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차형사' 신태라 감독 "강지환은 '철없는 소년' 같아"
[SS인터뷰] '차형사' 신태라 감독 "강지환은 '철없는 소년' 같아"
  • 승인 2012.06.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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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라 감독 ⓒ SSTV 국지은 인턴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신태라 감독은 어린시절 영화감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로봇과 우주선, 유에프오(UFO)를 좋아해 공대에 진학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여학생이었다.

신태라 감독이 열렬히 좋아했던 그녀는 영화를 좋아했다. 감독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영화감독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서울예대 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다른 남자가 있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일까. 이 '슬픈 사연'은 결국 400만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유능한 감독을 탄생시켰다.

영화감독이 된 계기를 털어놓으며 신태라 감독은 자신도 신기하다는 듯 '허허' 웃어보였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닌 그는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다르게 귀여운 면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 뿐 아니라 보는 이까지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순수하고 꾸밈없는 성격은 '요즘 사람' 같지 않은 모습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신태라 감독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는 예술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난 1992년 첫 단편 '온화한 하루'였다.

"그때까지 저는 '천녀유혼'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만 봤는데 앞으로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더라고요.(웃음) 그러다 찍은 게 '온화한 하루'였죠. 그런데 제가 재미를 못 느끼니까 친구들이 '네가 좋아하는 걸 영화에 집어넣어'라고 말해줬어요. 제가 평소 SF 광이거든요. 그래서 스티로폼을 오려서 우주선을 만들고 검정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배경을 치고 영화를 찍었습니다. (주변에서) 난리가 났었죠. 그 때 '내 갈 길은 이거다'하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 누구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한 작업을 과감하게 선보인 그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특유의 감각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초저예산으로 진행된 신태라 감독만의 SF 영화는 그렇게 '전설'이 됐다.

   
신태라 감독 ⓒ SSTV 국지은 인턴기자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차형사' 역시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작품. 화려한 패션쇼 런웨이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신태라 감독은 이번 영화 주제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단다.

"패션쇼요? 원래 관심이 전혀 없었죠. TV에서 하는 패션 프로그램도 안 보니까요. 저도 상상을 못했던 일이고 시나리오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딴 건 다 좋은데 '패션'이 들어가 있으니까 걱정이 됐어요. 그렇지만 제가 영화 만드는 원칙과 목표 중 하나가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와 도전'이거든요. '그래, 이번 기회에 패션도 한 번 해보자' 했죠."

학창시절 '스티로폼 우주선'을 만들었던 신태라 감독은 '차형사'에서 '갱스터 런웨이'를 만들어낸다. 모델들이 긴 무대를 걸어 나와 총을 쏘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 런웨이 무대를 꾸미는데 있어 제한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원래 클래식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직접 세우고 싶었단다. "더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많았는데 돈이 많이 들더라"면서 아쉬움을 표한 신태라 감독은 "그래도 모델 친구들이 '이런 패션쇼는 처음 봐요' 하길래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차형사'에는 실로 많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강지환 성유리를 비롯해 '꽃모델 3인방'으로 불리는 이수혁 김영광 신민철까지. 그 뿐 아니다. 최근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핫(Hot)한 배우 이희준 역시 강지환의 후배 형사로 출연해 웃음폭탄을 던진다. 그의 캐스팅 과정은 어땠을까?

"제가 캐스팅할 때 주로 같이 작업한 배우들을 생각하고 그동안 눈여겨 본 배우들이랑 영화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이희준씨 같은 경우는 '부당거래'때 보고 이후로도 '화차' 등 여러 작품에서 보면서 '저 친구 잘 되겠다'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기럭지에 얼굴도 갖췄고요.(웃음) 성실하고 잘 하려고 하는 의지가 많아서 무엇보다 좋았어요."

   
신태라 감독 ⓒ SSTV 국지은 인턴기자

그의 캐스팅은 성공적이었고, 이희준은 신태라 감독이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최고'라고 생각한 장면은 바로 이희준과 강지환이 '소변보는 신'이었던 것.

"그 장면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어요. 장소를 잘 골라야 효과가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장소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소변은 특수효과 기계를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스위치를 누르면 계속 나오는 거로. 지환이가 그 장치를 보더니 '감독님 웃기려고 발악을 하시는군요'라더군요.(웃음) 그러더니 그 장치를 희준씨보다 본인이 먼저 쓰더라고요? 강지환의 애드리브였죠. 이 영화 하는 내내 강지환씨와 저는 '누가 더 웃기나' 서로 경쟁했습니다. 이희준씨의 애드리브도 빼놓을 수 없죠. 관객들이 즐거워한 '경찰이야 나는'이라는 대사도 즉흥적 연기였으니까요."

앞서 신태라 감독은 '차형사' 미디어데이 당시 만난 기자들에게 "성유리는 천사"라고 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일을 언급했더니 "천사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성유리씨는 다소곳하고 숫기가 없어요. 현장에서도 인사는 잘하는데 말도 잘 못 걸고 그런 타입이죠. 저는 유리씨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리가 맡은 역할을 '재수 없는 여자'로 만들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싸가지 없고 발랑 까져라'라고 격한 주문을 했죠. 성격상 그게 안 되니까 어려웠을 텐데도 자기를 극복하고 잘 해줬어요. 핫팬츠를 입고 부끄러워서 밖에 못 나오길래 '대역을 쓸까' 하는 생각도 했다니까요. 하하."

성유리가 '천사'라면 강지환은? 신태라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해 '소년'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에도 강지환과 광장시장에서 막걸리를 마셨다는 그는 강지환에 대해 "철들려면 멀었다"면서 "그만큼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7급 공무원' 때는 장인어른이 극장에서 내내 하품을 하셔서 가슴을 졸였다는 신태라 감독. 하지만 이번 '차형사'는 많이 웃어주셔서 좋았단다. 결혼 전, 좀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아내의 집 근처로 이사까지 감행했다는 그.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신나게 풀어놓는 신태라 감독은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로맨틱한 남자' 그 자체였다. '차형사' 백만 관객 돌파 소식에 광장시장에서 '축하 막걸리'를 한 잔 걸치고 있을 그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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