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아이두 아이두' 박건형 "'조은성'? 언젠가 나타날 남성상"
[SS인터뷰] '아이두 아이두' 박건형 "'조은성'? 언젠가 나타날 남성상"
  • 승인 2012.08.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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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길' 멋지게 완성하고픈 배우 박건형 ⓒ SSTV 고대현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 : 조성욱 기자>

[SSTV l 임형익 기자]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의 완벽한 남자 '조은성' 역으로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배우 박건형. 유난히 무덥던 어느날,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유쾌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드러낸 박건형. 특히 인상적이었던 그의 '인터뷰관(觀)'이었다.

"인터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하나도 소용없는 시간이거든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생에서 낭비되는 시간으로 기억되는 건 정말 싫어요"

   
'자기만의 길' 멋지게 완성하고픈 배우 박건형 ⓒ SSTV 고대현 기자

◆ '아이두 아이두' 조은성? 아직 느껴보지 못한 캐릭터...비현실적 아냐

박건형은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황지안(김선아 분)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면서 대한민국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저도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이런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촬영 준비를 하면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 '조은성' 같은 남자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다들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라며 모두들 헤어지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 중요한 거예요. 극중 '조은성'에게는 '황지안' 빼고 다른 여자는 없거든요. 이게 저를 비롯한 남자들과 '조은성'의 차이점이었던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니 '조은성'을 이해하기가 수월해지더라고요"

이어 그는 '아이두 아이두' 조은성을 통해 새로운 남성상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이두 아이두'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해보고 싶었어요. 대한민국 여자 분들께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남자들도 작품을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원했고요. 예전부터 우리나라에는 남성중심적 사고가 많아 여성들이 피해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조은성'은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느껴보지 못한 캐릭터일 뿐입니다. 언젠가는 나타날 남성상인거죠. 10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과학기술들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요"

   
'자기만의 길' 멋지게 완성하고픈 배우 박건형 ⓒ SSTV 고대현 기자

◆ 결혼? 촬영하면서 떨리는 장면 있었죠

드라마를 통해 남녀관계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힌 것 같은 박건형, 문득 그의 연애관이 궁금해졌다.

"가끔 이런 생각에 빠질 때가 있어요. 어떤 여성분이 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이유가 진짜 나의 모습 때문인 걸까? 아니면 TV로 보이는 모습을 좋아하는 걸까? 나의 본 모습을 알게 된다면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래서인지 연애를 할 때는 더욱 더 솔직해지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어떻게 여자친구 만나는데 매번 정장 입고 머리 만지고 만나겠어요. 가끔은 슬리퍼도 신고 반바지 차림으로 만나야죠. TV 속 저의 모습과 현실에서의 저의 모습은 다른 점이 많다는 걸 강조했던 거 같아요."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를 촬영하면서 그는 결혼에 대한 설렘도 느꼈다.

"드라마 초반에 황지안(김선아 분)의 부모님 댁으로 찾아가 노래를 부르고 재롱을 부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근데 함께 출연해주신 선배님들이 '조서방'이라고 해주시면서 호응을 잘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흥에 겨워 애드리브도 하고, 열심히 하다보니 정말 결혼한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극중 황지안에 대한 사랑을 더 키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촬영이 끝난 후 혼자 곰곰히 생각을 했는데 '만약 내가 결혼할 여자의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신다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싶더라고요.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선입견을 갖지 않고 호감으로 대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거 같아요"

   
'자기만의 길' 멋지게 완성하고픈 배우 박건형 ⓒ SSTV 고대현 기자

◆ '박건형만의 길' 멋지게 완성하고파

박건형은 10년 전 뮤지컬 배우에서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영화 '댄서의 순정' '뚝방전설'에 출연하며 박건형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고충도 많았다.

"당시에는 혼도 많이 나고 생각만큼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니 좌절을 했었던 거 같아요. 다시는 누군가가 저를 찾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다시 무대로 돌아왔을 때 '부러진 화살'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말 그대로 스크린도 아닌, 무대도 아닌 중간에 껴 버린 상태. 딱 '헤드윅' 같은 심정이랄까요? 하지만 무대에서 일어나고 싶었어요. 저는 지금도 무대가 가장 무섭거든요. 이곳에서 이겨낸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굽이진 길들을 지나 10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에요. 지금부터 다시 기초공사 단단히 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멋진 저만의 길 하나가 잘 완성돼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다정다감한 말투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박건형. 드라마 '신드롬' '아이두 아이두'에 이어 오는 11일 무대로 돌아가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한다. 트랜스젠더로의 변신을 위해 7kg을 감량했다는 그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자기만의 길' 멋지게 완성하고픈 배우 박건형 ⓒ SSTV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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