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태성, 쉼 없이 달려온 10년…“나는 누구였지?”
[SS인터뷰] 이태성, 쉼 없이 달려온 10년…“나는 누구였지?”
  • 승인 2012.06.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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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악역에는 선천성 악역과 후천성 악역이 있다. 1부부터 '나쁜놈',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나쁜놈'.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용태무는 상황이 만들어 낸 ‘나쁜놈’이다. 용태무 역의 이태성 역시 “막장 드라마의 악역과는 다를 것”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렇게 만든 용태무는 '정말 나쁜놈'이었다. 대한민국 상위 엘리트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사촌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하루아침에 '나쁜놈'이 됐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정도의 악행을 저질렀다. 이태성은 웃으며 말한다.

“‘옥탑방 왕세자’에 용태무, 홍세나 안 나왔으면 좋겠다’란 댓글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가 그만큼 잘 했다는 거잖아요.”

   
이태성 ⓒ SSTV 고대현 기자

◆ 매번 다르게 놀라기, 정말 힘들어요

이태성의 용태무는 멘붕태무, 뗀석기태무, 스타일리스트태무, 핵주먹태무 등등 방송 6회 만에 수많은 별명을 얻었다. 돌로 핸드폰을 부수려 했다고 ‘뗀석기 태무’, 박유천의 옷매무새를 만져줘 ‘스타일리스트 태무’. 또 의도치 않은 악행을 저지르게 되면서 얻은 ‘멘붕태무’. 주인공 왕세자 저하 괴롭히는 악역이 이렇게 인기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죽하면 당사자인 이태성조차 ‘나 악역이야, 얘들아’라고 했다.

“용이 되지 못한 태무기, 멘붕태무, 뗀석기 태무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악역을 하면서 제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로맨티스트, 훈남 이미지와 이질감이 느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멘션을 정말 많이 보내주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촬영을 하면서도 스태프들이 ‘오늘은 무슨 별명이 생길거다’라고 예측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멘붕태무'란 별명처럼 이태성은 항상 멘붕이었다. 항상 음모를 꾸민다. 일이 틀어지면 핏대를 세우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태성은 제일 힘들었던 촬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순간순간 매 신이 다 힘들었다”고 답했다.

“항상 멘붕을 유지해야 했어요. 혈압이 올라 있어야 하는 게 많이 힘들었죠. 그리고 태무는 자주 놀라는데 놀라는 것도 매번 달라야 하잖아요. 눈도 충혈 되고 뒷목에 핏줄도 튕겼어요. 뒷목 잡는 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이태성 ⓒ SSTV 고대현 기자

◆ 두 번째 주인공? 작품에선 두 번째 아냐

이태성은 전작인 ‘애정 만만세’에서 훈남 변호사를 연기했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작품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옥탑방 왕세자’의 출연을 결정했다. 게다가 타이틀 롤이 있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도 아니었다. 또 체력적으로도 많이 소모가 됐을 터. 이런 상태에서 차기작을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는 안 하려고 했어요. ‘애정 만만세’를 하면서 1년 여 동안 한 인물로 살았잖아요. 그런데 그걸 떨치지 못하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는 것은 제 욕심이거든요. 주변에서도 왜 하려고 하느냐고 말렸어요. 근데 생각을 해보니까 그동안 너무 반복적인 연기를 한 거 같았어요. 이러다 스스로 봉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제가 두 번째 주인공이란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옥탑방 왕세자’ 배우들 보다 작품도 많이 했고, 선배이기도 했어요. 제가 두 번째 주인공이라고 해서 작품에서도 두 번째라고 생각 안했어요. 결국 많은 것을 얻었어요. 20대에 연기 고민에 대한 갈증도 해결한 것 같고요.”

   
이태성 ⓒ SSTV 고대현 기자

‘9회말 2아웃’에서 첫사랑 난희와의 이별을 마주하고 ‘펑펑’ 울던 정주. 이태성은 무려 5년 전인 2007년 정주를 연기했다. 하지만 그 전에 출연한 ‘사랑니’와 ‘너를 잊지 않을거야’ 때문인지 연하남, 청년의 이미지가 강하다. 저 때의 이태성은 23살, 지금은 벌써 28살 남자다. 그동안 수 많은 인물로 살아오면서 대중들에게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저를 처음 각인시킨 작품이니만큼 연하남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그 이후 필모그래피를 만들면서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많이 희석시킨 것 같아요. 용태무를 하면서는 더욱 그랬죠. ‘MBC에 나오던 변호사 아냐?’ 이런 소리 들을 줄 알았어요. 짧은 시간 임에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지금은 20대 연기자로서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히고 있다고 생각해요. 운동장을 잘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태성 ⓒ SSTV 고대현 기자

◆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대본을 보고 모니터를 하고 대부분의 생활을 일과 함께하는 이태성. 평소에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생방송을 방불케 하던 드라마 한 편을 마친 지금 ‘무엇이 하고 싶느냐’고 물었다. 영화가 보고 싶지만 혼자 보는 것은 또 싫다고.

“저는 혼자 영화 보는 게 제일 우울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혼자 극장에 가는 게 슬퍼보였어요.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스토리텔링이 없잖아요. 표를 예매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는 게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런 스토리가 없는 하루는 재미가 없어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진지하고 무겁다. 하지만 SNS에는 ‘악행 저지르기 좋은 날씨’라며 엉뚱함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악행 저지르기 좋은 날씨냐’고 물었을 때 “6월은 너무 덥고 선선한 5월이 좋다”고 대답할 때는 장난기가 넘친다. 진짜 이태성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이태성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이태성 ⓒ SSTV 고대현 기자

“저로 지낸 시간이 없어서 사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점이 공허해요. 쉬지 않고 작품을 했으니까요. 캐릭터에 대한 정서와 생각을 계속 갖고 있으니 ‘나는 원래 어떻게 지냈지?’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틀 정도 집에만 있으면 불안해요. 원래의 나라면 뭐를 했을까? 싶어요. ‘나를 찾고 싶다’란 생각이 들어요.”

이태성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느냐”는 물음에 “어려운 질문”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를 더 기대할 수 있는 배우, 다음이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육체적 고통보다 상대방을 끓어오르게 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태성. 어떤 배우인지 단번에 알긴 어려워도 어떤 연기가 하고 싶은지는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함께 보는 영화의 재미까지, 이태성에게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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