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도둑들' 김해숙 "멜로 연기, 김윤석과 해보고 싶어"
[SS인터뷰] '도둑들' 김해숙 "멜로 연기, 김윤석과 해보고 싶어"
  • 승인 2012.08.17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숙 ⓒ SSTV 고대현 기자

[SSTVㅣ유수경 기자] 원빈, 신하균, 김래원, 김해숙.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배우들은 어떤 연결고리로 얽혀있을까. 중심은 김해숙이다. 그는 원빈의 착한 엄마였다가, 신하균의 표독스러운 엄마였다가, 김래원의 가슴 절절한 엄마이기도 했다.

이만하면 '국민 엄마'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은 우리네 엄마에게서 여자의 모습을 본 것일까. '도둑들' 속 김해숙은 자식걱정에 여념 없는 그런 평범한 아줌마가 아니라 사랑에 죽고사는 50대 도둑, 그리고 온전히 한 여자로서의 인간이다. 김해숙은 말한다.

"'씹던껌' 자체가 매력이에요. 비록 도둑이지만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밑바닥까지 가 봤던 여자고, 씹던껌이라는 이름처럼 인생을 다 알고 세월의 무게도 있죠. 그러나 한켠에는 아직 꿈을 갖고 있고, 그 꿈이 결국에는 사랑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그 역할 자체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역할에 200% 만족하고 있다며 웃는 그는 아직도 '씹던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꿈꾸는 듯한 눈동자와 설레는 표정,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잔잔한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여자를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김해숙이 이렇게 사랑에 푹 빠지게 된 데는 중화권 배우 임달화의 영향도 컸다.

"임달화 씨는 항상 말할 때 '달링 달링' 하고, 말할 때 귀에다 대고 해요. 그게 더 가까워지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가오니까 저 역시 아무 부담 없이 스스럼 없어지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사실 (임달화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렇지만 첫만남도 너무 좋았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국여자만이 갖고 있는 그런 모성 같은 것, 한국적인 사랑을요."

   
김해숙 ⓒ SSTV 고대현 기자

하지만 한국 여성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김해숙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야했다. 긴 시간 배우 생활하면서 총소리를 처음 들었다는 김해숙. 지금 생각해도 어마어마하게 무섭다.

"지하주차장 신을 잊을 수 없어요. 총소리가 얼마나 큰지 너무 무섭더라고요. 실탄이 안 들어갔을 뿐, 실사로 다 찍었습니다. 한 테이크도 안 쉬고 찍었는데 그 신 하면서 최대의 공포를 느꼈어요. 그렇게 빠른 차를 타 본적도 없고 태어나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김해숙은 "차 안에 있는 몇 분이 일년 정도로 느껴지더라"며 웃어보였다. 상대역인 임달화가 촬영 끝나고 차 문을 열어주는데 내려지지 않더라는 그.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단다. 하지만 도전에 후회는 없다.

"이렇게 오십대 중반의 여자가 매력적으로 그려진 캐릭터가 어디 있나요. 씹던껌은 누구의 엄마가 아니고 여배우로서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에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어요.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 볼 때 희열을 느꼈습니다."

   
김해숙 ⓒ SSTV 고대현 기자

씹던껌은 '도둑들' 사이에서도 아주 연륜이 있는 베테랑 도둑이다. 하지만 껌을 짝짝 씹는 모습과 다르게 내면은 소녀 같다. 그의 소녀감성은 임달화와 함께일 때 폭발한다. 임달화는 씹던껌을 품에 안고 총을 쏘기도 하고 '십년치 사랑'을 한 번에 나누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것이 '감독이 생각하는 이 여자는 소녀다'라는 거였어요. 사랑에 대해 두려움과 설렘을 지니고 있는 여자죠. 임달화와 호흡을 맞추면서 하는데 진짜 떨리더라고요. 애드리브도 생각하고 그랬어요. 임달화가 키스를 할 땐 정말이지 눈물이 떨어질 뻔 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김해숙은 '우리형' '박쥐' 등에서 신하균의 엄마로 출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하균의 장모가 될 뻔(?)한 여인으로 출연했다. 물론 이 모든 게 영화 속 도둑들의 설정이지만.

"제가 항상 착하다 하니까 접대성 멘트인줄 알지만 신하균 씨는 배우로서도 최고지만 인간적으로도 최고예요. 정말 연기도 잘하지 않나요? 인간적으로도 너무 괜찮은 배우입니다.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배우로서 이름 석자를 걸고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저는 기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김해숙 ⓒ SSTV 고대현 기자

항상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김해숙. 그는 연기를 위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 항상 마음을 빈그릇으로 놔둔다는 그는 "그릇을 비워두고 그때그때 다른 음식을 채워 넣고 싶다"고 밝혔다. 연기는 기술이나 노하우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단다.

"배우는 연기로써 어떤 걸 창조하는 예술인이잖아요. 그렇게 해야 되는데 기술이나 테크닉은 한계가 있지 않나 싶어요. 맛있게 요리해서 담는 게 정말 고통스럽죠. 창조, 변신 다 좋지만 한 인간으로서 너무 힘들죠. 그래도 나중에 화면에 나타나는 저를 볼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희열을 느낍니다. 제 자신에 감사하고 싶어요."

김해숙이 맡은 역할은 주로 엄마였다. 나보다는 자식이나 남편, 누군가를 배려해야 하는 삶. 엄마에게 온전히 당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없다. 항상 도전하고 싶기 때문에 편안하게 할 수는 없지만 '도둑들' 할 때도 9kg를 감량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멜로 연기에 대한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이제까지 50대 중반에 이런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이 영화로 나온 적은 없었어요. 뭐든지 시작이 있으면 아이엔지(ing)가 되는 거잖아요. 앞으로 많은 기회가 오겠죠? 만약 한국 배우와 멜로물을 찍는다면 김윤석 씨와 함께하고 싶네요.(웃음) 김윤석은 훌륭한 배우면서 훌륭한 사람이니까요."

[보도자료 및 제보=sstvpress@naver.com

Copyright ⓒ SS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