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버벌진트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휴대폰, 이유는…”
[SS인터뷰] 버벌진트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휴대폰, 이유는…”
  • 승인 2012.07.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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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 ⓒ SSTV

< 영상 촬영 및 편집 : 조성욱 PD >

[SSTVㅣ박수지 기자] 올해로 데뷔 11년 차가 된 가수 버벌진트(Verbal Jint). 11년 차 가수지만 언더 힙합 신에서 소위 메이저로 그 무대가 옮겨진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그의 인지도는 상당히 넓다. 지난 앨범 '고 이지'(GO Easy)에 이어 이번 앨범 ‘10년 동안의 오독1’ 역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제 음악이 대중들에게 사랑 받을 거라는 예상은 솔직히 좀 했었어요.(웃음) 다만 시기를 몰랐을 뿐이죠. 허세를 부리려는 게 아니고 제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에요. 제 음악에는 힙합 매니아들만 공감될 만한 무거운 내용은 다루지 않아요. 일상적 가사나 사랑이야기에 초점으로 두고 피부에 와 닿는 단어를 사용하다 보니 많은 대중들이 좋아해주시는 듯해요”

버벌진트의 음악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그 말은 즉, ‘힙합스럽지’ 않은 가사를 사용하고 다양한 음악 장르를 랩과 믹스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오아시스나 스매싱펌킨스, 샤데이, 펄잼, 너바나 등의 외국 밴드 음악을 두루 접했고 한국 가수 공일오비나 유재하, 윤상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적 성향 자체가 힙합에 치중되지 않고 작사 작곡을 할 때도 경계가 없다.

“대학교 때 밴드로 음악활동을 먼저 시작했어요. 지인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었고 저는 보컬을 맡았었죠. 시간이 흐른 후 멤버마다 음악에 임하는 자세에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죠. 소속사 없이 스스로 꾸려나가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고 문득 저 혼자서 음악을 하고 싶더라구요. 이후 셀프 프로듀싱을 하면서 가사를 쓰고 이에 멜로디를 붙이고 랩을 얹는 작업을 하다 보니 현재의 버벌진트가 탄생하게 됐어요.”

버벌진트는 래퍼지만 노래도 하고 피아노와 기타도 연주한다. 그는 왜 ‘힙합 뮤지션’을 택한 걸까?

“도둑놈처럼 이것저것 다 훔쳐다가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이 ‘힙합’이라고 생각해요. 힙합 역사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면 악기도 없고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레코드판을 훔쳐다가 좋아하는 구간을 찾아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생각을 얹어 부르게 된 것이 ‘랩’이에요. 나쁘게 표현하면 도둑질이지만 아무도 욕할 수 없는 도둑질이죠. 많은 사람들이 힙합을 통해 새로운 쾌감을 얻게 됐고 현재는 하나의 음악 장르가 됐으니까요. 저 역시 좋아하는 뮤지션들에게서 뺏어올 건 뺏어와 그것이 저와 합쳐져서 ‘버벌진트 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으로 탄생하는 거죠. ‘힙합 뮤지션’이라고 했을 때 대표적 이미지가 ‘랩’에만 국한되어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힙합’을 논하면 뭔가 섭섭해요. ‘랩’ 이외에도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훨씬 많으니까요”

힙합문화에 대한 지조를 지키고 싶은 생각보다 여러 장르에 힙합을 버무리고 싶다는 버벌진트.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어떤 장르를 망라하고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켜 자유롭게 다양한 음악을 표현하고 싶단다.

   
버벌진트 ⓒ SSTV

버벌진트는 스스로에 대해 “음악에 대해 욕심도 많고 굉장히 집요한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매 앨범마다 수록곡 전체가 그의 자작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 전체 수록곡이 자신의 성에 찰 때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버벌진트는 음악에 '미쳐있다'. 그러면서 충분히 즐긴다.

“전 제 음악에 대한 욕심이 커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소한 일이건 큰일이건 모두 제 손을 거치는 편이에요. 심지어 제가 쓴 곡 말고 가끔 유명하신 작곡가 분 또는 프로듀서 분들께 맡길 때가 있는데 그럴 때조차 그분들 뒤에 앉아 처음부터 하나하나 참견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의견을 조율해요. 아마 제 곡을 담당하신 분들은 꽤나 피곤하셨을 지도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담고 싶은 것만 앨범에 싣자’는 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버벌진트의 음악은 곧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과 같다.

‘10년 동안의 오독1’ 두 번째 시리즈 ‘10년 동안의 오독2’는 가을 쯤 발매될 예정이다. 두 번째 시리즈에 담을 수록곡들은 이미 작년에 모두 써놨단다. 음악에 대한 그의 욕심이 어느정도인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현재 ‘10년 동안의 오독2’는 후반 작업만 남았어요. 시리즈 1, 2 수록곡 모두 이미 작년에 써 뒀어요. 앨범 수록곡들을 선정해 놓은 상황이지만 곡 후반 작업에 꽤나 시간이 걸려요. 사실 요즘 음반 활동 및 라디오,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출연 등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제 음반 작업을 위해 스케줄을 줄이고 싶을 정도네요.(웃음)”

이렇게 음악에 집요하다보니 음악 외적인 부분엔 전혀 신경을 못 쓴단다. 그의 표현처럼 “음악 작업을 하지 않을 땐 정신을 놓은 사람”같다.

“독립해서 지낸지 꽤 됐는데 기본적인 생활이 안돼요. 아침에 일어나면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씨리얼이라도 있음 먹고 나갔으면 좋겠는데 음악에만 집중하다보니 ‘사와야지’ 하다가도 집에 올 때마다 잊어버려요. 심지어 세차하러 가는 시간도 아까워서 안한지 꽤 됐네요. 전 음악 외에 다른 쪽으로 신경 쓸 여력이 없나 봐요.”

버벌진트는 현재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삶을 사는 듯하다. ‘이정도로 열정을 쏟으니 그의 음악이 빛을 발할 수밖에…’란 생각이 든다. 오로지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쏟는 그에게 현재 가장 소중한 아이템은 무엇일까?

“이것도 일이랑 연관되는데 현재 제게 가장 소중한 아이템은 스마트폰이에요. 제 휴대전화 안에는 수시로 영감 받을 때마다 쓴 가사와 음성메모로 가득 차 있죠. 제게 휴대전화는 오로지 저장기기예요. 심지어 현재 제 휴대전화는 구닥다리가 돼버려서 스마트한 기능을 할 수 없어요.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는데 혹시나 안에 있는 기능이 날아 갈까봐 한 번도 안했더니 어플 사용도 안돼요.(웃음) 제 휴대전화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무식한 2G폰인 거죠. 마음에 드는 휴대전화가 나오면 하나 더 구입하고 지금 폰은 저장기기로 계속 쓸 생각이에요. 여기 안에 있는 제 모든 곡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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