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미쓰GO’ 고현정 “컴백 후, 내 자신이 ‘비겁한 애’ 같았다”②
[SS인터뷰] ‘미쓰GO’ 고현정 “컴백 후, 내 자신이 ‘비겁한 애’ 같았다”②
  • 승인 2012.06.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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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고현정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천하의 고현정이 ‘미쓰GO’로 돌아왔다. 연기파 남배우 군단 속에서 홍일점으로. 심지어 지독한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까지 앓는 역할이다.

팔보채, 샥스핀도 거침없이 시킬 것 같은 그녀가 자장면 하나 주문하지 못해 벌벌 떠는 천수로로 변신하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하지만 소매를 손끝까지 끌어내리고 월남치마를 입은 채 사람들을 피해 걸어다니는 그는 분명히 고현정이 아닌 천수로였다.

처음에는 자신과 닮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민이 많았다는 고현정. 촬영 초반 이렇게도저렇게도 해 보면서 캐릭터를 잡아나갔단다. 그는 천수로를 연기하는데 무엇보다 주변인들의 도움이 컸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배우들도 전폭적 지원을 해줬고, 영화를 완성해주신 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아서 감사해요. 그런데 제가 곰살 맞은 성격이 아니어서 표현을 잘 못했죠. 후반의 천수로를 촬영할 때는 살이 많이 빠졌어요. 잘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도 살이 찐 것보다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촬영차 부산에 8개월 정도 있었는데 처음엔 스트레스였지만 이제는 그리울 정도예요.”

   
쓴 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고현정 ⓒ SSTV 고대현 기자

고마워도 고맙다는 표현을 잘 못 한다는 고현정은 자신의 ‘특수한 삶’이 평범한 연기를 할 때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미스코리아로 주목받고 연기자로 활동을 하면서 일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온,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고현정에게 이제 와 ‘평범한 삶’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아주 외향적일 것처럼 보이는 그는 의외로 혼자 있는 시간도 많다고 털어놨다.

“제가 술자리에 가거나 하면 그 자리에서는 함께 잘 어울리고 그래요. 그런데 하루를 놀고 나면 4~5일은 집에서 쉬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또 많이 친해지면 여자들끼리는 팔짱도 끼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저는 (누가 팔짱을 끼면) 안 그랬으면 좋겠고.(웃음) 제가 좀 그런 면이 있어요. 분명히 그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닌데 말이죠.”

연예인은 외로운 직업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어쩌면 그는 혼자서 외로움을 견뎌내는 시간에 익숙해져서 누군가의 지나치게 살가운 손길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그는 휴식을 중요시 하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 고백하면서 사실 ‘선덕여왕’도 그런 면에서 참여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히트’ 찍을 때 작가님과 얘기하다가 ‘다음 작품에 꼭 뵈요’ 그랬어요. 당시 ‘쪽대본’을 안 주시더라고요. 그게 너무 좋았죠. 그때 시기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힘들 때였는데, 긴 드라마를 하면서 조연을 하면 일주일에 한 3~4일 일하고 나머지는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러던 중 작가는 고현정에게 전화를 해 “악역인데 1회부터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고현정의 첫 질문은 “일찍 죽어요?”였다고. 극중 캐릭터가 일찍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드라마 참여를 확정지었고 그것이 바로 ‘선덕여왕’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3.5일을 일하면서 매일 밤새고 힘들게 촬영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단다. 심지어 깊은 산 속에 있는데 제작발표회를 다녀오라고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고현정은 “당시 내가 괜히 화를 냈던 게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쓴 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고현정 ⓒ SSTV 고대현 기자

고현정은 영화 ‘미쓰GO’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파란만장한 일들에 휘말리면서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강인한 여자로 거듭 나 관객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한다. 일례로 월남치마에 질끈 묶은 머리카락, 다소 추레한 상의를 걸치고 있던 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모의 여인으로 깜짝 변신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고현정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변신을 감행한 순간은 언제일까? 난데없는 질문에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변신, 변신이라….”하고 중얼거리던 고현정은 갑자기 고개를 확 든다.

“제 인생에서 변신은 컴백인 것 같아요. 그 때 정말 감사했던 것은 다시 돌아온 저에게 ‘데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컴백’이라고 해줬다는 거죠. 정말 뭉클했어요. 하지만 제가 다른 데 갔다가, 아니 그러니까 결혼을 했다가(웃음) 돌아와 보니 이 곳은 많이 변해 있었고 낯설었습니다. 저는 매니저 없이 활동하고 분장케이스를 직접 들고 다니던 세댄데 어떻게 해야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 ‘난 뭐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제 스스로가 ‘비겁한 애’ 같았죠.”

너무나 바뀐 연예계에 적응하기 위해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고현정은 작품을 선택할 때도 욱해서 결정할 때가 많았다며 웃는다. 그는 자신에 대한 쓴 소리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칭찬만 받으면 사람이 썩지 않나. 기고만장하지 않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쓰GO’ ‘고쇼(GOshow)’ 등 고현정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브랜드화 되는 것을) 싫다고 해봐야 딱히 다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게 어딘가’ 하면서. 제가 억지로 이 자리에 온 게 아니고 누구보다 제가 원해서 한 일이니까요. 브랜드화라도 되면 그게 어디예요.(웃음)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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