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도둑들' 이정재 "뽀빠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 군상"
[SS인터뷰] '도둑들' 이정재 "뽀빠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 군상"
  • 승인 2012.08.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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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허세 도둑으로 돌아온 이정재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여심을 뒤흔드는 매력적인 남자. 1990년대 데뷔시절에는 꽃미남에 가까웠던 그가 이제는 독보적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가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로 천만배우에도 등극했다. 많은 이들의 선망과 질투의 대상인 이정재. 과연 그에게도 한없이 부럽기만 한 상대가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 도둑들' 속 뽀빠이는 많은 관객의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한다. 귀엽다가도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얄밉고, 어딘지 모르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묘한 캐릭터. 이정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매력 넘치는 '허세 도둑'은 탄생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이정재가 연기한 뽀빠이는 마카오박(김윤석 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마카오박의 금괴와 돈, 심지어 여자까지도. 그런데 다 못 가졌다. 인생이 참 녹록치가 않다.

"뽀빠이는 굉장히 허술한 면이 많은 인물이에요. 허술함이 이 영화에서 어떤 코믹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거죠. 그런 면이 없다면 뽀빠이는 나쁜 놈으로 보였을 겁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 허술하니까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귀여움으로 승화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용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력적인 허세 도둑으로 돌아온 이정재 ⓒ SSTV 고대현 기자

◆ 영화 얘기라면 밤도 샐 수 있는 사람들

그는 뽀빠이가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한다. 영화의 시작부분에는 한국도둑들 중 리더 역할을 하고 허세를 많이 부리지만 정작 갖고 있는 것은 별로 없는 인물. 뭔가 가지려고 하는 욕망은 많지만 갖기에는 너무 역부족인 뽀빠이에게 이정재는 연민을 느꼈단다. 그러나 반대의 감정도 있었다.

"사실 뽀빠이는 제가 아주 싫어하는 캐릭터 중 하나예요. 단계를 밟고 나가지 않으면서 항상 능력보다 더 큰 것을 원하는, 욕심만 많은 인간이죠. 정말 싫어요. 살다가 그런 인간 더러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도둑들'에서 남자 도둑은 마카오박, 뽀빠이, 잠파노 밖에 없는데 마카오 하기에는 제가 너무 젊은 거 같고 잠파노를 하기에도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뽀빠이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이정재는 사실 지금껏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많이 선택해왔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영화를 보고 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런 감독과 이런 배우, 스태프들이 모인 이렇게 좋은 영화를 언제 또 만날 수 있겠어요. 같이 한 번 탁 모였다가 끝나면서 또 서로 갈 길을 잘 가는 그런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성이 강한 만남이죠."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과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강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낸 이정재. 이번 작업은 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다.

"작업이 되게 좋았어요. 물론 같이 작업하다보면 배우들과 호흡도 맞춰야하지만 연출자와도 맞춰야하는데 (최동훈 감독과는) 성향도 비슷하고 굉장히 일을 즐겁게 하려고 하는 편이죠. 진짜 영화 얘기라면 밤도 새서 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사람이 모였습니다. 사적인 자리도 많이 갖고요."

   
매력적인 허세 도둑으로 돌아온 이정재 ⓒ SSTV 고대현 기자

◆ 때로는 계획과 다른 결과도 있다

앞서 '도둑들'의 언론시사회 당시 이정재는 뽀빠이와 팹시(김혜수 분)의 키스신이 조금 아쉬웠다고 밝힌 바 있다. 좀 더 격정적인 키스신을 원했다며 웃어보이던 그. 하지만 김혜수는 SSTV와의 인터뷰 당시 "이정재와 키스신은 더할 나위 없이 격정적이었다"고 평했다.

"사실 언론시사회 당시에는 웃자고 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극중 상황이 격정적 키스신일 수가 없는 상태였죠. 격정적 키스라는 것은 상대가 서로 동일한 마음일 때 가능한 건데 팹시는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고, 뽀빠이는 그 틈에 이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충동적 욕심이었기 때문에 격정적일 수는 없었어요. 둘의 감정에서는 그 정도가 최고였던 거죠."

뽀빠이는 허세 못지않게 야망과 욕심이 넘친다. 열심히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좋지 않다. 이정재의 인생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물론. 살다보면 그런 경우도 더러 있죠. 계획하고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일이 더러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계획 하에 무언가 정하고 행동을 하지만 그게 뜻대로 다 되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제가 일을 하면서 근래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다행이네요. 하하."

   
매력적인 허세 도둑으로 돌아온 이정재 ⓒ SSTV 고대현 기자

◆ 결혼은 '하루도 떨어지기 싫은 그녀'와…

이정재와 뽀빠이. 본인 스스로도 가장 싫어하는 인간 군상 중 하나라 한 것처럼 두 사람의 싱크로율은 0에 가까울 것 같다. 하지만 이정재는 고개를 젓는다.

"싱크로율이 0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사실 저도 어리숙할 때가 있거든요. 하하. 나름대로 계획하고 치밀하게 구상해서 했는데 생각과 노력에 비해 결과가 안 나올 때도 종종 있죠. 그런 면을 극대화 시킨 캐릭터가 바로 뽀빠이에요. 실수도 많고 생각이 더 멀리 가지 못해서 생기는 오차도 있고요."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 홈런을 친 '도둑들'. 그 속에서 가장 얄밉고, 가장 불쌍한 허세 도둑 뽀빠이를 연기한 이정재. 오랜 시간 배우 생활을 하며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고 공개연애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던 그. 많은 이들이 결혼에 대해 물어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웃어 보인다.

"'결혼이 군대처럼 정해진 때가 되면 꼭 가야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반감에서 비롯된 것도 없지 않아 있죠. 나이가 들어가니까 '결혼 안하냐' 하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스트레스예요. 솔직히 말하면 어렸을 때부터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좀 그랬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여자가 먼저냐 결혼이 먼저냐' 그런 고민인거죠. 저는 사랑하는 여자가 먼저예요. 하루도 떨어지기 싫고 (그녀와) 똑닮은 아이가 낳고 싶어지면 생각이 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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