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무서운 이야기’ 진태현 “섬뜩한 눈빛, 박근형 선생님 덕분”
[SS인터뷰] ‘무서운 이야기’ 진태현 “섬뜩한 눈빛, 박근형 선생님 덕분”
  • 승인 2012.08.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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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어린 살인마로 돌아온 진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배우 진태현 인터뷰 영상> 조성욱 기자

[SSTVㅣ유수경 기자] 때때로 작품 속 배우를 보면 ‘저 인물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다. 특히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라면 더욱 그렇다. 관객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되고, 현실 속 그와 작품 속 캐릭터를 혼동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인간관계 잘 맺지 못하고 사회성 없고 정치적인 행동 못하고 내 사람만 챙기는 답답한 사람”이라고 답하는, 조금 독특하고 그래서 더 흥미로운 이가 있다. 바로 데뷔 12년차 배우 진태현이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하면서 ‘소위 말해 연애하기는 별론데 결혼하기는 좋은 사람’이라며 웃어 보인다.

“쉬는 날에는 주로 장 보러 다녀요. 불의를 보면 못 참고 강아지나 여자, 어린 아이를 괴롭히는 건 특히 못 참아요. 조금 힘들게 피곤하게 사는 편이죠. 그게 제 큰 단점입니다. 아부도 좀 잘 해야 되는데…. 인사는 잘 해요.(웃음)”

   
광기어린 살인마로 돌아온 진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 영화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놈’

이렇듯 거침없이 솔직한 진태현이 최근 영화 ‘무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액자형 구성이 특징인 옴니버스 형식의 이 영화에서 그는 ‘공포 비행기’ 속 살인마 박두호로 분했다. 광기어린 눈빛, 지독하게 잔인한 살해방식. 그가 사람을 죽이는 데는 아무런 원한도, 이유도 없다.

“사실 편집되지 않은 것을 보면 더 무서울 거예요. 사이코패스 박두호는 혼자 중얼거리고 미친 척을 많이 하죠. 하지만 공포영화의 특성상 스트레이트로 확 가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많은 부분이 편집됐어요. 현장에서 버전을 많이 찍었는데 만약 그런 게 다 나왔다면 박두호의 영화가 됐겠죠.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편집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에 대해 설명하며 재연을 펼쳐보이던 그는 이내 솔직한 고백을 한다.

“말하기 좀 그렇지만 사실 저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뭐냐고 묻지만, 저는 영화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놈이거든요. 제 마지막 영화가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 ‘비몽’이었어요. 이후 드라마로 다시 가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허전하더라고요.”

진태현은 영화에서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을 보면서 늘 부러웠다고 털어놓는다. ‘저 자리가 내 자린데, 나도 저기에 가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던 그에게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고민할 필요는 ‘당연히’ 없었다.

   
광기어린 살인마로 돌아온 진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 벽에 ‘점’을 찍은 이유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뒤 진태현은 오로지 살인마 박두호만 생각했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사이코패스에 관한 자료들도 찾아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단다. 그냥 ‘즐겁게 죽이자’고.

그에게 ‘눈빛이 너무 섬뜩했다’는 얘기를 건네자 문득 연기자 박근형의 얘기를 꺼낸다.

“예전에 박근형 선생님이 아버지로 나온 적이 있어요. 그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이 ‘배우는 눈이다. 대사는 못해도 된다. 점을 하나 찍고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쳐다보라’는 말이었죠. 쉴 때 한번 해봤는데 그게 ‘천사의 유혹’ 패륜아 역할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집중하는 것을 배웠죠.”

진태현은 ‘말로 하는 연기’보다는 ‘온몸으로 하는 연기’가 좋다고 고백했다. “내가 연기하긴 했지만 박두호는 정말 미친놈 같았다”면서 웃는 그. 역할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저는 주로 착하면 완전 착하고 못되면 완전 못된 그런 역할만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배우는 안 가리고 다 해야 되는 거 같습니다. 도전도 하고 어려운 것도 하고 희열도 느끼면서요. 성격상 노멀(Normal)한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멜로연기를 멋있게 하는 거 보면 부럽기도 하죠. 팔다리 길고 그런 배우들 보면 멋지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준 능력치가 조금 다른 쪽이라면, 그걸 열심히 표현해내면 하나의 ‘성격파 배우’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광기어린 살인마로 돌아온 진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 ‘친한 후배’ 조정석 - ‘공개 연인’ 박시은

진태현은 멜로연기를 하더라도 ‘지독한 멜로’가 하고 싶다며 웃는다. 그는 극단적인 것을 좋아하고 햄릿과 세익스피어를 좋아한다. ‘모 아니면 도’의 성향이 강하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시절 연극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갈고 닦았다. 당시 기억에 남는 후배 중에는 조정석이 있다.

“사실 정석이는 나이는 동갑인데 학교를 (4년) 늦게 들어와서 네 학번 후배였어요. ‘그리스’ 할 때도 제가 정석이한테 ‘너는 정말 잘 될 거다’라고 말했거든요. 이번에 ‘건축학개론’으로 잘 됐잖아요. 지켜보면서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친한 후배’ 조정석을 언급하며 환한 미소를 짓던 진태현은 ‘공개 연인’ 박시은의 얘기를 꺼내자 조금 수줍어한다. 사실 그는 최근 박시은과의 공개 연애로 더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연인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다.

“저는 남자라서 공개연애가 다 장점이 돼요. 단점은 없어요. 하지만 시은 씨는 저보다 유명한 배우고, 여자니까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오히려 단점이 많을 것 같아요. 혹시 나 때문에 캐스팅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요. 그렇지만 서로 좋아서 만나는데 거짓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은 씨는 제가 ‘배우 같아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박시은이) 너무 착해서 좋아요. 정말 착해요.”

가식과 거짓말을 싫어하는 남자, 아부는 못하지만 인사는 잘하는 남자, 정치적 행동은 못하는 마음이 따뜻한 남자,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여자를 진심으로 아낄 줄 아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진태현. 왠지 그의 지독한 멜로연기를 볼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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