기자

‘잔인한 이별은 사랑의 말로~ 그 어떤 말도 위로될 순 없다고~’. 서이수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장동건과 와인을 마시다 짝사랑하는 임태산을 향한 마음을 대변하는 빅뱅의 ‘블루(BLUE)’를 불렀다. 김하늘의 재해석에 가까운 열창이었지만 그렇게 ‘블루’는 ‘이수송’이 됐다.

“어느 부분을 부르라고 작가님이 정해주셨어요. 랩이라 난감했죠. 한 번도 랩을 해 본적이 없는데(웃음). 그래서 그런 식의 멜로디가 나왔나 봐요. 후렴에 가서야 ‘이게 블루구나’ 하셨을 거예요. 정말 창피했어요.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게 어색하잖아요. 데뷔 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노래는 더 어색하더라고요.”

‘로코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범람하는 이 시대. 김하늘 역시 ‘로코퀸’이란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그리고 김하늘은 그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불혹의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제 몫을 했다. 제 몫은 하는, 실패 없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배우마다 타이틀이 생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에요. 제가 로코를 했을 때 저의 모습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기억을 많이 해주세요. 어릴 때는 스스로 어두운 구석을 만들기도 했었거든요.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밝게 살고 싶어요. 어떤 연기를 했을 때 그리고 나를 돌아봤을 때 로코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기억하게 해줘요. 실제 생활에서도 웃음을 많이 찾으려고 해요.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수록 몰입하는 대신 빠져나오려고 해요. 생활에서 즐기려고 노력하니까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 같아요.”

   
김하늘 ⓒ SSTV 최은희 객원 기자

데뷔 이후 작품을 통해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고,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김하늘은 그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다. 20대 초반 데뷔한 김하늘은 그렇게 서른 넷을 맞았다. 김하늘 스스로 걸어온 ‘배우의 길’에 만족할까?

“20대 후반에는 굉장히 불안정했어요. 사실 3이라는 숫자가 무서웠어요. 배우로서 무섭기 보다는 여자로서요. 불안정한 마음이 한꺼번에 다 오더라고요. 슬럼프라면 슬럼프였어요. 스스로 과거를 많이 돌아봐요. 잘 산 것 같아요. 데뷔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과 정말 많이 달라요. 그때는 스스로가 부족했고 나약했어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달려온 것 같지도 않아요. 근데 신기할 정도로 참 잘해왔어요. 처음의 제 모습을 저는 알잖아요.”

그런 김하늘의 처음 시작을 친구들도 알고있다. ‘신사의 품격’ 속 꽃신사 4인방처럼 김하늘 역시 친구들을 만나 많은 위안을 받는다. 전화를 걸어 ‘하늘아’하는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인지 알수 있는 친구들과 만나 ‘지우개’ 이야기를 한단다. 김하늘은 인터뷰 중 이 이야기를 하며 가장 즐거워했다.

“저는 핸드폰에 소중한 사람 이름을 저장할 때 이모티콘을 같이 저장해놔요. 예를 들면 친구의 이름 옆에 천사나 왕관을 해 놓는 거죠. 어느 날 친구가 ‘나는 너를 가지로 해놨어. 중학교 때 네가 가지 지우개를 선물로 해줬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걸 기억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기뻐요. 가지가 보일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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