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나는 공무원이다’ 윤제문 “알고 보면 나도 ‘까불이’”
[SS인터뷰] ‘나는 공무원이다’ 윤제문 “알고 보면 나도 ‘까불이’”
  • 승인 2012.07.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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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 ⓒ SSTV

[SSTV l 유수경 기자] 참자, 참아. 흥분하면 지는 거야. 아, 그런데 도저히 못 참겠다.

홍대 인디밴드. 꿈만 먹고 사는 애들. 나는 별로 관심 없다. 그저 구청에 들어오는 민원을 해결하기위해 그들을 만날 뿐. 하지만 어쩌다 인생이 이렇게 꼬였는지. ‘혹 떼러 갔다 혹 붙여 온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몸서리치게 괴롭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는 한대희. 극중 “너무 괴로워보였다”하니, “정말이다. 시나리오 초반 나와 밴드 아이들은 물과 기름 사이다. 이상하게 실제 현장에서도 애들이 그렇게 보이더라. 영 못마땅했다”며 웃어 보인다.

‘나는 공무원이다’(감독 구자홍)의 윤제문은 그렇게 한대희와 완벽히 일치했다. 이 영화는 “흥분하면 지는 거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살아가는 ‘평정심의 대가’ 공무원 윤제문이 흥분해야 사는 문제적 인디밴드를 만나 벌이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윤제문 ⓒ SSTV

사실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윤제문은 인디밴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인디밴드라고 하면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정도밖에 몰랐다는 그는 학창시절에는 기타를 조금 쳤지만 조용한 클래식기타만 고수했단다. 그룹사운드의 일렉 기타는 시끄러워서 싫어했다고.

그런 윤제문이 대체 이 영화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걸까?

“구자홍 감독이 작년 6월초쯤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 3년 전에 이런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고 쓰려고 한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공무원이 인디밴드와 티격태격하는 내용이라고. 그런데 작년에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할 마음이 있냐’고 묻길래 ‘하겠다’고 했죠. 감독이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LP판이나 핫뮤직 잡지도 감독이 가져온 것 같아요. DJ를 했다는 소리도 있고….(웃음)”

사실 윤제문은 ‘나는 공무원이다’에서 까칠한 공무원의 모습만을 보이지는 않는다. 인디밴드 멤버들과 함께 기타를 메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사실 귀여워 보이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건 아닌데 보는 분들이 재밌어 하고 귀엽게 봐주시니까 또 좋습니다. 영화성격과 캐릭터가 잘 맞는 거 같아요. 사실 저도 그렇게 무뚝뚝하지만은 않거든요. 상황에 따라 다르죠. 까불 때도 있고. 선배들 앞에서는 재롱도 떨어요.”

주로 묵직한 연기를 선보여온 윤제문에게 이번 역할은 새로운 도전임과 동시에 연기력을 또 한 번 입증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다소 튈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 그의 안정된 연기는 관객들을 편안히 극에 몰입시킨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뭐랄까 기존에 해왔던 것과 다른 이미지여서죠. 평범한 공무원이고 인물도 이상하게 재밌고 관객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좀 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한대희가 나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편하게 했어요.”

   
윤제문 ⓒ SSTV

언뜻 보기에도 배우와 공무원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대희를 완벽히 연기하기 위해 따로 연구한 것들이 있냐고 물으니 윤제문은 IMF 당시를 회상했다.

“IMF 터지고 나서 ‘공공근로’라는게 생겼어요. 연극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동사무소에서 3개월 일을 했는데 그때 직원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이번에 공무원 역할은 공공근로 당시를 회상하면서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윤제문은 연극배우로 출발해 현재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쉼 없는 작품 활동,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사실 전 작품 끝나고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2~3일 쉬면되죠.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돈이겠죠.(웃음) 처음에는 순수하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을 했지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그러다보니까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디션을 많이 봤습니다. 계속 떨어지다가 ‘정글쥬스’를 하게 된 거예요.”

다작배우로 거듭나서일까. 이제는 어딜 가도 사람들이 그를 많이 알아본다. 윤제문은 요즘 ‘TV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어디서 많이 본 배우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름까지 대면서 ‘윤제문이다’ 하니까 ‘역시 TV가 무섭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더킹 투하츠’ 하면서 많이들 알아봐주시고 아파트 단지에 운동하러 나가면 꼬마들이 ‘봉구다 봉구’ 한다니까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넘어가죠.”

   
윤제문 ⓒ SSTV

인터뷰 내내 쿨한 모습을 보인 윤제문. 극중 인상적이었던 오광록의 특별출연에 대해 언급했더니 생각만 해도 우스운지 크게 웃어보였다.

“그때 너무 웃어서 NG가 많이 났습니다. 광록이 형이 목소리가 굵은데 밥 딜런의 목소리는 가늘지 않습니까. 담배를 한 대 피고 대사를 하는데 너무 웃겨가지고 한참을 웃었어요. 그 분은 원래 ‘대학로 음유시인’으로 불려요. 한번은 집에 있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뭐하냐’ 하길래 ‘집에 있어요’ 그랬더니 ‘그래? 막걸리 생각 있으면 새처럼 걸어와라’ 하더라고요. 하하.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광록이 형은 실제 모습이 그래요.”

“인터뷰 이제 끝난거죠?”라고 물으면서 배를 긁으며 일어나는 윤제문은 지나치게 가식이 없는 모습으로 기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어린 배우들이 ‘제문 아저씨’라고 부르며 그를 잘 따르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할 말은 하고 대답하기 애매한 것은 짧게 끝낸다. 괜히 에둘러 설명하고 억지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평정심의 대가 한대희는 그렇게 유유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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