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미운오리새끼’ 김준구 “대신 울어주고 웃어주는 배우이고 싶다”
[SS인터뷰] ‘미운오리새끼’ 김준구 “대신 울어주고 웃어주는 배우이고 싶다”
  • 승인 2012.07.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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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구 ⓒ SSTV 고대현 기자

[SSTVㅣ국지은 인턴기자] “그저 무대가 좋고 몸 쓰는 게 좋아요. 특기요? 안 다치는 거요. 무작정 뛰어들어도 안 다치는 거, 그게 제 특기예요”

‘기적의 오디션’ 출연과 함께 영화 ‘미운 오리 새끼’의 크랭크인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녹초가 될 법도한데 김준구의 에너지는 지칠 줄 몰랐다.

“둘 다 하느라 정신없긴 했는데 바쁜 거 신경 쓰지 않았어요. 사실 ‘바쁘다’라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져있었다고 해야 하나요. 원래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잖아요”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원래 바쁜 걸 좋아하고 쉬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심심하다는 김준구. ‘미운 오리 새끼’의 소심한 낙만과는 다른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그가 가진 고민과 두려움에 대해 털어놓는 모습에선 자연스레 낙만과 겹쳐 보이는 ‘김준구’란 배우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갔다.

“처음엔 액션배우가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코스프레를 접하게 됐죠. 사실 만화를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 코스프레보단 무대에 올라가 액션을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연기를 접하게 됐고요”

술 취한 연기로 연기학원 테스트에 합격한 그는 엑스트라를 전전했다. KBS-2TV '스펀지'의 실험맨까지 닥치는 대로 했지만 마땅히 길이 보이진 않았다. 그런 그에게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희망이 다가온 것.

“기적의 오디션, 처음엔 많이 망설였어요. 소위 날고 기는 사람이 천지인데 내가 될까... 한참 이런 생각을 하다 '혼자 자체평가하기보단 남에게 객관적 평가를 듣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임하게 됐습니다.(웃음)”

그에게 ‘기적의 오디션’은 정말 기적 같은 행운을 가져다 줬다. 스타감독 곽경택의 차기작 주인공을 맡아 당당히 스크린에 데뷔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그만큼 부담도 크지 않았을까?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오디션을 통해 만난 감독님이라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 당당한 저의 모습을 귀엽게 봐주신 거 같아요. 오히려 ‘주인공’ 그 자체가 저에겐 부담이었죠. 상업영화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게 진정으로 용기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웃음) 이건 저를 믿어주시는 감독님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굳게 마음먹고 했죠. 근데 막상 도전해 보니 '기적의 오디션' 미션수행의 연속이라고 해야 하나? 저는 그저 낙만에 빠져 계속 연기를 하는 것 뿐 남다른 것은 없었어요”

   
김준구 ⓒ SSTV 고대현 기자

영화고 크랭크업 되고 개봉을 압둔 지금 비로소 김준구는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인 게 실감난다고. '영화관 앞 포스터에 내 얼굴이 실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는 김준구는 지금 인터뷰 하는 이 순간 ‘내가 정말 주연배우구나’를 느낀다.

“사실 감독님보다 주인공보다 더 부담스러웠던 존재가 오달수 선배님이었어요. 연기력, 카리스마에 제가 한없이 작아질까봐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의외로 숫기가 없고 쑥스러움이 많으신데 너무 따뜻한 분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쉽게 ‘아버지’라 부르며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배우 오달수와 극중 부자지간으로 나오는 김준구는 아버지 ‘오달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연기할 때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정 받는 신이면 자기 신이 아니더라도 제가 몰입할 수 있게 항상 지켜주셨어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는 걸 오달수 선배님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죠”

'배우 오달수가 롤모델?'이냐고 물으니 원래는 액션배우인 견자단이었다고 그는 답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오달수 선배님을 만나고 계속 어떤 분을 만나더라도 모두가 자신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님은 ‘톰 행크스’가 롤모델이었음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배우 톰 행크스처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연기자가 되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은 저에게 그런 인간적인 면을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에너지만큼은 액션배우가 잘 어울리는 김준구지만 그의 감성은 편안하고 따뜻한 성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두 매력을 동시에 지닌 그를 '한국의 발차기 하는 톰 행크스'라 부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활달한 김준구에게 ‘미운 오리 새끼’의 낙만은 다소 어설프고 소심한 캐릭터로 그의 실제 모습과 거리가 있어보였다. 성격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감독님이 지시를 내려주셨어요. 특명 ‘웃지마’였죠. 낙만의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위해 촬영 외에도 절대 웃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2~3달 웃지 않으니 우울증이 온 것만 같았죠. 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 있잖아요. 그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심지어 칫솔질 할 때마저 슬퍼지더라고요.(웃음)”

   
김준구 ⓒ SSTV 고대현 기자

2~3달 동안 웃지 않은 고단한 미션을 수행하며 찍은 첫 영화, 아무래도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었을 터.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밥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저를 배우로 생각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관계자 분들도 이렇게 신비감 없는 주연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죠.(웃음) 전 남다른 아우라는 없지만 친근한 느낌이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대신 울어주고 대신 웃어주며 현대인들의 억압된 감정을 풀어주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매력포인트'로 김준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친근함’을 꼽았다. 역시나 인터뷰를 하는 내내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함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는 한편 그에게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뭔가 특별한 내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의 ‘마블 캐릭터’ 같은 영웅물의 주인공에 도전하고 싶다는 김준구, 역시 혈기왕성한 청년이다. 한국의 위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물을 만든다면 '이 한 몸 불사르며 연기하고 싶다'는 그다.

특기가 '잘 안 다치는 것'이라 말하는 그에게 도전이란 어쩌면 숙명이자 성격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적의 오디션’에 도전한 용기는 어쩌면 그에겐 아주 작은 시작일지 모른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는 과정에 선, ‘도전’이란 숙명을 건 김준구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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